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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릉 답사 후엔 어느 맛집을 갈까?

북한 소재 2기 뺀 40기 연중답사 20회 진행

첫 답사 구리 동구릉 앞엔 중식 강호 ‘유래등’

두 번째 헌인릉엔 ‘통나무집’·‘대정’이 유명세      


필자가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역사인문동아리 ‘문화지평’(서울시비영리민간단체)은 올해 큰 사업 두 개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중 하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 40기를 모두 탐방 답사하는 ‘조선왕릉 프롬나드’란 프로그램이다. 프롬나드는 산책이란 의미다. 다른 하나는 ‘옛 전차길을 따라 시공간을 잇는 서울역사’라는 프로그램이다.      


조선왕릉 답사는 조선(1392~1897)과 대한제국(1897~1910) 시대에 조성된 왕과 왕비, 황제와 황후의 무덤을 빠짐없이 모두 돌아보는 프로그램이다. 유교를 통치 이념이던 조선왕조는 효와 예를 다해 왕릉을 조성하고 관리했다. 특히 왕릉은 풍수사상에 따라 최고의 명당을 선정했다. 아울러 최소한의 건조물을 설치해 주변 자연경관과 잘 어우러지도록 했다.      


왕릉 조성과 관련된 모든 절차와 관리 실태는 상세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도 각 왕릉에서는 고증에 따라 매년 왕릉제향을 지낼 수 있게 했다. 조선왕릉과 같이 500년 이상 이어진 한 왕조의 왕릉들이 별다른 훼손 없이 온전히 남아 있는 예는 매우 드물다. 이러한 역사적,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6월 30일에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조선왕릉

 

조선왕릉은 역사적, 보편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9년 6월 30일에 40기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됐다. 북한에 있는 2기는 제외됐다.

조선왕릉은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에서 정하고 있는 10가지 보편적인 가치 기준 가운데 세 가지 기준을 충족했다. 첫째는 ‘현존하거나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유일한 또는 적어도 독보적인 증거여야 한다’는 조건이다. 조선왕릉은 자연친화적인 독특한 장묘 전통으로 조선왕조 특유의 자연관과 세계관이 담겨 있다. 타 유교문화권 왕릉들과 다른 독보적이고 특출한 장묘문화가 특징이다. 풍수사상에 의한 인위적인 건축을 최소화해 자연환경을 최대한 고려하면서도 제향공간으로서의 위엄과 상징성을 갖췄다. 또 능의 형태와 석물 등은 예술적으로 조선만의 고유한 독창성을 담고 있다.     


조선왕릉 입지는 풍수사상을 기초로 한다. 왕실과 국가의 번영을 위해 자연지형을 고려해 터를 선정하는 것이 필수 사항이었다. 기본적으로 지형을 거스르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였기 때문에 크기나 구성에 있어 자연친화적이며 주변 경관과 잘 어우러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도읍지인 한양(현 서울) 주변의 한강을 중심으로 한강 북쪽 산줄기인 한북정맥과 남쪽의 지형인 한남정맥을 중심으로 택지 됐다. 그리고 봉분을 중심으로 한 능침공간은 조선의 풍수사상에서 길지라고 일컫는 사신사(四神砂)를 갖춘 배산임수 지형을 갖춘 곳으로 정해졌다.      

왕과 왕비의 시신이 들어있는 현궁(玄宮)이 묻혀있는 봉분은 혈처에 위치한다. 혈처는 땅의 기운이 집중되어 있는 곳으로 봉분이 자리 잡고 있는 언덕(岡)이 땅의 기운을 저장하고 능의 뒤쪽에 봉긋하게 솟아오른 잉(孕)은 그 기운을 주입시켜주는 역할을 맡아 혈처를 이룬다. 그래서 조선왕릉은 전체적으로 들고 산도 아닌 비산비야(非山非野)에 자리하는 특징을 가진다.      


두 번째는 ‘인류 역사에서 중요한 단계를 증명하는 건물 유형,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혹은 경관의 탁월한 사례여야 한다’는 것이다. 조선왕릉은 인류 역사의 중요한 단계를 잘 보여주는 능원 조영과 기록문화로 519년이나 지속해왔다. 이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사례다. 왕릉을 조성할 때 시기별로 공간의 크기, 건축 형식, 석물의 사용과 규모 등에서 각각 차이를 보이며 이를 통해 당시의 시대적 사상과 정치관, 예술관을 압축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왕릉 조성과 관리에 대한 내용은 의궤와 능지 등 여러 문헌에 기록돼 있어 당시 역사적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왕릉 조성 당시의 기술이나 물자, 인원 등을 세밀하게 기록하고 있어 당시의 기술 등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했다.     


조선왕릉은 공간 성격에 따라 진입공간, 제향공간, 능침공간의 세 공간으로 나눈다. 왕릉은 죽은 자를 위한 제례공간이기에 동선 처리에 있어서도 이에 상응하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죽은 자와 산 자의 동선을 엄격하게 분리하고 죽은 자의 동선만을 능침영역까지 연결시켜 공간의 상징성을 부여하고 있다. 홍살문에서 정자각까지 이어지는 향로·어로에는 산 자와 죽은 자의 동선은 공존하되 구별돼 있다. 산 자는 정자각의 정전에서 제례를 모신 뒤 서쪽 계단으로 내려오고 죽은 자는 정자각의 정전을 통과하여 능침공간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조선왕릉에는 화강석으로 만들어진 인물상과 동물상을 비롯하여 봉분의 둘레와 전면에 능주(陵主)의 영혼을 위한 의식용 석물을 배치했다. 조선시대의 왕릉은 음양사상과 풍수지리를 기본으로 해 신인(神人)과 신수(神獸), 신비한 힘을 지닌 신령한 도구와 상서로운 물건 등으로 꾸며 능실을 보호하고 왕의 영원한 안식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다. 이 같은 기원은 왕릉 주위를 장식하거나 주변에 배치된 석조 의례물의 모든 요소에 체계적으로 배어있다. 이것이 조선 왕릉 제도에서 석물의 역할로 한국인의 내세관과 수호적 성격이 상징적으로 반영돼 있다.     


