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에 이어서)
1) 댓글 안 보기
댓글을 보지 않는 걸 추천한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댓글을 읽다 보면 내 생각이 영글기도 전에 그들의 생각에 지배당할 수 있다.
2) 메모
그리고 짧게나마 내 생각을 어딘가에 꼭 메모해 두길 권한다. 한 문장만 써도 좋고, 단어 몇 개를 나열해도 좋다. 광고 카피처럼 임팩트 있는 글을 적어놓는 것도 좋겠다.
나는 이 글을 쓰기 전에 아주 대충의 흐름을 아래처럼 메모해 두었다.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사유x, 댓글에 내 생각을 빼앗김,
긴 호흡의 글은 짧은 글과 차원이 다르다
-왜 글쓰기를 시작했는지
글은 활용도가 높음
-글쓰기에 도움이 되는 것
댓글 안 보기, 사유 기록(메모), 독서
이 정도도 사실 메모 양이 많은 편에 속한다. 이렇게 메모가 쌓이면 전혀 다른 내용이 하나의 주제로 뭉치기도 하고, 하나의 메모가 개별적으로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인간은 모든 걸 기억하지 못한다. 하루 평균 6,200번의 생각을 한다는 연구 결과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뇌는 매일 하는 6,000여 개의 생각 중 의미 있는 소수의 생각만을 남긴다. 그마저도 며칠이 지나면 사라지고 없다. 다음날이 되면 새로운 생각 6,200개가 누적된다.
메모를 습관화하면 거의 반자동적으로 메모창을 열거나 펜을 쥐게 되는데,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에게 있어서 이것보다 더 좋은 습관은 없을 거라고 본다. 6,199개의 생각이 버려지고 1개의 생각을 기록해 두었다면, 글감이 1개 확보된 거나 마찬가지다. 메모를 적금처럼 모아두자.
3) 책 읽기
책은 작가의 초고, 퇴고, 교정 교열, 편집자의 의견 등 여러 단계를 거쳐 출간된다. 말하자면 증류수 같다. 정제된 글의 최고봉.
책은 긴 호흡으로 이어가는 좋은 글이 무엇인지를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다.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서 자기 나름의 생각을 곱씹는 시간을 갖는다.
독서에 흥미가 없다면 좋아하는 작가를 만들어 두기 바란다. 팬심 덕분인지 재미를 붙이기 좋다. 나는 김이나 작가사, 유병욱 카피라이터, 김영민 교수를 좋아한다. 읽기 편하면서 마음을 울리는 좋은 문장을 짓는 사람들이다. 독서는 머리를 많이 쓰는 일이라서 술술 읽히는 수준에 도달하는 건 고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하지만 최애 작가의 책은 상대적으로 잘 읽힌다.
자기계발이 실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던 전 직장에서 글쓰기는 필수 덕목이었다. 일로서 글을 대했다. 글 잘 쓰는 동료와 비교하며 나는 자주 좌절했다. 그때는 글쓰기를 고생스러운 업무였지만, 돌아보면 값진 나날이었다. 돈 벌면서 자기계발을 했다.
글쓰기는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에너지 소모가 많다. 이토록 겁나게 어려운 글쓰기지만, 나는 감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에게 추천한다. 힘든 만큼 결과물이 주는 보상은 충만할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