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 언론이 목숨 걸고 지켜온 비밀 하나가 폭로됐다.
문재인은 보수다.
원래 "보수"적인 사람이고, 나는 정확히 그의 보수적 방향에 (전략적)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내가 문빠라서 변명해줄 목적으로 사실을 왜곡한다고 비난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미 총선 때마다 비례대표엔 정의당, 통합진보당을 찍어왔다고 밝혔다.
정치적 신념과 일치하는 투표를 하는 강제적 법 조항이 있다면 나는 심상정 후보를 찍어야 한다.
나는 진보주의적 유권자고 심상정은 진보주의적 대통령 후보니까.
동성애에 관한 심상정 후보의 발언은 내 입장과 거의 일치한다.
동성애는 한 인간의 정체성에 관한 것이고, 그것은 질병이나 잘못된 결과가 아닌 자연스럽게 주어지는 거라 타인의 견해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군대 내 동성애 문제가 심각하다는 홍준표식 선동은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 잘 모르는 입장이지만 이렇게 이해하고 싶다.
양성애도 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어린 남자아이를 섹스토이로 두는 게 유행하기도 했다는 글을 본 적 있다.
그때의 "어린" 남자아이는, 성인 남성이 여성에게 반응하는 "섹슈얼리티"를 넘어선 권력적 쾌락 행위가 된다.(고 이해하고 있다)
모든 남성이 "어린" 남자아이를 하나씩 꿰차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신분이 있는 사람이 "부"를 과시하는 측면에서?(너도 하니? 나도 해!)
군대 내 "동성애"란 그렇게 뒤틀린 권력에 기반한, 괴롭힘의 일부나 그에 대한 반응으로 읽힌다.
대표적 예로, 남경필 아들 사건이 있다.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이 타오를 때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혁명"을 말하니까 진보주의자인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백범 김구, 상하이 임시정부, 안중근 의사.
이들을 가리키는 두 가지 단어(개념)가 있다.
진보 진영에서는 백범 김구를 민족주의자로 평가절하하기도 한다.
친일파로 대변되는 수구(요즘 말로 적폐) 세력은 김구를 테러리스트라고 비난한다.
(자기들 나라인 일본을 공격했으니까)
보수주의자인 문재인에게 백범 김구란?
존경하는 사람이다.
[대한민국이 묻는다] 대담집에서 인터뷰어인 문형렬이 존경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문재인은 이렇게 답했다.
다산 정약용, 백범 김구, 안중근 의사.
(다산 정약용에 밑줄 긋자)
문재인이 적폐 청산을 외치는 건 헛말이 아니다.
구한말엔 일본제국에 나라를 빼앗겼다면, 지난 9년 동안은 적폐 세력에게 나라를 빼앗겼다는 게 그의 인식이다.
이 인식은 이재명과 똑같다.
이재명은 해머를 들고 (적폐 세력을) 시원하게 때려 부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 줬으면 나도 소원이 없겠어!)
보수주의자 문재인은 같은 사안에 대해 어떻게 말할까.
재조산하.
나 같은 젊은이는 사람은 무슨 말인지 몰라!
와 닿지도 않고!
문재인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대한민국이 묻는다] 대담집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다.
적폐 언론은 유권자가 문재인을 "온전히" 알기를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재인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사상으로 다져진 사람인지 미디어를 통해 노출된 바 없다.
저 책을 읽어야 어떤 사람인지 겨우 감이 잡히게 된다.
60대 중반의 노인네야!
얼굴이 시원하게 잘생겼다고 50대로 오해하면 안 돼!
(안철수가 50대다, 10살 정도 어린 걸로 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책장을 한 장 넘길 때마다 사자성어가 나와!
문형렬 작가하고 아주 그냥 주거니 받거니, 난생처음 들어보는 사자성어를 막 쏟아내는데 희한하게 현 시국에 다 들어맞는 말이야!
최순실 게이트를 바라보는 문재인의 소감을 사자성어로 말하면?
새옹지마.
이런 식이라고!
사자성어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상식".
사자성어 잘 쓰는 사람 보면 좀 유식해 보여, 이건 껍데기.
