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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술관 나들이 길끝…味각이 머무는 맛집

부동산 시장 흔들릴 때 미술 시장은 호재

꽤나 오래 전인 2006년 미국 팝 아트 거장 엔디 워홀((1928~1987)과 관련해 콜렉터 이야기를 다룬 기사를 쓴 적이 있다. 그 해는 크리스티 경매에서 워홀의 ‘오렌지 마릴린’(1962년 作)이 무려 1600만 달러에 낙찰된 때다.      


 당시 우리 미술시장도 막 달아오르기 시작할 무렵이다. 연말에 열린 한 경매에서 김수근의 ‘노상’이란 작품이 10억 4000만 원으로 낙찰돼 시장을 술렁이게 했다. 근현대 국내 작가의 미술작품으로는 최고가 거래였다. 해외 시장의 경우 크리스티에서는 어떤 날은 하루에 5억 달러 가까운 매출을 기록하는 등 한껏 달아오른 상황이었다.        


 ‘오렌지 마릴린’은 레온 크러샤란 개인이 1964년 레오 카스텔리 갤러리에서 1800달러에 구입했다. 당시만 해도 뜨지 않은 작가의 작품에 지불하기엔 적지 않은 금액이었다. 크러샤는 한 잡지 인터뷰에서 “이 그림은 IBM 주식과 같은 겁니다. 지금이 살 때에요!”라고 외쳤다.     


 1950년대 태동한 팝 아트가 뜰 것이라곤 누구도 쉽게 예상치 못했던 때다. 크러샤의 외침은 시장에서 외면당했지만 결론적으로 그의 말이 옳았다. ‘오렌지 마릴린’은 독일인 컬렉터인 칼 스트로허에게 약 2만 5000달러에 팔렸고 크러샤가 죽은 후 주인이 몇 차례 바뀌고 40여 년 만에 1600만 달러라는 경이적인 가격의 미술품이 됐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미술품이 주식이나 수익증권과 같이 재테크의 수단이 된 지 오래다.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미술시장이 호황을 맞는다. 지난해 우리나라 미술시장의 성황도 부동산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커지는 미술품 거래 시장...서울은 아시아 허브 도약     

KIAF 서울[사진=KIAF]

 국내 가장 큰 미술시장인 ‘키아프 서울’은 지난해 코로나 팬더믹 이후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렸다. 단 5일간이었지만 약 8만 8000여 명의 관람객이 다녀갔고 작품 판매액은 무려 650여 억 원으로 집계돼 미술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올해 키아프 서울은 영국 프리츠(FRIEZE)와 손을 잡음으로써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이목이 쏠릴 예정이다. 프리츠는 스위스 아트바젤, 프랑스 피악과 더불어 세계 3대 아트 페어로 불린다. 내로라하는 국내외 메가 갤러리들이 총출동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키아프 서울은 9월 3일부터 6일까지, 키아프 플러스 2일부터 5일까지 열린다. 키아프 플러스(Kiaf PLUS)는 새로 론칭되는 아트페어로 키아프 서울이 열리는 코엑스와 2km 떨어진 세텍(SETEC)에서 열린다. 기존 컨템퍼러리 아트는 물론 폭발적 관심을 받고 있는 NFT(대체불가토큰)를 포함한 모든 장르를 선보일 예정이다.              

 지난해 국내 미술 시장은 약 5000억 원대를 기록했다. 올해는 두 배인 약 1조 원 대로 폭발적 성장이 예상된다. 해외 언론에서는 지금까지 홍콩이 아시아 미술시장을 선도했지만 서울이 ‘아시아 허브’로 발돋움할 원년이 될 것이란 전망에 따른 것이다.      


