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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은해 묵혀뒀던 시청역 양대 이태리요리 맛집

레나(RENA)ㆍ어반가든(URBAN GARDEN)

세련된 음식·쾌적한 공간·합리적 가격 ‘레나’

봄이 기다려지는 아름다운 식당 ‘어반 가든’      


지난해 말 여러 가지 일들이 몰려 ‘맛있는 동네산책’(맛동산) 연재를 잠시 쉬었다. 계묘년 심기일전해서 다시 맛집 기행을 이어간다. 먼저 독자 여러분께 새해 인사를 드린다. 많이 걷고 뛰고 영양섭취해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시길 기원한다. 아울러 일과 휴식 밸런스를 잘 맞춰서 질 높은 삶을 영위하시길 바란다.      


올해 칼럼의 큰 변화는 없다. 지금껏 해왔듯이 ‘금강산도 식후경’ 형식이다. 지역의 역사나 음식문화의 배경, 특정 식당 음식에 대한 간단한 해설을 적당히 버무린 ‘비빔밥 칼럼’이다. 몇 번 강조했지만 특정 맛집을 일부러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호구를 위해 밥 먹으러 갔다가 맛과 친절이 조화로운 식당이 있으면 소개하는 형식이다.      


동행한 지인이 음식 값을 지불할 때 빼곤 거의 대부분 ‘내돈내산’이다.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경우는 따로 소개하지 않는다. 또 아주 빼어난 맛을 가진 곳도 적당한 선에서 소개한다. 왜냐면 입맛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필자 입맛에 맞지 않지만 다른 식객에겐 꿀맛일 수 있고 도 그 반대일 경우도 있다. 때문에 그동안 매우 조심스럽게 칼럼을 썼다. 다만 친절하지 않은 식당은 한마디 꼬집고 갈 때도 있었다. 음식의 맛은 재료 본연에서 우러나오는 것도 있지만 친절이란 조미료가 한몫한다. 과식보단 좋은 게 과잉친절이란 생각이다.      


새해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면 좋으련만 모바일 폰에 담겨 있는 묵은해 묵혀뒀던 ‘맛집’이 몇 곳 있어 한 해를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소개한다. 전 국민 1인 1 모바일폰과 다양한 사회관계망(SNS) 시대에 더 이상 숨은 맛집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잘 되는 식당은 잘되고 안 되는 곳은 안 되는 빈익빈 부익부 식당만 있을 뿐이다.      


장사가 잘되고 못되고 기준은 역시 ‘맛’이다. 일반적으로 70% 고객의 입맛을 사로잡으면 맛집이라고 한다. 장사가 안 되는 식당은 변화가 필요하다. 내 음식은 맛있는 데 손님이 몰라준다는 생각 하면 오산이다. 입맛은 보편적이다. 미각이 뛰어나다는 말은 그저 미세한 차이가 있다는 의미일 뿐이다. 올해도 독자들과 맛집을 찾는 여정을 시작한다.         

  

연말연시 문전성시 지중해식 건강요리 전문점

이태리요리전문점 ‘레나’는 지중해식 건강식을 지향한다. 사진은 샐러드, 피자, 파스타, 스테이크 중 선호하는 것을 골라 조합해 이름을 붙인 ‘문화지평’ 코스다.

2018년에는 칼럼이 ‘맛있는 동내산책’이 아니라 ‘식사하실래요’란 제목이었다. 인물에 대한 인터뷰가 메인이었고 뒷부분에 인터뷰를 진행했던 장소인 식당 소개를 간략하게 하는 형식이었다. 당시는 스카이데일리의 지면이 나오지 않던 때였다.      


당시 시청역 9번 출구 근처 레나(R.ENA)란 이태리요리 음식점이 개업했다. 레나란 ENA호텔 2층에 들어선 레스토랑이란 의미서 붙은 이름이다. 강서면옥, 진주화관, 우림정, 잼배옥 등 서울의 대표적 노포들이 즐비하게 들어선 골목에 비즈니스호텔이 들어서면서 이들에게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물론 메뉴가 이태리요리라서 겹치진 않았다.      


식당이 빠르게 자리를 잡기 위해서 유명 셰프에게 레시피를 맡겼다. 그가 지금 남산3호터널 명동 쪽 입구에 자리 잡은 ‘한상훈셰프’란 식당의 한상훈 셰프다. 청와대 양식조리 담당으로 유명세를 탔던 그는 청와대를 나와 강남에서 심빠띠아란 이태리요리 전문점을 열어 성공시킨 역량 있는 요리사다. 이후 그는 지금 자리에 모리나리란 이름으로 식당을 연 상태서 레나를 오가며 메뉴를 만들고 레시피를 잡았다.       