사자성어의 진정한 측면은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이, 넓게 보면 세상만사가 그렇게 돌아간다는 우주적 질서"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아재는 "후자"로 사자성어를 쓰는 사람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SNS에 난무하는 언어들(온갖 종류의 줄임말, 압축된, 새로 파생되어 유행하는 신조어)로 "헬조선"을 이해하는 것처럼 문재인 아재는 이 총체적 난국을 "사자성어"적 세계관으로 이해한다.
사자성어의 출처는 중국의 고전.
헬조선을 강타한 "저출산" 문제에 대해 문재인은 이렇게 밝혔다.
젊은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해서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고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인데...
문재인 아재는 "저출산"을 자연스럽지 않은 현상, 즉 부자연스러운 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동력의 손실을 야기하는, 국가적 차원의 위기의식을 떠나.
내가 그쪽 방면으로 너무 몰라서 자칫 잘못된 설명이 될 수도 있지만, 유교를 바탕으로 한 도가적 사상이 보였다.
고시공부를 위해 절에 들어간 경험이 있어선지 불교적 사상에도 해박하고.
남녀가 만나 사랑을 나누고 가정을 이루는 걸 "자연"스러운 인간사로 이해하는 문재인 입장에선 "동성애 찬반"을 묻는 홍준표의 질문에 "반대"한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물론 단순히 "반대합니다"라고 한 것은 100점짜리 대답은 아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잘 이해하지 못하는 입장이지만 나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수차례 토론을 지켜본 당신도 알다시피 문재인은 말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그건 노무현 대통령도 인정한 바다.
토론 언어를 사도마조히즘으로 바꾼 홍준표의 질문에 걸려든 측면도 있지만, 그전에 문재인 후보가 열 받은 상황이 있어 더 무뚝뚝한, 세련되지 못한 대답이 나온 거로 판단된다.
박근혜 때문에 치러지는 대통령 보궐 선거 TV토론에서 고 노무현 대통령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홍준표를 보면 누구라도 사형제도의 필요성, 그 즉각적이면서 광범위한 집행의 욕망을 느꼈을 것이다.
게다가 문재인은 천주교 신자다.
그는 어머니가 주신 묵주 반지를 수십 년 동안 부적처럼 지니고 다녔다.
천주교를 비롯한 기독교 계열은 동성애를 혐오하는 교리를 갖고 있다.
반대하지만 차별해선 안 된다는 그의 입장은 천주교 관점에선 꽤 진보적인 것이다.
우리나라 관점에선 보수적인 발언이고.
(문재인이 진보, 그러니까 종북좌파빨갱이인 줄 알았던 TV 시청자들도 이 대목에서 놀라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문재인의 "동성애에 반대한다"는 발언에 놀라 (진보주의자인 줄 알았더니!) 불쾌감을 갖고 사실은 "동성애에 찬성"하면서 기독교 신자들 표를 얻기 위해 거짓말을 한 거라고 공격하는 이들도 있다.
여기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사실은 비난을 퍼붓기 시작한 그들이 인셉션당한 거다.
적폐 언론한테.
그들은 여태 한나라당, 새누리당이 보수인 줄 알고 민주당이 진보인 줄 알았던 것이다.
사실은 한나라당, 새누리당, 자유한국당, 바른정당은 "수구"이고 국민의당, 민주당이 보수인데.
진보는 "정의당" "노동당" "민중당" 같은 여러 정당이 따로 있다.
하지만 문재인을 비난하는 그들도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게 박근혜를 잡은 손석희도 수구(적폐) 세력을 "수구"로 분류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래서 이 사단이 난 것이다.
수구가 보수의 외피를 쓰고 정권을 잡으니 국가 권력이 사유화돼 나라는 헬조선이 되고, 국민은 개돼지로 사육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양극화가 심화돼 유권자가 비명을 지르는 한복판에서 "동성애"를 꺼내(전략적 지지를 보내는 진보주의자들이 심상정을 지지하도록, 진영 논리 안에서 서로 싸우도록 유도하는) 에이즈가 창궐한다는 협박까지 하는 홍준표를 보라.
