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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만 듣다가 가보니 역시 ‘명불허전’ 맛집

‘문배동육칼’ 본점...‘청춘구락부’ 일산점

용산구에는 문배동이란 동네가 있다. 문배산(문평산)에서 유래된 동명이다. 문배산은 그러나 문배동과 접해있는 신계동 248-1번지 일대에 있었다. 옛 용산구청에서 성산감리교회에 이르는 문배산 기슭 고개는 옛날 고갯마루 턱에 당집이 있어서 당고개로 불렀다. 지금은 고개는 없어지고 완만한 고개 마루만 남아있다.      


이 고개는 헌종 5년(1839) 기해박해 때 많은 수의 천주교인들이 순교한 곳이다. 당고개순교성지로 불린다. 서소문 밖 네거리, 양화진 옆 절두산, 새남터와 더불어 서울의 4대 순교성지 중 하나다. 주로 한성부 남부에서 거주하던 천주교인들이 1840년 1월 31일과 2월 1일 이 고개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당시 일반 신자는 서소문 밖, 사제는 새남터에서 처형됐다.      


설 대목을 앞둔 상인들이 대목장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처형장을 서소문 밖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해 달라는 민원이 발생하자 이곳으로 옮겼다. 이때 순교한 박종원·홍병주·홍영주 등 10명 가운데 9명은 1925년에 복자(福者)로 시복 됐다가 1984년 한국천주교회 200주년을 맞아 로마교황으로부터 성인으로 시성(諡聖)됐다.      

천주교 4대 순교성지 중 하나

  

옛 문배산 당고개에는 기해박해 때 순교한 천주교인들을 기리는 성지가 조성돼 있다.[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한국순교자현양회는 이곳을 순교성지로 개발하기 위해 1987년에 기념제대와 성모상을 세우고 이듬해 순교현양탑을 건립했다. 신계역사공원 안에 있다. 당고개가 있는 문배산은 용산(龍山)의 한 줄기로 일명 문평산이라고도 했다. 과거에는 일대가 공동묘지였다. 용산선을 부설하면서 묘지는 이전됐다. 일제 때는 지금 성산교회 자리에 일본인들이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의 신사를 짓기도 했다.      


육개장과 칼국수의 절묘한 만남

    

용산구 문배동에 위치한 ‘문배동육칼’ 본점은 육개장과 칼국수의 절묘한 조합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 지역에는 유명한 ‘문배동육칼’이란 식당이 있다. 동명을 식당 상호에 넣어 장소성을 강조했다. 문배동에 있는 ‘문배동 육칼’이다 보니 이곳이 본점이 틀림없다. 같은 상호를 쓰는 업체가 전국적으로 몇 개 있다. 소소한 가맹사업을 한 모양이다.      


육개장에 칼국수 조합은 절묘하다. 탕반 문화에 길들여져 밥 이외 조합을 크게 고려하지 못했는데, 칼국수와의 조합이라니. 요리는 응용이고 개발이다. 최근 족발에 돼지꼬리를 섞어서 판매하면서 배달음식업계 ‘대박’을 치고 있는 ‘미미족’ 역시 기발한 응용력의 산물이다.          


맵싸한 고춧가루 덕에 칼칼한 국물 맛과 대파를 풍성하게 집어넣어 달달한 맛으로 무장한 육개장은 일단 시각적으로 군침을 돌게 한다. 거기에 새하얀 면발의 칼국수를 따로 내주는 데, 소바를 쯔유를 찍어 먹듯 칼국수를 육개장에 푹 담갔다가 빨아들이는 맛이 일품이다. 칼국수 면 대신 밥으로 대체해도 좋지만 명색이 육칼집에 왔으니 꼭 칼국수와 합을 맞춰보길 권한다.      


메뉴 육칼은 육개장과 칼국수, 육개장은 육개장과 칼국수 조금과 밥을 내준다. 매운 것을 즐기지 않은 식객을 위해서 사골칼국수도 판다. ‘문배동육칼’은 삼각지고가차도 서쪽 편 청파로에 인접해 있다. 한쪽은 철길로 막히고 교통이 불편한 곳이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에는 대기 줄을 서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은 ‘맛집’이었다. 지금도 아침 일찍 문을 열어 오후4시면 문을 닫는다. 주류를 팔지 않고 오직 식사만 가능하다. 삼성동직영점에서는 육개장 전골과 양지수육 등으로 주류를 곁들일 수 있다.      


일산 정갈한 양‧대창 전문점

        

‘청춘구락부’ 일산점은 깨끗한 식당 내부와 정갈한 음식이 강점이다. 양대창과 등심 등 메인 메뉴도 좋지만 사이드 반찬이 한정식 식당 수준으로 훌륭하다.

추석 다음날 오진권 맛깔부대찌개 대표(전 놀부부대찌개 창업주)께서 맛있는 양‧대창 먹으러 가자고 연락이 왔다. 얼마 전 을지로 ‘양미옥’에서도 맛있는 양‧대창을 대접해 준 터라 먼 거리 불구하고 단박에 달려갔다. 대창보다는 양의 쫄깃한 식감이 미각을 자극한다.      


