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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쉐린가이드, 지속가능성을 말하다

'그린스타' 등급 신설...'황금콩밭'ㆍ'꽃,밥에피다' 2곳 첫 선정

전 세계 미식 문화를 소개하는 레스토랑 지침서인 ‘미쉐린 가이드’의 서울 2021 에디션이 지난달 발표됐다. 이번에 발표된 서울의 5번째 에디션인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1’에는 2개의 3스타 레스토랑, 7개의 2스타 레스토랑, 23개의 1스타 레스토랑이 등재됐다. 또 60개의 빕구르망과 86개의 플레이트 레스토랑을 포함해 총 178개 의 레스토랑이 실렸다. 4개의 1스타 레스토랑이 새롭게 추가됐는데 이 중 3곳은 플레이트에서 올라간 것이다.      


미쉐린 스타급 레스토랑의 변화가 크지는 않았다. 지난해 3스타, 2스타를 받았던 레스토랑은 그대로 유지됐고 1스타에서 3곳이 탈락하고 4곳이 새롭게 입성해 결과적으로 스타가 하나 늘었다.  3스타로 유지한 ‘라연’은 신라호텔 23층에 자리한 한식 정찬을 선보이는 현대적 감각의 한식집이다. ‘가온’은 김병진 셰프의 한식에 대한 재해석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 두 곳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시작되던 해인 2016년부터 3스타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미셰린 가이드는 “가온은 아늑하고 우아한 공간 속에서 김병진 셰프가 독창적으로 해석한 전통 한식의 맛을 선보인다. 탁월한 요리 속에 식재료를 직관적으로 담아낸 점이 돋보인다. 라연은 식기, 세심한 서비스 등에서 섬세함이 나타나며, 김성일 셰프가 이끄는 현대적 한식은 수준 높은 와인 페어링과 함께 새로운 경지에 이르렀다”고 평했다.      


안성재 셰프의 ‘모수’, 김진혁 셰프의 ‘알라 프리마’, 서현민 셰프의 ‘임프레션’, 임정식 셰프의 ‘정식당’, 박경재 셰프의 ‘코지마’, 권우중 셰프의 ‘권숙수’, 강민구 셰프의 ‘밍글스’ 등이 지난해에 이어 2스타를 받아 입지를 굳혔다.     


미쉐린 1스타 세 곳 떨어지고 네 곳 상승 


새롭게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받은 ‘무니’, ‘미토우’, ‘라망 시크레’, ‘세븐스도어’의 음식.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사진=각 식당 제공]

1스타에서는 ‘곳간’, ‘다이닝 인 스페이스’, ‘도사’ 등 3곳이 별을 잃었다. ‘곳간’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첫 해부터 줄곧 별을 품고 있던 곳이라 외식업계가 해석에 분분했다. ‘다이닝 인 스페이스’는 폐업으로 지위를 읽었고 백승욱 셰프의 ‘도사’는 별 대신 ‘플레이트’ 등급으로 살짝 내려앉았다. 새로 별을 하나씩 품은 곳은 일식요리점 ‘무니’, ‘미토우’와 현대식 프랑스 레스토랑 ‘라망 시크레’와 ‘세븐스도어’다. 한식이 밀린 빈틈을 일식과 프랑스 요리가 채운 꼴이다.      


새로 입성한 일식당 ‘무니’는 김동욱 셰프의 요리에 대한 집중력을 높이 샀다. 미쉐린 가이드 측은 “그는 처음부터 오로지 일식에만 집중했고 나날이 커져가는 요리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일본으로 떠났다. 가이세키의 정석이라고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자신이 부지런히 수집해온 그릇에 제철 요리를 담아 계절감을 뚜렷하게 표현해 내는 등 그의 요리에는 전통적인 요소들이 녹아 있다.”고 평가했다. 김 셰프는 일본 사케 소믈리에(키키사케시) 자격증이 있어서 요리와 어울릴 만한 사케를 추천받을 수 있는 곳이다.       


