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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유산으로 새로 지정된 노포 맛집은

‘잼배옥’ㆍ‘오장동흥남집’ㆍ‘복성각’ㆍ‘소문난개미집’


1933년 창업 3대 잇는 설렁탕전문점 ‘잼배옥’

오장동 함흥냉면골목 양대산맥 ‘오장동흥남집’

50년대 신촌 명물 지금은 마포로 간 ‘복성각’

공사장 인부 식사배달로 시작 ‘소문난개미집’     


 

지난 2020, 2021년에 서울미래유산으로 새롭게 지정된 노포 맛집을 지난 호에 이어 소개한다. 이번에 소개할 미래유산 맛집은 함흥냉면 강자 ‘오장동흥남집’, 설렁탕 노포 ‘잼배옥’, 중식 강자 ‘복성각’ 마포본점, 분식계 전설 ‘소라분식’, 아귀찜 전문점 ‘소문난개미집’이다.      


미래유산은 외형적 특성에 따라 문화적 인공물, 문화적 행위·이야기, 배경으로 구분한다. ‘문화재보호법’에 의해 지정 혹은 등록된 문화재가 아닌 것 중에서 시민들의 공통된 기억과 감성을 대변할 수 있는 것을 대상으로 한다.


음식점은 시민생활분과에 속하는 데 세부선정기준에 따르면 사업자등록증 상 개업 연도가 1970년 이전인 소매업종 중 최초 또는 대표성이 있는 것, 가업전승, 장소의 연속성 유지, 독특한 이야깃거리, 변경된 적 없는 상호 등 시민들이 공유할 가치를 한 가지 이상 갖고 있어야 한다.      


필자는 2016, 2019, 2021년 서울시의 미래유산 활성화 사업을 진행해서 누구보다 미래유산에 대한 이해가 높고 애정이 깊다. 그래서 가급적 많은 서울미래유산을 알리고 싶고 특히 식당의 경우 꼭 들러서 오래도록 좋은 맛을 유지하라고 당부하고 있다.      


음식에 대한 기억은 쉬 잊질 못한다. 지금도 평양냉면 노포에 가면 흰머리 성성한 어르신들이 많은데, 대부분 고향이 북쪽인 실향민이다. 그게 아니라면 오래전부터 평양냉면을 먹어서 맛을 잊지 못하고 찾아온 이들이다. 미래유산 노포들도 다 그런 연유에서 오랜 단골들이 많다. 


칠패시장 상인들 든든한 한 끼 책임      


잼배옥 외관과 대표메뉴 설렁탕.

잼배옥은 1933년 창업주 김희준 씨가 개업해 3대째 운영하고 있는 설렁탕 전문점이다. 처음엔 서울역 근처 동자동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1974년 서울시청 건너편 옛 중앙일보사 인근에 자리를 잡아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잼배옥이란 상호는 동자동의 예전 지명인 잠바위골에서 잼배를 따왔다. 상호도 없이 시작한 것을 오래된 단골들이 ‘잼배옥’이라고 붙여줬다. 잼배옥 2대 주인 김현민은 ‘잼배’의 뜻에 대해 “잼배옥이 생겨난 곳이 바로 잠바위인데 제 고향이 중구 도동 1가 91번지요. 지금 남대문 5가동 말이오. 거기에 잠바위가 있었어. 붉은 자(紫), 바위 암(岩). 자바위가 잠바위가 된 거지. 그게 잼배가 되고. 잼배옥이란 일본식 가게를 뜻하는 옥(屋) 자를 붙여서 작명한 것이지”라고 말했다.      


서울에 설렁탕이 처음 규모를 갖춘 곳은 남대문 밖 잠배였다. 20세기 초까지 남대문 안쪽에는 한성에 물건을 공급하는 선혜청 창내장(현 남대문 시장)이 있었다. 남대문 바깥쪽엔 한강을 따라 올라온 생선을 주로 파는 칠패시장이 있었다. 새벽에 장이 열리는 칠패시장 때문에 어물전 상인과 인부들은 새벽부터 문을 여는 식당이 필요했다. 칠패시장 주변 잠배 설렁탕은 이들 상인들의 든든한 한 끼였다.      


잠배에 있던 설렁탕 식당들은 1900년 경인철도 남대문정거장이 세워지면서 급속히 몰락한 칠패시장과 운명을 같이한다. 하지만 6.25전쟁 이전까지 잠배골에선 ‘잠배설렁탕’이란 집이 유명했다. ‘잼배옥’의 이름에는 이러한 지명에 관한 서울의 역사가 녹아있다.     


