이 글의 제목은 '18.글쓰기가 겁나게 어려운 이유'다. 본의 아니게 숫자가 절묘하다. 18이라니.
하고 많은 표현 중에 하필 '겁나게'라는 부사를 쓴 이유는 간단하다.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 첫째로 전라도 사투리 '겁나게'의 사전적 의미 그대로다. 글쓰기는 '매우, 많이' 어렵다. 둘째로 '두렵거나 두려운 마음이 생기다'라는 뜻의 '겁나다(怯나다)'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글쓰기는 시작하기에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 어려운 행위다.
<100일 글쓰기 챌린지>를 하고 있는 그룹에 참여한 지 거진 한 달이 됐다. 내 경험을 글로 남겨 훗날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은 나의 삶을 녹여낸 대본이면서 유튜브 소재가 되기도 하고, 강연 제의를 받는 영광을 누린다면 강연 스크립트가 될 수도 있다. 어쩌면 내 이름을 건 책 한 권으로 엮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글쓰기를 겁 없이 시작했다.
글쓰기가 어려운 첫 번째 이유는 평소 골몰할 시간이 적다는 점 때문. 참 쇼츠 같은 인생이다. 사유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함을 자주 느낀다. 우리는 많은 매체에 노출돼 있고 방대한 정보와 맞닿아 있다. 그렇다면 머릿속에 만족스러운 지식이 저절로 쌓이지 않는다.
가끔은 그런 생각마저 든다. 진짜 나의 생각은 없고, 남의 생각만 저장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어느 날 소름 끼치는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때 나는 한 뉴스 기사를 보고 A라는 긍정적인 해석을 하던 중이었다. '이 글을 본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궁금했다. 그리고 모든 댓글 보기를 누른 순간, 부정적이고 악의적인 해석으로 점철된 수많은 B를 마주하게 됐다. '뭐야, 나는 완전 반대로 생각하고 있었잖아.' A로 해석한 나를 의심했고, 순식간에 마음이 흔들렸다. 사고의 경로가 뒤바뀌는 순간이었다. 심지어 B 해석에 이끌리기 시작했다. 눈앞이 번쩍했다. 왜 내가 B에 설득당하고 있나 싶었다. 갑자기 두려워져 댓글창을 얼른 닫았다.
내 생각은 다수의 생각에 의해 잠식되기 쉽다. 안 그래도 골몰하는 시간이 적은데, 그마저도 남의 생각에 흡수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내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낸 글쓰기가 그토록 어려운 게 아닐까?
글쓰기가 어려운 두 번째 이유는 호흡이 길어서다. 긴 글은 긴 호흡이 필요하다. 그래서 매끄러운 전개가 어렵다.
긴 글을 쓰는 것은 SNS에 올리는 짧은 글을 쓰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오늘 일어난 일을 무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일기가 아니라면 말이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명료하게 해야 한다. 긴 글을 쓰다 보면 쓸데없는 사족이 많이 들어가 이야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있다. 길이만 긴 글은 의미가 없다. 긴 호흡으로 이어가는 좋은 글은 훈련이 필요하다. 축적의 시간을 보내지 않은 사람은 긴 글을 쓰기 어렵다.
(다음 글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