그가 바로 "수구"의 민낯이다.
나는 진짜 "찬스"를 써서 이재명을 불러내고 싶었다.
그라면 웃으면서 이렇게 발라줬을 것이다.
동성애를 대하는 그따위 후진적 인권 의식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낸 거죠.
아내는 지루하다고 했지만, 나는 꽤 알찬 토론으로 봤다.
지난 3번의 토론이 채찍을 휘두르고 맞는 사람이 뻔히 보이는 '포르노' 수준이었다면 이번 토론은 "외설이냐, 예술이냐"는 논란을 일으킬 만한 '수준'은 됐다.
내가 백미로 꼽는 장면은 손석희가 공통질문으로 "존경하는 역사 인물"을 물어봤을 때다.
나는 아내에게 문재인은 "다산 정약용"이라고 대답할 거라고 알려줬다.
[대한민국이 묻는다]에 그렇게 나와있었으니까.
백범 김구나 안중근 의사도 좋긴 한데(적폐 세력 청산의 입장에선) 박영선을 곁에 두면서 "통합"의 이미지로 전환한 측면에선 너무 세 보이는 것도 사실이니까.
그런데 유승민이 "다산 정약용"이라고 말해버린 것이다.
다음 차례가 문재인인데.
다음 순간 그가 내놓은 대답은 살짝 충격이었다.
세종대왕?
그건 좀 뻔해 보이는 답인 데다 심지어 앞에서 안철수가 언급했던 인물이었다.
그런데 그가 연이어 제시한 이유가 소름 끼쳤다.
한자성어가 네 글자씩 두 단어, 즉 여덟 글자 정도 나왔을 것이다.
나도 몰라! 순식간에 지나간 말이라!
그다음 한자성어의 의미를 설명한 뒤(세율 조정에 관한 거라고 했던가) 그 정책을 실현하기에 앞서 5개월간? 국민을 끊임없이 설득한 모습이 존경스럽다고 답했다.
안철수가 밝힌 존경의 이유와 비교해보면 정치인으로서 체득하게 되는 "사유의 깊이"가 얼마나 다른지 알게 될 것이다.
중앙일보는 적폐의 아이콘답게 문재인을 홍준표와 함께 제일 못했다고 평가했다.
유승민을 제일 잘했다고 하는 건 토론의 기본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유승민은 토론을 한 게 아니다.
3시간 가까이 네거티브만 하고 있었던 거지.
그것도 가장 비열한 방식으로.
유승민 질문에 문재인 후보가 답해야 하는 내용을 기자가 "표"로 작성해놨다.
유승민은 진짜 저 대답을 원했던 것이다.
유승민이 저걸 모르고 계산기를 두들겨봤다고 집요하게 따지고 들었을까?
나는 아니라고 본다.
유승민은 단지 우물쭈물하는 문재인을 "바보"로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문재인이 "말"에 약하다는 걸 알고 "말대답을 못하는 후보"라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 저 질문만 지난 토론 때부터 줄기차게 반복해온 것이다.
인터뷰 업계엔 이런 진리가 있다.
좋은 인터뷰 기사를 쓰고 싶다면 인터뷰 전에 대상을 심도 깊게 공부하라.
초짜 기자들이나 단 한 번의 조사도 없이 인터뷰 대상 앞에 앉아 "막 물어보기" 시작한다.
유승민이 좋은 "토론"을 하고 싶었다면, 문재인 후보의 공약에 대해 제대로 된 질문을 하고 싶었다면 먼저 그 공약에 대한 "공부"부터 했어야 한다.
국민을 대신해 검증하는 차원이라면 더욱더 진지하게 말이다.
공부를 해서,
이해를 하게 되면,
물을 필요가 없어진다는 게 함정이지만.
나도 정말 찬스를 쓰고 싶었다.
이재명을 투입했다면 그는 웃으면서 이렇게 밟아주었을 것이다.
바보들이나 계산기 뚜드려 공약 만들죠.
토론이, 지겨워진 건 사실이다.
사도마조히즘 보고 흥분하는 것도 한두 번이지, 이건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