 국제적 미술 전문 매체 ‘더아트뉴스페이퍼’는 지난해 10월 15일 자에 ‘Korean wave: could Seoul become the art capital of Asia?’(한류 : 서울은 아시아 예술 수도가 될 수 있을까?)란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에 따르면 독일의 쾨닉갤러리가 지난해 4월 럭셔리 부티크 MCM하우스에 문을 열었고, 10월엔 한남동에 오픈한 오스트리아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를 포함해 여러 해외 갤러리가 서울에 지점을 오픈했다. 이에 앞서 뉴욕에 기반을 둔 글래드스톤갤러리도 서울에 전초기지를 열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올 키아프 서울을 앞두고 세계적인 갤러리들이 대거 서울에 전초기지를 둔 것이다. 이들은 중국에 반환된 홍콩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탄압을 우려했고 무엇보다 세금에 우호적인 서울을 대안지로 삼았다.                 


 강소정 아라리오갤러리 이사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은 세금, 배송, 정치적 문제가 없어 편리하고 안정적이라서 아시아 시장과 세계 시장의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박경미 PKM갤러리 회장도 “한국 미술 시장이 2020년 말부터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서울로의 이동은 매우 시의적절하고 운이 좋다”며 “이런 분위기가 2022년 9월 키아프 서울이 열릴 때까지 계속될 것 같다”고 했다.               


강북 인사·삼청·평창·서촌 갤러리 밀집 

강남은 청담·한남동 이어 논현동 부상

미술 관람 후 봄 식단 맛집 어떠세요?     


학고재 법관스님의 ‘선禪2022’, 가나아트갤러리 요리코 타마바타케 개인전, 갤러리산촌 김미령 등 4인4색전(상단 시계방향)

 자! 아시아 허브로 급성장한 우리나라 미술시장에 대해 알아봤으니 이젠 작품들이 몰려있는 갤러리 탐방과 ‘금강산도 식후경’ 갤러리 옆 봄철 입맛을 돋우는 맛집을 찾아가 보자.      


 전통적으로 갤러리는 부촌을 중심으로 형성된다. 경제논리에 따라 구매력 있는 자산가들이 사는 동네로 자연스럽게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갤러리 중심의 미술시장 시초는 인사동이다. 70년대부터 화랑과 갤러리가 들어섰고 지금은 부촌의 재편에 따라 초기 지형과 많이 달라졌다. 현대화랑, 학고재 등 굵직한 화랑이 빠져나간 인사동에는 인사아트센터, 인사아트플라자, 가나아트 등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가나아트는 인사동 골목(관훈동)을 거점으로 평창동, 한남동, 부산 해운대구 등으로 확장한 메이저 갤러리다.          


인사동사찰음식 베이스 채소 식단 山村’          

인사동 산촌의 정식

 인사동엔 ‘山村’(산촌)이란 갤러리 겸 식당이 있다. 사찰음식을 표방하지만 현대인들의 입맛에 맞춰 변화를 줬다. 산나물을 이용한 각종 나물무침과 묵나물, 부각, 조림 등 다양한 찬이 눈과 입을 즐겁게 한다. 식당과 갤러리가 한 곳에 있는 경우가 드문데, 산촌은 그런 면에서 독특한 곳이다. 꽤 넓은 한옥채에 들어 있는 곳이라 제법 운치도 있다.              


 단일 메뉴인 정식은 전식, 물김치, 죽, 산채 모둠나물, 김치, 겉절이, 고사리, 도라지, 튀각, 두부, 묵. 감자, 더덕무침, 산채잡채, 튀김류, 고소나물, 전류, 밥, 찌개, 차, 유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승려 출신 김연식 대표가 산사에서 익힌 사찰음식에서 영감을 받아 채식 위주 식단으로 메뉴를 만들었다. 코로나 전에는 저녁에 공연도 있었으나 아직은 재개하지 않았다. 대신 점심과 저녁 식대(3만 3000원)를 동일하게 운영 중이다. ‘산촌’은 비건들이 한번쯤 가볼 만한 성지다. 화학 첨가물은 사용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향미로 맛을 낸다. 운 좋은 날은 김 대표의 피아노도 감상할 수 있다. 그는 개인전도 다수 개최한 화가이자 문인이기도 하다. 수필가이자 화가였던 천경자 화백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가격이 조금 가벼운 채식 뷔페전문점 ‘한과채’(1인 1만 5000원)도 나물을 좋아하는 채식주의자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조선간장과 천연재료로 만든 각종 조미료로 맛을 낸다. 갖은 나물, 전, 죽, 된장국 등의 30여 가지 메뉴와 직접 만든 두부, 떡을 선보인다. 12가지 한약재를 달여 만든 물로 짓는 한약밥이 매력적이다.              