1933년부터 서울역 앞 동자동에서 설렁탕을 팔기 시작한 1대 김희준 씨는 6.25전쟁으로 지금의 논산훈련소 자리까지 피난을 갔다가 그곳에서도 천막을 치고 장사를 하였다. 전쟁이 끝나자 상경한 이후에는 남대문 근처에 자리를 잡고 잼배옥 간판을 올리고 운영을 하였다.     


1982년 김희준 씨가 돌아가시자 아들 현민 씨가 대를 이었고, 아버지를 따라 주방에 들어가 육수를 배우기 시작했던 3대 경배 씨가 부인 윤경숙 씨와 함께 97년부터 가업을 잇고 있다.  잼배옥의 설렁탕은 가마솥 불을 끄지 않는다고 한다. ‘씨육수’를 그대로 보존해서 새로운 탕에 섞어서 계속 끓인다. 진한 육수 맛을 위해서다.     

실향민 향수 달래주던 좌판에서 발전     

오장동흥남집 외관과 대표메뉴인 함흥 물냉면, 비빔냉면.

1953년 노용언 창업주가 문을 연 ‘오장동흥남집’. 오장동 함흥냉면 골목에서 ‘오장동함흥냉면’과 양대 산맥을 이루고 있다. 이곳도 여름철만 되면 식객들 줄을 길게 세운다. 1968년 창업주의 며느리 권기순 씨가 이어받아 지금은 아들 윤재순 씨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3대째 가업을 잇는 곳이다.      


창업주는 1.4후퇴로 피난을 내려와 호구지책으로 좌판에서 냉면을 팔기 시작했다. 실향민들이 싼값에 향수를 달랠 수 있어서 많이들 찾았다. 1960년대 지금 자리로 옮겨 오장동 시대를 열었다. 흥남집이란 상호는 창업주의 고향에서 따왔다.         


평양냉면에 길들여진 필자는 함흥냉면을 잘 찾지 않는다. 그러나 냉면보다 먼저 주전자에 담아 나오는 뜨겁고 짭짤 고소한 육수는 매력적이다. 간혹 함흥냉면 집에 가면 두어 주전자쯤 들이키고 나온다. 세월에 따라 음식 맛이 조금씩 변해 과거 까끌하던 면발도 매끈하게 바뀌었고 질긴 정도도 좀 나아졌다. 특히 매콤했던 비빔장 맛도 서울사람 입맛에 맞게 조금씩 변해 지금은 ‘맵달’(맵지만 달달한) 수준이다.      


화교가 개업 지금은 한국인 사장     

복성각 입구와 인기 메뉴 납작짜장.

1953년 신촌에서 창업한 복성각은 일대를 대표하는 중국 요릿집이었다. 화교가 대대로 영업을 해오다가 2011년 마포로 자리를 옮긴 후 지금은 한국인 사장이 영업을 하고 있다. 개업 당시 신촌 일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대학생의 추억 장소로 이름을 날렸다. 마포로 옮긴 후에는 주 고객이 직장인이 됐다.      


복성각이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된 이유는 기존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 않지만 오랜 기간 신촌 대학가의 주요 음식점으로 자리해 대학생들의 추억의 장소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울 미래유산은 시민들의 기억까지도 유산으로 폭넓게 삼고 있다,     


룸 구비가 잘돼 있어서 단체 모임 하기 적당하다. 중국집의 시그니처인 짜장면에 대한 손님들 호평이 좋다. 런치와 디너 세트메뉴 가격이 합리적이고 가성비가 좋은 게 특징이다. 기본적으로 주방 요리 실력이 단단해서 웬만한 요리가 다 만족스럽다.      


아귀찜·매운탕이 주력 메뉴     

소문난개미집 외관과 대표메뉴 아귀찜.

소문난개미집은 1945년경부터 장사를 시작해 같은 장소에서 2대째 식당 운영하는 곳이다. 네이버 식당소개에서는 45년 전통이라고 소개하고 있어 다소 간극이 크지만 오래된 식당인 것만은 틀림없다.      


당시 주변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인부들 대상으로 식사 배달을 하면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때 인연을 맺었던 손님들이 지금도 찾는다고 한다. 대표 메뉴는 아귀찜, 매운탕이고 주문이 들어오면 즉시 수족관에서 재료를 꺼내 즉석에서 조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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