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공부를 못했다. 조용하고 눈치를 잘 보는 아이였다. 하고 싶은 것도 딱히 없었다. 학원 갈 형편도 아니었다. 그런 과거의 나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첫째는 스스로를 믿을 것. 둘째는 단 한 걸음이라도 담대하게 나아갈 것.
인발 아리엘리의 <후츠파>에서는 후츠파 정신이 가득한 사람들이 등장한다. 후츠파란 무례하고 공격적인 사람 또는 그런 행동을 하는, 용기와 담대함을 지닌 사람들을 뜻한다.
후츠파 정신의 근원인 이스라엘은 '스타트업 국가'라고 불릴 만큼 인구 대비 스타트업 기업이 가장 많은 나라다. 1966년 이후로 노벨화학상, 노벨경제학상, 노벨문학상, 노벨평화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12명이나 배출한 국가이기도 하다. 워런 버핏은 이스라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석유를 찾아 중동으로 간다면 이스라엘은 들를 필요가 없다. 인재를 찾아 중동으로 간다면 이스라엘 외에는 들를 필요가 없다. 이스라엘은 에너지가 없는 대신 그를 상쇄할 만큼 많은 인재를 지녔다.”
이스라엘의 부모는 아이를 절대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 무엇이든 아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간섭만 할 뿐이다. 이스라엘 유치원 사례를 보면 다소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다.
이스라엘 어디에서나 앞마당에 쓰레기가 가득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른 문화권에 속한 아이들이 각종 안전장치와 보호 장비에 둘러싸여 자유롭게 근육을 키울 기회를 놓치는 동안, 이스라엘 유치원생은 다소 위험하고 부적절한 물건을 마음껏 가지고 놀며 성장한다.
쓰레기가 즐비한 유치원. 우리 삶에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라는 듯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위험에 노출시킨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고, 답을 찾게 한다. 아이가 담대하게 클 수밖에 없는 환경을 제공하며 부모 역시 담대해진다.
이스라엘의 부모는 어리석은 행동을 권장한다. 특히 청소년기에는 어떤 행동이든 기꺼이 용인하고, 적극 권장한다.
이스라엘 학생들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여러 활동을 하게 된다. 다양한 경험을 하며 실패를 맛본다. 거기서 배운 교훈을 또 다른 활동을 하며 발전시킨다.
이스라엘 학생들은 조핌이라는 청소년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조핌은 이스라엘에서 가장 큰 청소년 활동으로 철학, 심리학, 정치경제학, 문학, 역사 등 다양한 주제를 자유롭게 탐구한다. 이 활동에는 봉사활동도 포함돼 있어 공동체 의식과 공감 능력을 높이고, 책임감 형성에도 도움을 준다.
자신을 믿고, 담대하게. 비단 어린 나에게만 권장할 게 아니다. 몸집만 커졌다. 자주 스스로를 의심하고 의기소침하다. 변한 게 있다면 지레 겁먹고 포기하지 않는 약간의 호기로움이 장착됐다. 닮고 싶다는 마음을 갖는다. 어떤 식으로는 그들과 비슷해지고 싶다.
10명이 채 되지 않는 스타트업에서 사수 없이 일을 하고, 머리채를 부여잡고 어려운 책을 읽는다. 좋은 사람들고 약속을 잡고 만나 기분 좋게 웃으며 대화한다. 불안정과 안정 사이에 균형을 맞춰 걷는 나를 전지적 시점으로 바라본다. 불안하지만 용기를 낸다. 자신을 믿고, 담대하게. 후츠파 정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