‘청춘구락부’는 서울 마포구 용강동에 본점이 있고 일산점은 일산동구 장항동에 있다. 본점은 손형석 대표가, 일산점은 동생인 손형호 대표가 각각 운영하고 있다. 일산 동구 지역은 고봉산 주변에 선사시대부터 사람이 살았다. 일산 대화동과 주엽동 일대에서는 약 5000년 전 볍씨가 발견되기도 했다. 오래전부터 선사인들이 논농사를 짓고 정착해서 살았다는 증거다.      


백제는 위례에 도읍을 정한 후 일산지역을 고구려의 남진을 막는 중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활용했다. 고구려는 광개토대왕과 장수왕대에 이 지역을 점령한 후 약 80년 동안 지배했다. 당시 이곳을 달을성현(達乙省縣)으로 불렀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신라 경덕왕 16년에는 고봉현으로 불렀다. ‘청춘구락부’ 일산점이 있는 고봉로는 고봉현의 옛 지명이 남은 것이다.      


삼국시대 이후 줄곧 고봉과 덕양으로 나뉘어 있던 고양지역은 조선 태종 13년(1413)에 두 지역의 앞 글자와 뒷 글자를 따서 고양(高陽)이 됐다. 지금의 고양이란 이름도 이때부터 유래됐다, 연산군 시대에는 이곳 일산을 비롯한 고양 땅은 금표구역 내에 포함돼 왕의 사냥터와 유흥지, 목초지 등으로 이용됐다. 1914년 군청소재지는 지금의 서울적십자 병원 자리에 있었다. 1930년대 고양 땅은 서울의 강북 대부분이 포함된 광활한 구역이었다.      


1980년 중면에서 일산읍으로 승격됐고 1989년 일산 신시가지 개발이 발표됐다. 한석규 주연의 ‘초록물고기’란 영화가 이 무렵 일산을 배경 했다. 1992년에는 고양시로 승격됐고 1996년 덕양구와 일산구로 분구된 후, 2005년 일산구는 다시 일산동구와 일산서구로 나뉘었다. 이제는 옛 정취가 거의 남아 있지 않고 대부분 아파트와 근린생활시설로 개발됐다.       

‘청춘구락부’ 일산점은 깨끗한 식당 내부와 정갈한 음식이 강점이다. 양대창과 등심 등 메인 메뉴도 좋지만 사이드 반찬이 한정식 식당 수준으로 훌륭하다.

‘청춘구락부’ 일산점은 일산 호수공원 근처와 라페스타가 인접해 있는 먹거리촌에 있다. 건물 앞뒤로 시원스러운 간판이 달려 있어 찾아가기 쉽다. 추석 당일 영업을 하루 쉬고 문을 연 매장은 매우 청결했다. 고기 굽는 집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닥빠닥한 느낌이 들었다. 대표가 매장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대번에 느낄 수 있는 정갈함이 있다.      


양과 대창, 홍창을 한꺼번에 접할 수 있는 메뉴가 있어서 주문했다. 소의 1번 위가 양이다. 양을 받치는 근육조직을 양깃머리라고 한다. 기름기가 거의 없어서 담백한 맛을 자랑한다.  

    

대창은 소의 큰창자다. 그래서 양·대창전문점은 한마디로 위와 창자를 파는 곳이다. 양은 기름기가 적고 대창은 과도하게 많기 때문에 두 부위를 조합해서 파는 전문점이 생긴 것이다. 대창 지방은 곱창의 곱과는 완전히 다르다. 지나치게 섭취하면 너무 기름져서 탈이 날 수도 있다.       


홍창은 4번째 위다. 홍창은 붉은 색을 띠어서 붙은 이름이다. 위의 마지막 부위라서 막창이라고도 한다. 일반 동물의 위와 같은 작용을 해서 진위라고 한다. 소 한 마리에서 약 400g 정도 나온다. 쫄깃하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얼마 전 ‘양미옥’을 다녀왔기에 두 식당의 맛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양미옥’과 ‘청춘구락부’는 ‘오발탄’, ‘양철북’ 등과 함께 양‧대창 전문점으로 입지가 단단한 식당들이다. 가격대가 다소 부담되지만 특유의 맛으로 단골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청춘구락부’은 양‧대창, 등심 등 육고기도 좋지만 가장 큰 장점은 밑반찬에 있다. 거의 한정식 식당 수준에 버금가는 정갈한 찬을 내놓는다. 메인을 받쳐주는 훌륭한 밑반찬은 대접받는 느낌을 줌으로써 손님 접대나 어르신을 모시고 오게 하는 요인이 된다. ‘청춘구락부’의 또 한방의 카운터 펀치는 수준 높은 평양냉면에 있다. 냉면 전문점과 견줘도 전혀 뒤지지 않는 맛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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