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주내동 참조은능이버섯백숙‧ 당산동 당산마루능이버섯삼계탕
[유성호의 맛있는 동네 산책] 버섯은 엄밀히 말하면 식물이 아니다. 곰팡이와 효모와 같이 균류에 속한다. 균류가 식물과 다른 점은 엽록소가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햇빛을 이용해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래서 식물이나 죽은 나무 등 다른 생물체를 이용해 살아간다.
나무뿌리에 사는 버섯은 토양의 미네랄을 모아 나무에게 주고 나무는 생산한 당을 뿌리를 통해 버섯에게 나눠주는 공생관계다. 공생하는 버섯은 살아 있는 식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재배가 쉽지 않다. 이들을 상업적으로 키우기 위해서는 숲이 통째로 필요할 수도 있다. 포치니버섯, 살구버섯, 송로버섯이 희귀하고 값비싼 이유다.
반면 썩어가는 것을 먹고사는 버섯들은 키우기가 쉽다고 한다. 중국인들은 13세기 때부터 참나무 토막을 이용해 표고버섯을 키워왔다. 흰색 양송이버섯은 17세기 프랑스에서 재배하기 시작했고 나폴레옹 시대 파리 근처 채석장 동굴에서 재배 붐이 일었다. 1000여 종에 달하는 식용 버섯 가운데 지금까지 재배에 성공한 것은 놀랍게도 몇 십종에 불과하다.
우리가 먹는 버섯은 실제로 버섯 전체에서 아주 작은 일부다. 대부분 부위는 목화솜 같은 섬유 그늘 조직으로 땅 밑에 분포해 있다. 1㎤ 당 무려 2㎞ 길이에 달하는 균사를 땅속에 뻗치고 있다. 이를 자실체라고 하며 땅속에서 에너지와 양분을 축적해 치밀한 균사조직을 만든다. 그리고는 수분을 흡수해 땅 위로 부풀어 올라 포자를 공기 중에 퍼트린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먹는 버섯인데, 결국은 자실체인 것이다.
버섯은 수분에 의해 부풀려져 있어서 80~90%가 수분이다. 급격한 수분 상실과 흡수가 쉽도록 외피가 얇은 게 특징이다.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다른 채소에 비해 월등히 많은 단백질과 비타민 B12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많은 버섯이 전통 의학에선 약재로 쓰였다. 표고와 송이버섯, 목이버섯에는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물질이 들어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버섯은 고기 같은 농후한 맛과 식감을 가지고 있어서 여러 요리에서 조연으로 쓰이면서 음식의 질을 높인다. 버섯의 맛은 흔히 감칠맛이라고 하는 글루탐산과 유리 아미노산이 많은 데서 나온다. 표고버섯은 글루탐산과 더불어 표고에서 처음 발견된 GMP(1인산구아노신)의 상승효과 때문에 육수를 내는 데 많이 쓰이고 있다. 표고를 말렸다가 물에 불려 쓰면 렌티오닌이라는 특유의 향이 극대화된다.
버섯은 여러 방식으로 조리할 수 있다. 버섯에 열이 가해지면 공기주머니가 붕괴되면서 질감이 단단해진다. 버섯의 세포벽 물질인 키틴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장시간 익혀도 곤죽이 되지 않는다. 목이버섯은 특히 수용성 탄수화물 때문에 젤라틴 같은 질감을 느낄 수 있다. 식당가에서도 버섯요리 전문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능이버섯이다.
최근 들어 근거가 희박한 ‘일(一) 능이, 이(二) 표고, 삼(三) 송이’라는 표현이 회자되고 있다. 액면가로만 따졌을 때 능이버섯이 송이버섯을 능가할 뿐 아니라 송이는 표고한테까지 치이는 형국이다. 조금 있으면 송이버섯 철이 돌아오는 데 현실에서는 능이, 표고가 귀한 송이 몸값을 따라갈 수 없다. 그럼에도 일 능이, 이 표고라고 한 것은 송이로서는 무척 자존심 상할 만하다. 귀한 만큼 비싼 송이 대신 대체제로 능이와 표고를 기분 좋게 먹으라는 바람이 담긴 조어(造語)가 아닐까 싶다.