권영운, 김보미 셰프가 운영하는 ‘미토우’는 국물 요리 오완과 솥밥을 대표로 앞세우면 제철 식재료를 살린 오마카세를 정갈하게 담아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미쉐린 가이드 측은 “미토우의 오마카세는 신선한 한국의 제철 식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메뉴가 매달 조금씩 달라진다. 가장 맛있는 식재료를 손님에게 대접하고자 하는 두 셰프의 끊임없는 도전 정신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며 “일본에서 요리 공부를 하며 얻었다는 진중한 수련의 자세와 겸손함, 그리고 정진의 마음가짐이 미토우의 완성도 높은 요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평가했다.      


 레스케이프 호텔 26층에 자리 잡고 있는 ‘라망 시크레’는 ‘비밀스러운 연인’을 뜻하는 프랑스어다. 이곳은 이름처럼 비밀스러운 분위기와 세련된 인테리어가 소문나 있다. 뉴욕의 미쉐린 가이드 2스타 레스토랑인 ‘The Modern’의 셰프들과 협업하는 컨템포러리 레스토랑으로도 알려져 있다.       


미셰린 가이드는 “손종원 셰프는 ‘한국 스타일의 양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낸다. 한국의 다양한 식재료를 서양 요리의 테크닉과 접목시켜 만들어 내는 음식은 신선하면서도 사뭇 익숙하게 다가온다”며 “좋은 재료와 그 재료를 공급하는 생산자의 마음이 주방을 거쳐 손님에게 전달되는 소통 과정을 중시하는 셰프의 마음을 느낄 수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대천 셰프의 ‘세븐스도어’는 발효와 숙성에 초점을 두고 심도 깊고 야심 찬 요리를 제시해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미셰린 가이드는 이를 “현대적인 한식의 준비과정은 일곱 가지의 맛을 향해 가는 미식 여정으로, 다섯 가지 기본 미각과 발효와 숙성으로 이뤄낸 여섯 번째 미각, 그리고 7번째 마침내 셰프의 감각으로 요리가 완성된다”고 평가했다.      


빕 그루망에 4개 식당 신규 선정 


   

새롭게 빕 그루망에 선정된 ‘베이스 이즈 나이스’, ‘야키토리묵’, ‘안씨막걸리’, ‘우육면관’의 음식. (상단 좌측부터 시계방향) [사진=각 식당 제공]

합리적 가격에 훌륭한 음식을 파는 식당의 빕 그루망과 좋은 요리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을 나타내는 플레이트에도 많은 식당이 선정됐다. 각각 60개, 86개 선정됐는데, 빕 구르망은 4곳, 플레이트는 17개 레스토랑이 새로 추가됐다. 특히 그동안 한식, 중식, 일식, 이탈리안, 태국 등 다양한 국가의 대중적인 식문화에서 다양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올해는 ‘베지테리언’과 ‘야키토리’를 새로운 분류로 채택했다. 이 때문에 빕 구르망 레스토랑이 덕을 봤다.       


빕 구르망은 유럽 35유로, 미국 40달러, 일본 5000엔을 기준으로 부여된다. 서울의 경우 평균 4만5000천원 이하 가격의 식당을 대상으로 뽑았다. 새로 빕 구르망에 입성한 장진아 대표의 채소 친화적 1인 레스토랑 ‘베이스 이즈 나이스’는 외식 기획자의 면모가 녹아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장 대표는 레스토랑 컨설턴트와 푸드스타일리스트, 식음 기획자로 해외에서 오랫동안 활동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미쉐린은 그의 이런 경험이 오롯이 담겨 있는 곳이라고 평가했다. 미쉐린 평가원은 “채소를 이용한 덮밥 스타일의 메뉴와 정갈하게 차려낸 국과 반찬은 깔끔하면서도 맛이 일품이다. 주인장의 표현처럼 이곳은 채식에 대한 의식적 접근이 아닌 자연스러운 채소 식생활과 일상 속의 미식을 경험할 수 있는 메뉴를 지향한다”고 평했다.      

