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ACON Jul 12. 2016

꽃개 네트워크 07 카페에서 일하는 개가 있다?

대답은 예스다.

여름은 한국인들에게 이상한 계절이다.

덥다고 에어컨을 장만하지만

전기세 무서워 트는 일이 거의 없는.

아내는 이사를 오면서 에어컨을 버렸다.



새로 생긴 애견 카페에 갔다.

네이버 블로그로 검색해보니 정말 가고 싶은 카페였다.

먼저 도착한 지인한테 전화가 왔다.

건물 지하 주차장에 차 댈 데가 없어 후진으로 나왔다고.

상가 뒤쪽 주택가에 차를 대고 폭염으로 달궈진 길을 지나 애견 카페에 갔다.



카페 개들이 짖었다.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사진에서 

본 것만큼 넓지 않았다.

(항상, 사진으로 보면 넓어 보인다)

넓지 않은 실내 공간에 개들이 짖었다.

딩고에 가려다 실패한 날이 떠올랐다.

(이제 애견 카페도 로또 같은 게 되어버린 건가)


의자에 가만히 앉아있던 이 친구는 토했다.


뒤늦게 주차를 하고 온 지인은 냄새에 질색했다.

집진기는커녕 환풍기도 없었다.

영업이 막 시작된 시간이어서 환기도 안 됐고,

더워서 창문을 열 수도 없었다.

에어컨을 틀었지만 커피를 만드는 

카운터 쪽 창문 하나가 열려있어

(거기로 환기 중인 듯 보였다)

시원하지도 않았다.

개들은, 짖었다.

카페 개들이 너무 많았다.

대충 세도 여섯 마리가 넘었다.

저 많은 개들이 함께 있기엔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개들은, 쉬지 않고 마킹했다.

사람들은 탁자 밑으로 들어가 소변을 닦기 바빴다.

한 손님은 탁자에 머리를 짛기도 했다.

지옥이 따로 없었다.


손님이 데려온 치와와.


게다가 직원은 혼자였다.

우리는 커피를 시켰다.

한 잔에 7천 원씩 하는.

결코 싸다고 할 수 없는 값이다.

개팔자가 상팔자라고 빈정대거나

된장녀 따위의 막말을 떠올릴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여기에 온 건 개 때문이다.

웰시코기는 이중모다.

한겨울의, 귓때기가 떨어져 나갈 정도로 

서슬 푸른 찬바람엔

의기양양하게 걷는 웰시코기지만


함박눈 속에선 몇 시간이고 뛰어놀 기세. 2015년 사진은 파인픽스S200EXR.


여름엔, 쥐약이다.

산책을 거부할 정도로 더위를 탄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에어컨의 시원한 공기 속에

놀아보라는 게 개 부모의 바람.

커피 석 잔이 너무 늦게 나왔다.

혼자인 직원은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커피숍 알바는 커피 타는 일을 한다.

여기 직원은 그 일과 동시에 

여섯 마리가 넘는 개들을 돌본다.

(심지어 펫 호텔까지 있다!)

개들이 짖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바닥은 미끄러웠다.

꽃개는 턴이 안 돼 자꾸 미끄러졌다.



우리는 한 시간을 겨우 버티다 나왔다.

지인은 7천원씩이나 하는 커피를 한 모금밖에 안 마셨다.



경기대 후문 카페도기가 천국이었다.

좋은 건 항상 늦게 확인된다.


사진을 잘 찍는 첫 번째 비결은 DSLR로 갈아타는 거다. 끝내준다. 오늘 올린 사진은 모두 무보정이다. 닥스훈트만 크롭.


꽃 좀 찍을 테니

먼저 가라는데도



안 가고 기다려주는 

꽃, 개.


작가의 이전글 정신없는 하와이 여행 01 전쟁의 서막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