능이버섯은 우리나라 산천에 자생하고 있는 버섯이다. 깊은 산 참나무, 박달나무에 기생한다. 9월 초부터 10월 하순까지 채취하기 좋을 때다. 향이 진해서 향이(향 버섯)라고도 부른다. 곰의 귀를 닮았다고 해서 웅이버섯이라고도 했다. 19세기 중엽에 쓰인 이규경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이름이 처음 나온다. 송이는 그 이전부터 수 없이 실록과 문헌에 등장하는 걸 보면 둘은 더 이상 비교대상이 되지 못한다.
능이는 고기랑 구워 먹거나 백숙에 넣어 먹으면 풍미와 영양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성분분석 실험결과에 따르면 유리아미노산이 21종 함유되어 있고 그중 글루탐산이 가장 많이 들어 있다. 칼슘, 철, 아연, 마그네슘, 망간 등과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섬유소, 스테롤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능이에 함유된 단백분해 효소가 웬만한 소화효소제보다 강력해서 옛날 농가에서는 소고기를 먹고 체했을 때 달인 물을 먹이는 등 민방으로 썼다. 독특한 맛 때문에 육류요리에 많이 쓰이는데, 특히 오리, 닭과 궁합이 좋아 능이오리백숙이나 능이백숙으로 많이 팔린다.
행주산성 먹자촌이 있는 곳은 행주외동이다. 자유로를 달려와 행주산성으로 들어서기 전 길 건너는 행주내동인데 길가에 커다란 능이버섯 전문점이 눈에 띈다. ‘참조은능이버섯백숙’이란 간판을 달고 능이버섯을 앞세워 지역을 호령하는 맛집이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때에도 아랑곳없이 활황을 누리던 곳이다.
능이가 고명으로 한껏 올려진 오리백숙의 풍미가 쌉쌀하고 깊다. 능이를 넣어 우려낸 특유의 거무튀튀한 육수 색이 맛을 묵직하게 느끼게 한다. 큼지막하게 썬 대파, 부추와 오리의 조합이 능이와 조화롭다. 천연 소화제다 보니 과식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혼밥 손님을 위한 능이버섯삼계탕인 능계탕도 인기가 많다. 가볍게 해장을 하는 손님에게는 능이버섯 육수와 닭고기를 잘게 찢어 넣어 만든 참조은해장국이 적당하다. 낙지, 전복이 들어간 해신탕과, 문어까지 들어간 오복탕에도 모두 능이버섯이 기본 베이스다. 능이왕만두도 시중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요리다. 한마디로 ‘능이요리백화점’이다.
길 건너 행주산성이 있는 행주외동에는 어탕국수, 잔치 국숫집이 유명하지만 참조은능이백숙과 마찬가지로 능이버섯집을 요리하는 집도 몇 있다. 누룽지능이(오리)백숙을 전문으로 하는 ‘농가’, 해신탕과 능이백숙이 전문인 ‘행복한집’ 등이 참조은능이버섯백숙집과 자웅을 겨루고 있다.
당산역과 선유도역 중간쯤 이선도로에 위치한 ‘당산마루능이버섯삼계탕’에서는 닭볶음탕에 능이를 듬뿍 올려주는 것이 압권이다. 이 집 역시 능이버섯토종닭백숙과 능이버섯삼계탕이 있지만 빨간 국물의 토종닭볶음탕과 능이버섯의 만남을 경험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 메뉴로 과거 종편에도 나왔을 정도라서 맛은 보장한다.
양파장아찌, 깍두기, 배추김치 겉절이 등 밑반찬이 좋다. 여 사장님이 과거 백반집으로 다진 내공 탓이다. 토종닭이라 시간이 다소 걸린다. 예약을 하고 가면 편하다. 그래도 압력솥으로 약 20분 정도 삶아내서 테이블에서 끓여가며 먹을 만하다. 능이버섯은 말리면 검게 변하면서 탕에 넣으면 특유의 색을 낸다. 맛도 쌉쌀한데 건강한 맛으로 느껴져 거부감보다는 구미를 당기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