신선한 토종닭과 비장탄, 숯불과 짚불을 이용한 야키토리 전문점 ‘야키토리 묵’은 김병묵 셰프가 추구하는 ‘본질’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는 “신선한 토종닭을 매일 손질하며, 최고급 비장탄에 구워 즉시 손님에게 제공한다”는 본질을 이야기했다. 이 곳은 1부와 2부로 나누어 오마카세만 제공하기 때문에 예약이 필수다.      


모던하고 세련된 감각의 한식 시대에 맞는 ‘한국 술집’의 방향성을 잘 표현했다는 ‘안씨막걸리’도 빕 구르망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안씨막걸리’는 특히 계절 변화에 맞춰 제공되는 맛깔스러운 한국 요리와 안줏거리들, 편하게 술을 즐길 수 있고 가벼운 식사도 가능하단 점을 높이 샀다. 

     

우육면관은 중국 산동성에서 직접 전수받은 레시피를 사용해 대만식과는 조금 다른 우육면을 선보인다. 미쉐린 평가원은 “깔끔하고 진하면서 살짝 단맛이 도는 국물에 고수를 듬뿍 올려 먹거나, 라장을 추가해 좀 더 진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단일 메뉴만 판매하나 중국식 물만두와 오이소채를 곁들여 먹을 수 있다”고 팁을 줬다.      


지속가능한 미식 첫 그린스타에 2개 식당 뽑혀


그린스타 ‘황금콩밥’과 ‘꽃, 밥에피다’의 음식. 특별상으로 ‘미쉐린 영 셰프 상’에 ‘에빗’의 조셉 리저우드 셰프, ‘ 미쉐린 멘토 셰프 상’에 ‘한식공간’ 조희숙 셰프.

    

올해는 ‘그린스타’라는 분야가 처음 선보였다. 그린스타는 미쉐린 가이드가 올해부터 정식으로 도입한 등급으로 직접 채소를 재배하거나 지역 식재료, 제철 음식을 하는 곳이다. 특히 음시쓰레기 배출에 신경을 쓰는 곳이다. 


첫 미쉐린 그린스타에 선정된 곳은 이미 빕 그루망에 선정된 2곳이 겹경사를 맞았다. 두부요리 전문점 ‘황금콩밥’은 신선한 현지 식재료를 사용하는 레스토랑으로 소백산 지역의 소고기와 콩류, 제주산 돼지고기, 통영 이끼섬에서 잡은 생선 등을 사용한다. 미쉐린은 이 식당이 “현지 주민들과 직접 거래를 통해 식재료를 공수하며 두부와 김치는 매일 그날 준비한다. 남은 콩비지는 농장 사료로 쓸 수 있도록 제공해 음식물 쓰레기를 최소화하는”는 데 선정 방점을 찍었다.      


‘꽃, 밥에피다’는 전체 식재료의 95%를 농장들과 직거래를 통해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유기농 공정과 친환경 인증, 동물복지 준수, 무농약 재배, 바이오다이내믹 인증 등을 획득한 곳을 엄선해 거래하기로 유명하다. 미쉐린은 “자체적인 친환경 재배를 통해 경북 봉화마을 유기농 쌀, 경남 거창산 전통 된장 및 간장 등 친환경 식재료 보급에도 앞장서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다. 


미쉐린 가이드는 올해 서울편 처음으로 ‘미쉐린 영 셰프 상’, ‘미쉐린 멘토 셰프 상 등 2개의 특별상 수상자도 선정했다. ’에빗‘(EVETT)을 운영하는 조셉 리저우드 셰프가 ’미쉐린 영 셰프 상‘ 선정 영예를 안았다. 또 ‘한식의 대모’라 불리는 ‘한식공간’ 조희숙 셰프가 ‘미쉐린 멘토 셰프 상’을 수상했다. 조 셰프는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신라호텔, 주미 한국 대사관 등을 거친 베테랑 셰프다. 미쉐린은 그가 젊은 셰프들에게 자신의 경험과 지식을 전수하는데 열정적인 부분을 높이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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