삼청동한 끼 무난한 청국장비빔밥 청국장밥’          

소격동 아기자기한 골목길에 위치한 식당 ‘청국장밥.

 인사동에서 살살 빠져나온 갤러리들이 둥지를 튼 곳은 삼청동이다. 대표적인 곳이 ‘학고재’다. 1988년 인사동에 똬리를 틀었던 학고재는 개관 20주년이 된 2008년 삼청동으로 옮겼다.  학고재는 오윤, 신학철, 강요배, 이종구 등과 같은 민중미술가들에게 공간을 열어줌으로써 미술계에 신선한 충격을 줬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일본 모노하의 주창자 이우환, 한국 단색화 대표 작가 정상화, 한국 페미니즘 미술 대모 윤석남 등 거장들의 역작도 소홀함 없이 유치해 위상을 공고히 했다.  지금은 법관 스님의 ‘선禪2022’ 전시가 5월 1일까지 이어지고 있다. 법관은 강원도 강릉 능가사에서 수행하는 승려화가다. 

     

 삼청동 길을 따라 오르다 국무총리공관에서 좌회전하면 PKM 갤러리가 나온다. 2004년 한국 화랑 최초로 프리즈 아트 페어에 초청된 역량 있는 곳이다. 2001년 종로구 화동에서 시작해서 청담동, 북촌 등을 거쳐 2015년 이곳에 통합해서 자리를 잡았다. 학고재에서 PKM 갤러리를 가다 보면 국립현대미술관, 금호미술관 등 크고 작은 갤러리를 무수히 만날 수 있다.     


  소격동 아기자기한 골목길에 위치한 식당 ‘청국장밥’은 가볍게 한 끼 식사로 갖은 나물과 냄새가 무난한 청국장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이곳은 청국장에 코다리, 불고기, 곤드레 전병, 돈가스 등을 곁들여 먹을 수 있다. 다만 2인부터 주문이 가능하다.           


평창동쌈 채소가 그리울 땐 강촌쌈밥’       

        

평창동 '강촌쌈밥'은 다양한 쌈채소를 접할 수 있는 곳이다. 

 평창동은 산 중턱과 좋은 자연환경 때문에 1980년대 후반부터 고급 주택가가 형성됐다. 산 좋고 물 좋은 곳이라 유명 미술작가들도 다수 둥지를 틀었다. 1992년 토탈미술관이 개관한 데 이어 이응노미술관, 김흥수미술관이 속속 들어섰다. 3대 갤러리로 꼽히는 가나아트센터는 1998년에 들어섰다. 가나아트센터는 외관부터 볼만하다. 프랑스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했다. 미술은 물론 멋진 건축물까지 볼 수 있는 곳이다.      


 가나아트에서는 지금 일본 신진 작가인 요리코 타마바타케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익숙한 화풍은 일본 모노파와 한국의 단색화 경향을 적절히 혼용했기 때문이란 평이다.      


  평창동에는 쌈 채소를 한껏 먹을 수 있는 ‘강촌쌈밥’이 있다. 쌈 채소 21가지를 제철과 수급에 맞게 제공하고 있다. 메뉴도 쌈밥정식과 편육으로 단출하다. 정식을 시키면 편육이 포함돼 나오는 데 실제로는 수육이다. 은행, 단호박, 조, 도라지 등을 넣은 영양돌솥밥 구성도 합격점이다.       


 한편 부의 축이 강남으로 이동하면서 갤러리가 청담동, 한남동에 이어 최근에는 논현동으로 이동하고 있다. 서울은 명실상부 아시아의 미술 허브가 되고 있다. 남은 봄, 갤러리 투어와 미각 여행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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