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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와 서귀포시서 만난 탐라의 맛

‘동문수산시장’ㆍ‘영천횟집’ㆍ‘오가네전복설렁탕’ 

제주 은갈치 조리해 먹는 ‘동문수산시장’ 

횟집서 먹는 제주 고등어조림 ‘영천횟집’

다양한 전복요리 전문 ‘오가네전복설렁탕’      

기품 있는 제주식 한정식 맛집 ‘화수분’     


오랜만에 제주를 다녀왔다. 제주에 가면 늘 제주 관덕정 근처에 묵는다. 공항에서 가깝고 구도심의 정취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가까운 곳에 동문시장과 골목시장 등이 있어서 제주의 맛을 접할 수 있는 곳이 많은 것도 한 이유다.       


관덕정은 1448년(세종 30) 안무사 신숙청이 창건한 후 1480년(성종 11)에 목사 양찬에 의해서 중수된 누정이다. 그 후 고종 때까지 총 7차에 걸쳐 중수됐다. 1924년에는 일본인이 보수하면서 15척이나 되는 곡선의 처마를 2척이나 줄여 전통미가 사라졌다. 1969년에 10번째 중수 때는 대대적으로 해체해 새로 보수하면서 관덕정의 옛 위용은 사라졌다고 한다.     


해방 후 1948년 9월에 관덕정은 제주도의 임시도청으로, 1952년도에는 도의회 의사당, 북제주군청 임시청사, 1956년에는 미공보원 상설 문화원으로 사용되는 등 부침을 겪었다. 1959년 국보 제478호로 지정됐다가 1963년 보물 제322호로 재지정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없는 게 없는 제주 동문시장      

관덕정 인근에 위치한 동문시장은 제주도 구도심의 대표적 상설시장이다. 이 지역은 과거 제주 목관아가 있던 제주의 중심지였다. 동문시장은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1년 내내 현지인과 여행객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낮에는 제주 상인들의 삶을 담은 시장의 모습을 볼 수 있고 밤에는 먹거리가 가득한 야시장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제주 특산품, 기념품, 의류, 먹거리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제주 만물상으로 불린다. 제주공항과도 가까워 섬을 떠나기 전 잠시 들러 쇼핑하기에도 좋다.     


동문시장 내에는 동문수산시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제주의 대표적 어종인 은갈치, 고등어(횟감), 당일 제주산 옥돔 등 수산물 등을 판다. 노량진수산시장과 비슷한 형태로 수산시장서 산 어류를 근처 식당서 조리해 먹을 수 있다.      


은갈치의 반짝이는 비늘에는 구아닌 성분이 있어서 신선도를 오래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낚시로 한 마리씩 건져 올려 잡은 갈치는 그물로 잡을 때처럼 몸이 부대끼지 않아 은빛을 유지한다. 그래서 주낙이나 채낚기로 잡은 갈치를 은갈치라고 부른다.      


주로 제주도와 남해에서 이 방식으로 어획된다. 수심이 깊은 곳에서 그물로 대량 어획한 갈치는 그물 안에서 요동치는 동안이나 그물에서 어창으로 쏟아붓는 과정 등에서 몸의 비늘이 많이 떨어져 나가고 상처도 생긴다. 비늘이 벗겨진 피부는 금방 거무튀튀해지는 데 이를 먹갈치라고 한다. 원양어업에서 그물로 잡은 갈치는 먹갈치로 분류되고 목포 등 전남 지역에서 3~5월에 조기잡이 배들이 그물로 잡은 갈치도 먹갈치라고 한다.    

  

필자는 은갈치 한 마리를 사서 구이용과 조림용으로 나눠 손질을 부탁했다. 갈치 상인은 가장 두툼한 몸통부위는 크게 두 토막 잘라서 구이로, 나머지는 잘게 토막 내 조림용으로 손질해 줬다. 이를 이근 식당으로 가져가 구이와 조림을 해달라고 하면 그에 해당하는 상차림 비용을 내면 된다.      


