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생이 좋아하는 된장가지조림 이대역맛집 ‘착한순우리’
[유성호의 맛있는 동네산책] 가지 철이 다가온다. 가지는 6~8월까지 가장 많이 출하되고 또 그만큼 가장 많이 소비되는 계절이다. 제철 식재료를 다른 계절에도 맛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보관이다. 가지의 경우 제철에는 통풍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느슨하게 묶은 비닐봉지에 넣어 실온 보관하면 된다. 씻지 않고 냉장고 채소실에 비닐포장 후 꼭지를 위로해서 보관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오래 보관하고 싶은 경우 먹을 만큼 크기로 잘라 햇빛에 말린 다음 비닐팩 등 용기에 넣어 냉동실에 보관하면 된다. 냉동 가지는 볶음 요리에 사용하려면 저온에서 서서히 해동해 사용한다. 국물 요리에 사용하려면 녹이지 말고 국물에 곧바로 넣어 조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가지는 일년생 초본식물로 원산지는 인도이다. 중국의 ‘제민요술(齊民要術)’에 가지의 재배, 파종 등에 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적어도 1000년 이상 재배 역사를 갖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라 시대의 가지 재배와 성상에 관한 기록이 ‘해동역사(海東繹史)’에 남아있다. ‘동의보감(東醫寶鑑)’에도 신라 시대의 가지 재배와 생산에 관한 기록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을 통해 들어와 삼국시대부터 재배됐음을 알 수 있다.
가지는 품종에 따라 열매의 모양이 다른데 보통 구형, 난형, 중장형, 장형, 대장형의 5가지 형태로 나뉜다. 국내에서 재배되는 가지 주요 품종으로는 흑진주, 쇠뿔가지, 신흑산호, 가락장가지 등이 있다. 흑진주는 과실껍질이 흑자색으로 윤기가 나고 과육이 연해 상품성이 우수하다. 쇠뿔가지는 우리 농가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고 있는 재래종이다. 쇠뿔같이 생긴 가지를 총칭해서 부른다. 과실껍질이 두껍고 검보랏빛이 나며 과육이 단단하고 더위에 강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서울특별시 농수산식품공사에 따르면 경기도에서 64.0%, 강원도 16.2%, 경상남도 12.1% 등 92.3%가 이들 3개도에서 재배된다. 시·군별로는 경기 여주시, 강원 춘천시, 경기 광주시 순으로 이들 3개시에서 전체 61.4%가 출하된다. 좋은 가지를 고르는 방법은 윤기와 고유 빛깔이 진하고 꼭지 부분이 파릇한 것이 좋다. 길이는 25cm 정도로 길쭉하고 일정한 모양으로 선별이 잘된 것으로 표면에 흠집이 없고 육질이 무르지 않은 것이 상품(上品)이다.
가지는 껍질째로 요리하는 것이 좋다. 이유는 무른 육질을 유지하기 위한 것도 있지만 껍질에 항산화제와 영양소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가지는 잔디 식물 꽃가루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에게 알레르기를 유발할 수도 있다. 가지는 특히 중국요리에서 많이 사용한다. 어향가지, 가지튀김, 두반장 가지볶음 등이 우리에게 많이 알려져 있다.
지금은 염리3주택재개발과 아연2주택재건축 등 거대한 도시개발 지역 한가운데 섬처럼 놓여 있는 숭문길에서 재미난 가지요리집을 발견했다. ‘착한순우리’란 간판을 달고 한식과 분식을 함께 한다는 곳이다. 주 메뉴는 제육볶음, 뼈없는 갈비찜, 부대찌개, 김치찌개, 된장가지조림, 청국장 등 한식과 비빔막국수, 물냉면, 라면 등 분식이다.
이 식당의 특징은 주류를 판매한다는 것이다. 간판과 외관, 메뉴 등 어디에도 주점이란 인상이 없지만 메뉴판에는 소주, 맥주, 막걸리 등 3종의 대표적인 주류를 취급하고 있다. 그래서 가볍게 반주를 하기 적당한 곳이다.
길 건너 이화여대 학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들 학생들이 엄지를 세운 메뉴는 이름도 생소한 된장가지조림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가지요리를 접했지만 ‘조림’ 형태는 처음이다. 이 요리의 탄생 배경에는 여사장의 성장 배경과 맞물려 있다. 부모님 고향이 대구인 여사장은 중국에서 태어났다. 중국 국적이던 그는 1991년 귀화했다. 이런 개인의 가정사가 음식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된장가지조림은 아침나절 가지를 길쭉하게 손질한 후 적당히 튀겨놓는다. 이후 주문이 들어오면 살짝 튀겨낸 가지를 직접 개발한 된장베이스 양념장에 넣고 뚝배기에서 자작자작 지진다. 생 가지였으면 육질이 짓이겨질 수도 있지만 튀겨낸 것이라 모양새가 계속 유지된다. 마지막으로 대파를 조금 넣고 접시에 담아낸다.
가지는 중식의 주요 식재료다. 가지를 튀겨내는 것은 중식 요리법이다. 된장은 우리 민족의 정체성과 같은 식재료다. 된장소스에 자박자박 지지는 것은 우리식 요리법이다. 때문에 이 둘의 조합은 한중융합레시피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여러 식당에서 찬모와 주방장을 거친 손맛이 풍성하고 깊다. 그래선지 반찬 맛이 예사롭지 않다. 혼자서 경영하지만 부지런함이 느껴진다. 밥과 반찬은 무한 리필이다. 한창 때인 학생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음식 가격도 주변에 비해 비교적 싼 편이다.
우열을 가리는 게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두 번째 인기 메뉴로 올린다면 필자는 제육볶음에 점수를 준다. 식당 요리 특유의 ‘단짠’이 된장가지조림과 제육볶음에서 잘 드러난다. 밥반찬으로 제격이란 의미다. 술안주로만 주문할 때는 염도를 낮춰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필자가 이 식당을 좋아하는 이유는 붐비지 않는 편안한 시간에 ‘낮술’을 한잔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간휴게시간(브레이크타임)이 없어서 조용한 시간에 들러 간단하게 한잔 마실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오픈된 주방 탓에 여사장과 음식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 그만큼 음식에 대한 철학과 내공이 있는 분이다.
한편 가지는 흔치 않게 보라색을 띤 건강 식재료다. 가지의 보라색 성분인 안토시아닌과 나스닌은 폴리페놀의 일종으로써 항산화 작용을 해서 노화와 암을 예방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안토시아닌 성분은 눈과 간 기능을 강화시켜주고 혈압 상승을 억제한다. 나스닌 성분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주는 효과와 더불어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데 일정 효능이 밝혀졌다.
또 가지에는 칼륨 성분이 풍부하게 들어있어서 이뇨작용에 관여해 혈압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다. 다량 함유하고 있는 식물섬유는 변비개선, 비타민은 피로 회복을 도와준다. 결과적으로 가지를 꾸준하게 섭취하면 건강과 체력을 증진시켜주는 효능을 볼 수 있는 슈퍼푸드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