석물은 대부분 능침공간에 배치돼 있다. 왕릉으로서 장엄함을 강조하고 주변 경관과 조형적으로도 조화를 이루고 있다. 조선왕조 500여 년 동안 42능(2기는 북한 소재)에 1300여 점의 조각이 동일한 유형으로 끊임없이 조성됐고 대부분 온전히 남아 있어서 역사적 가치와 예술적 고유성이 매우 높다.     


이는 한국미술사에서는 불교 조각 이외의 조각풍으로 조선시대 역사와 조각사를 읽을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정해진 규범 속에서 조선시대의 사후세계에 대한 신앙과 조상숭배 사상을 바탕으로 일관되게 표현했다. 현재까지 거의 훼손(도굴)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는 문화유산이다. 조선시대의 왕릉이 오늘날까지 잘 보존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왕과 유택에 대한 존엄성을 지켰던 덕택일 뿐 아니라 왕릉 조성과 의식 그리고 부장품에 대해 자세히 기록해 둠으로써 도굴로 인한 훼손을 미리 방지하는 지혜가 있었다.     


세 번째는 ‘탁월한 보편적 중요성이 있는 사건이나 살아있는 전통, 사상이나 신앙, 예술, 그리고 문학 작품과 직접 또는 유형적으로 연관돼야 한다’는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조선왕릉은 조상에 대한 효와 예의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 살아있는 유산으로 현재까지도 매년 각 왕릉에서 제향을 지내고 있다. 전주이씨대동종약원 각 능별 봉향회에 의해 제향이 600여 년 간 긴 역사적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이는 한국의 고유한 문화적 전통을 형성하고 있다는 평이다.      


이는 왕릉의 입지선정에는 풍수지리 이외에도 지역적 근접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풍수적으로 명당이면서도 왕궁이 있던 도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곳이 왕릉의 최적지였다. 접근성이 중요한 입지 조건이 되는 것은 후왕들이 자주 선왕의 능을 참배하고자 하는 효심의 실천에서 비롯된 것이다. 당시에는 사대문과 성저십리에는 매장을 할 수 없었다.      


왕릉답사 후 지역별 별미 여행 기대

 

‘유래등’의 다양한 메뉴들. 오랫동안 한 곳에서 탄탄한 요리를 선보이는 곳이다. 필자는 20년 전부터 다니던 곳이다.

조선왕릉은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 일대에 가장 많고 강원도 영원에도 1기가 있다. 때문에 이들 왕릉 탐방 답사는 각 지역별 미식여행과도 연계돼 기대감을 더한다. 오는 19일부터 1회 차로 동구릉을 답사한다. 경기도 구리에 있는 동구릉에는 건원릉(1대 태조), 현릉(5대 문종과 현덕왕후), 목릉(14대 선조와 의인왕후·인목왕후), 휘릉(16대 인조비 장렬왕후), 숭릉(18대 현종과 명성왕후), 혜릉(20대 경종비 단의왕후), 원릉(21대 영조와 정순왕후), 수릉(추존 문조와 신정황후), 경릉(24대 헌종과 효현황후·효정황후) 등 9개 능이 있다. 동쪽에 있어서 동구릉이라고 불렀고 한 곳에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다.    

  

동구릉 인근 맛집으로는 화교가 운영하는 ‘유래등’이란 중식당이 있다. 화교들은 간판에 ‘華商’이란 표현을 넣어 차별화를 두고 있다. ‘유래등’은 탕수육이 시그니처 메뉴다. 이와 함께 유니짜장, 삼선짬뽕, 잡채밥, 류산슬밥 등이 주식으로 인기가 높다. 대부분 유니짜장과 짬뽕 식사에 탕수육을 곁들이는 형태로 주문한다. 탕수육은 바삭한 튀김옷과 달달하고 매콤한 소스가 ‘부먹’ 형태로 제공된다.      


1차 동구릉·2차 헌인릉 답사 계획

한우 숯불구이 전문점 ‘통나무집’(사진 위)과 ‘대정’이라는 흑돼지 요리와 미국산 블랙앵거스가 유명한 곳이 있다.


2회 차로 찾을 헌인릉은 헌릉(3대 태종과 원경왕후), 인릉(23대 순조와 순원황후)가 묻혀있는 곳이다. 헌릉과 인릉을 통칭해 헌인릉이라고 부른다. 주변에는 한우 숯불구이 전문점 ‘통나무집’과 ‘대정’이라는 흑돼지 김치전골이 유명한 곳이 있다.      


‘통나무집’은 해발 700m의 청정지역인 강원도 횡성에서 키운 한우를 사용해 질 좋고 신선한 소고기를 제공한다. 현지에서 도축한 것을 최대한 빨리 공수해 숙성하지 않고 생고기로 제공한다. 채소도 강원도 둔내서 직접 재배해 공수하고 정갈한 밑반찬 맛으로도 유명하다.      

 

‘대정’은 1997년 문을 열어 송림정이란 고깃집으로 운영하다가 2018년 11월 메뉴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했다. 점심 메뉴는 지리산 흑돼지를 이용한 김치전골과 찜, 제육볶음을 비롯해 물메기탕까지 다양하게 준비돼 있다. 저녁 메뉴는 미국산 블랙앵거스(흑우)를 전문으로 취급하고 있다. 제철 채소를 이용한 다양한 밑반찬에 연륜이 느껴지는 맛이 이 식당의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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