갈치가 조리돼 나올 동안 오징어 회를 한 접시 시키면 기다리는 무료함을 달랠 수 있다. 노릇하게 구워 나온 두툼한 갈치는 손에 들고 갈비 뜯듯 훑어 먹는 재미가 있다. 잘 구워진 갈치는 비릿함보다 고소함이 압도한다.      

서부두 앞바다가 보이는 뷰 맛집      

제주 서부두방파제로 가는 길에는 서부두명품횟집거리가 조성돼 있다. 방파제 끄트머리쯤 위치한 ‘영천횟집’은 자연산회, 매운탕, 전복내장볶음밥, 다금바리, 갈치조림, 참돔 등이 주력이다. 필자는 이들 주력메뉴 대신 고등어조림이 갑자기 당겨서 조심스레 물었더니 흔쾌히 해준다는 답이 돌아왔다. 2층으로 안내를 받고 자리를 잡았는데 서부두방파제 앞 바다가 훤히 보이는 뷰 맛집이었다.      


고등어조림은 무, 대파를 듬뿍 집어넣고 제대로 졸여낸 맛이다. 조림요리는 양념 비율과 향신료 종류에 따라 천차만별 맛이 난다. 납작하게 썬 무를 냄비에 깔고 토막 낸 고등어를 펴서 얹은 다음 고춧가루, 다진 파, 마늘을 섞은 양념장을 얹어 중불로 끊여 나온다.      


제주 식당에서는 고추장 고등어조림에 묵은지 올리는 곳이 많지만 이곳은 무와 대파를 사용했다. ‘영천횟집’은 고등어조림 맛도 맛이지만 손님의 어려운 요구를 들어준 친절과 바다가 보이는 뷰 맛집으로 소개한다.     

맛집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곳      

서귀포시 중산간동로에 있는 ‘오가네전복설렁탕’에서 제주에 사는 친구를 만났다. 이 식당은 친구가 선택한 동네 주민 맛집이다. 물론 지금은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와서 대기를 해야 할 정도가 됐다. 필자가 맛집을 선정하는 기준은 맛도 맛이지만 친절도와 가성비, 음식 담음새 등이다. 그런 면에서 이 식당은 모든 것을 충족시킨다.             

대표메뉴인 전복설렁탕을 주문하면 돌솥밥과 설렁탕, 얇게 썬 생전복이 나온다. 생전복은 곧 설렁탕에 입수되는 운명(?)이다. 냉동전복이 아닌 생전복을 쓴다는 것과 양이 이만큼 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인데, 정갈하고 깔끔하게 썰어냈다. 설렁탕의 양지 고명과 그 위에 얹은 대추꽃은 대접받는 느낌을 갖게 한다. 

     

사이드 메뉴로 나온 배추김치도 단아하게 담았고 컬러풀한 전복물회와 삼색만두는 눈과 입 오감을 즐겁게 했다. 고등어구이 역시 정확한 칼집과 노릇한 굽기 정도 등 모든 요리를 만들고 담는데 상당한 공을 들였다. 이런 음식점이 서울에도 있으면 참 좋겠단 생각을 들게 한 곳이다.      


사찰음식 기반 제주식 정식 맛집

제주 일도이동에 있는 ‘화수분’이란 식당에서는 정갈한 정식을 맛볼 수 있다. 이곳을 경영하는 정두련 대표는 사찰음식 요리연구에 조예가 깊다. 선재스님, 정관스님 등으로부터 사찰음식을 배웠다. 그래서 조미료를 쓰지 않기로 유명하고 음식이 정갈하고 맛이 깔끔하다.      


옥돔과 흑돼지 수육, 돌솥밥을 주식으로 가지무침, 멸치볶음, 새콤한 오이무침, 불맛을 살짝 입힌 잡채, 감칠맛 폭발 깻잎간장절임, 자작한 수제 강장 등이 반찬으로 곁들여지는데, 음식마다 맛이 웅숭깊고 품위가 있다. 특히 배추된장국의 은은한 맛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생각이 난다.     


‘화수분’은 이번이 세 번째 소개인데 그만큼 제주에 갈 때마다 들리는 곳이란 의미다. 지금은 동네 주민 맛집이지만 언젠가 전국구 맛집으로 소문날 날이 있을 것이다. 음식에 진심이 담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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