레나의 요리는 평범한 이태리요리지만 추구하는 지향점은 지중해식 식단이다. 지중해식 식문화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중 하나다. 키프로스, 크로아티아,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모로코, 포르투갈 등 지중해에  접해있는 국가의 식문화를 통칭한다. 이 지역에서 음식과 식사를 통해 형성된 모든 무형의 문화를 유네스코는 인류가 지켜야 할 소중한 무형문화유산으로 정한 것이다.


지중해식 식문화는 영어로 ‘Mediterranean Diet’다. 흔히 살 빼는 데 쓰이는 용어인 다이어트란 단어가 눈에 띈다. 이는 그리스어 ‘디아이타(diaita)’가 어원인데, ‘식사와 일상생활’이란 의미다. 그만큼 다이어트 식단과 같은 건강식단이란 의미다.      


초창기 한 셰프가 만든 메뉴에서 변화는 있지만 골격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한 나라의 음식문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양한 셰프의 손을 거치면서 메뉴와 레시피는 강화됐고 그에 따라 단골 식객도 많이 늘었다.      


필자는 지난해 연말 두 차례 송년회를 이곳에서 치렀고 올 신년회도 2회 예약했다. 그만큼 믿고 찾는 곳으로 음식과 공간, 직원 친절도를 따졌을 때 가성비가 ‘갑 오브 갑’이다. 특급호텔 출신 지광구 매니저의 노련한 운영이 레나를 더욱 명소로 만들고 있다. 메뉴 고르기가 어려울 때 그에게 추천을 받으면 결코 실패하지 않는다. 와인 추천도 전문가답게 찰떡 마리아주로 소개한다.      


호텔 건물 2층에 있는 부속 레스토랑이라 내부 층고가 높고 매장이 넓어 쾌적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12인, 8인실 등 독립된 룸도 가족 모임이나 작은 회식모임 하기에 적합하다. 홀에도 2~8인석까지 골고루 좌석이 준비돼 있다. 연말연시에는 예약을 하고 가면 웨이팅을 피할 수 있다.  


파스타·스테이크 전문, 콜키지 합리적

‘어반 가든’은 정동에 있는 상호 그대로 정원이 아름다운 이태리음식점이다. 겨울보단 봄이 기다려지는 곳이다.

‘어반 가든’은 주말에 문을 열지 않는 레나의 빈자리를 메우는 시청역 인근 정동의 터줏대감 이태리음식점이다. 지난해 말 고등학교 동문들과 정동 일대 근대건축물과 역사문화를 둘러보는 정동야행을 마치고 17명이 들이닥쳤다. 많은 인원임에도 불구하고 음식 준비에 지연이나 소홀함이 없었고 홀 담당 매니저와 직원들의 움직임이 편하고 자연스러웠다.      


파스타와 스테이크가 전문인 곳이다. 전반적으로 수준급 솜씨를 선보이지만 후발주자인 레나에게 바짝 추격을 당하고 있다. 업력에 기대 성장에 소홀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번쯤 돌아볼 일이다. 아마도 봄에나 볼 수 있는 예쁜 화초가 없어서 그런 아쉬움이 들었던 것이 아닐까도 싶다. 그래서 예쁜 공간으로 거듭나는 봄이 기다려지는 곳이다.   

   

와인 콜키지가 병당 1만5000원으로 합리적인 것이 매력이다. 12월이면 많은 와인 매장이 할인행사를 한다. 와인 수입업체인 나라셀라가 직영하는 와인타임도 매해 6월과 12월에 세일을 하는데 많게는 70%까지 할인을 한다. 이럴 땐 콜키지 비용을 내고 사들고 가는 것이 현명한 식객생활이다.      


‘어반 가든’은 정동이라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역사적인 공간에 위치한 강점이 있다. ‘어반 가든’ 자리는 한때는 프랑스공사관과 손탁호텔 등이 주변을 에워싸고 있었을 것이고 길 건너 언덕 위에는 흰색의 러시아공사관이 내려다보듯 서 있었을 것이다. 손탁호텔에 머물렀던 윈스턴 처칠이 거닐었던 공간일 수 있고 손탁호텔의 여주인 마리 앙투아네트 손탁이 한양도성 옆길을 따라 걸으며 스쳤을 수도 있겠단 상상을 해 본다.

     

주말에 영업을 안 하는 ‘레나’와 달리 주말 덕수궁과 정동, 돈의문박물관마을 등지를 나들이 나온 여행객을 책임지는 어반 가든, 시청역을 가운데 두고 동서를 분할하는 ‘시청 2대 이태리음식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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