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Science To GOD
상대성 이론과 양자이론의 지배를 받는 세계에서 수많은 과학자들은 우주의 생성원리 같은 자연현상의 놀라운 법칙들을 알게 되었고, 과학의 영역은 모든 현상과 실재에 대한 답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왔다. 나는 세상 모든 것들엔 저마다의 법칙이 있고, 논리적으로 그 법칙들을 설명할 수 있을거라 굳게 믿었던 것이다.
인문학 열풍이라고 서점이나 도서관에 가면 그런 책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인문학이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자연 과학 영역에서와는 다르게 인문학적 관점으로 풀어 쓴 세상은 어떨지 자연스레 끌리게 되었다. 몇몇 인문학 고전이라는 책을 읽었지만 너무 어려웠고, 공대 출신인 내가 책 한 번 보고 이해하기에는 철학은 너무 깊었다. 그러던 중에 '지대넓얕'이라는 책이 순위권에 있는 걸 봤는데, 가끔 듣는 팟캐스트 순위에서도 비슷한 제목을 본 것 같아서 바로 찾아 보게 되었다. 1회 듣자마자 바로 '구독하기' 버튼을 누르고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듣고 있다. 관심은 있었지만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내용들을 쉽게 설명해주고, 팟캐스트 이름처럼(지대넓얕은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의 줄임말이다) 넓고 얕게 풀어주니까 생각의 방향을 넓혀 주는 것 같다.
그래서.
이 팟캐스트 방송 중에 '지대북'이라고 패널들이 책을 하나씩 소개해주는 편이 있었는데, 바로 이책.
세상은 물리법칙에 의해 지배된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있어서 '마음' 이나 '의식' 같은 것들은 신비롭고 초월적인 현상이었다.
이 책은 수학을 좋아하는 이론물리학자이자 실험심리학자로서의 저자가 명상과 깨달음에 대해 알아가면서 과학과 종교의 통합을 시도하는 과정이다.
종교가 없는 과학은 절름발이이고
과학이 없는 종교는 맹인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과학과 종교의 합일점은 의식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오늘날 과학은 물질의 구조와 기능을 설명하는 데에는 엄청난 발전을 이뤘지만 감정, 직관, 꿈, 생각 같은 내면세계에 대해서는 거의 할 말이 없다. 어떻게 그런 것들을 설명할 수 있을까. 그 어떤 과학 이론도 우리의 의식이라는 내면세계를 설명해주지 못할 것이다.
현대의 우리가 아는 모든 과학적 패러다임은 물리세계가 실세계이며, 시간, 공간, 물질 및 에너지가 실재의 근본 요소라는 가정을 기반으로 한다. 즉, 이들 물리세계의 기능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우주의 모든 것들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러한 패러다임은 우리가 만나는 모든 물질적 현상을 설명하는 데에 아주 유리하지만, 의식이라는 비물질적 현상은 결코 설명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의식이란 무엇일까?
이 책에서는 자고 깨는 상태의 특정한 의식 상태나 정치의식, 사회의식 같은 사고방식을 말하는 게 아니라 '의식능력'을 일컫는다. 그것은 경험의 본질이나 정도가 어떻든 내면적 경험을 하는 능력이라고 한다.
의식능력을 영화 영사기의 빛에 비유하여, 스크린에 비추는 빛 자체를 의식능력이라 하고 빛을 조절해 만들어지는 상들은 '의식의 형태'라 부른다.
우리 각자가 경험하고 구성하는 마음의 상이 의식의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는 이러한 경험을 물리적 실재로 생각하지만, 그런것들이 모두 우리가 구성한 마음의 상이라고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이 의식의 구성물이라는 것이다. 나에겐 이 내용이 정말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내가 보는 것과 듣는 것, 느끼는 것들이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세계상을 구성하는 방식으로 실재가 구성된다고 본다. 항상 어떤 상황에는 그것에 맞는 답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대.. 내가 어떻게 의식하느냐에 따라 같은 이야기에서 완전히 다른 의미를 파악할 수도 있고, 진행 중인 상황을 다른 각도에서 볼 수도 있다.
우리는 당연히 재산이나 직업이 우리 마음의 평화를 얻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러나 이 책은 이러한 사고방식이 불행하게도 우리가 참된 평화를 얻는 데 방해가 된다고 말한다. 미래에 어떻게 될지를 걱정하고, 과거에 어떠했던 것에 분노하거나 원망하느라, 현재 평화로울 여유가 없다. 물질주의적 사고 방식을 가지면 마음상태가 외적인 것에 좌우된다. 이 책을 읽어갈수록 결국엔 내면의 깨달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된다. 그 깨달음이란, 다른 무엇을 보는게 아니라 항상 보던 것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과학이 수천년 동안 합리적으로 파헤치던 모든 영역의 종착점에는 종교라는 신의 영역이 있었고, 그 신의 영역이란 '나'의 재발견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참된 나, 참된 본성, 참된 실재를 의미하는 '나'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