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묵은 체증이 빗물에 씻겨 내려갔다.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는 데 번쩍 번개가 쳤다.
이어서 둔중하게 울리는 천둥소리.
아들이 초를 헤아려 번개가 친 지점을 계산하는데 비가 쏟아졌다.
압력밥솥이 남았지만 나는 설거지를 멈췄다.
세차하러 가자.
아내도 동의했다.
아들은 쌍안경을 챙겼다.
꽃개도 데려갔다.
세차도 하고 에어컨 바람도 쇨 겸.
나는 비를 놓칠까 서둘렀다.
주차장에서 나오자 차 지붕을 경쾌하게 두드리는 빗소리.
와이퍼를 2단으로 돌려도 쏟아지는 빗물이 더 빨랐다.
끝내주는데!
우리는 공원으로 갔다.
갓길에 주차된 경찰차가 보였다.
나도 갓길에 주차했다.
장대비가 차를 두들겼다.
우리는 소풍 나온 것처럼 자연의 다이내믹함을 감상했다.
아파트로 돌아와 트렁크에서 수건을 꺼내 닦았다.
아들도 같이 닦았다.
새 차가 됐다.
사람들이 놀라겠는데? 이 차가 원래 이런 색깔이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