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으로 애견 카페 수영장을 총정리했다.
7월 중순부터 나는 아내한테 말했다.
여름 다 갔어. 한 달이면 끝나.
모던한 공간에 우유색 대리석이 인상적인 애견 카페.
하지만 체중 10kg 이하로 입장이 제한된다.
10.5kg인 꽃개는 아슬아슬하게 통과.
하지만 워낙 튀는 존재여서 두 번 가고 끝.
이층 공간도 있다.
인테리어가 예쁘도 꽃개한테는 의미가 없다는 게 함정.
엘루이는 애견 카페가 아니라 애견 동반 카페다.
보호자는 커피 마시고, 반려견은 그냥 있기.
아빠, 어디 안 간다.
하지만 사장님께서 매물로 내놓아, 내년 여름에도 이럴 수 있을지는 의문.
아내가 건졌다고 주장하는 꽃개 인생 샷.
아내가 건졌다고 주장하는 내 인생 샷.
스마트폰을 가로로 눕혀도 사진 찍히는데...
남양주에 있는 아우름은 럭셔리한 수영장이 딸린 애견 카페다.
(나도 못하는) 장거리 수영에 도전한 꽃개.
물로 뛰어드는 꽃개.
꽃개가 수영을 하는지 프리스비를 하는지 알 수 있는 장면.
물에서 나오는 꽃개.
고흐가 그린 꽃개.
아우름의 식탁에서.
아우름의 식탁은 아우름 방문자가 아우름을 이용한 뒤
배가 고파 점심 한 끼를 먹으려 해도 애견 출입이 안 되는 식당이 많다는 점에 착안,
아우름이 직접 낸 식당으로 보인다.
요람처럼 생긴 곳에 애견을 두고 식사를 즐기면 된다.
리트리버 같은 대형견은 끼이겠죠?
사진의 왼쪽 하늘색 유리창 바깥에 대형견 보호자들을 위한 공간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곳은 실내, 유리창 바깥은 야외라는 게 함정.
허리가 긴 애들은 이렇게 (분노의) 탈주가 가능하다는 것도 함...
시설이 굉장히 깔끔한 점은 마음에 들었으나
가격 대비 음식은 별로였다.
여름 한 철, 가장 많이 찾은 곳은 역시나 딩고였다.
마룻바닥에서 둥이 굴리기.
마룻바닥에서 공 대신 둥이 굴리기.
공 물러 갔다 딴청 부리기.
개방형 외톨이.
구석이나 에지 있게 파인 홈을 대하는 개들의 자세.
그리고 딩고를 찾은 샐럽.
딩고 사장님을 압도하는
당당한 박인비 선수를 끝으로
숙제를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하나를 빼먹었다.
따뜻한 카리스마로 애견인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는
강형욱 훈련사의 보듬 훈련소가(애견 카페 아니다)
남양주 아우름 근처에 있다고 해서 찾아갔다.
성인이 넷 타고 있었고
내비게이션도 있고
스마트폰이 세 대나 있었음에도
(두 명은 최신형인, 노트7 리퍼폰)
우리는 이곳을 못 찾아가, 길이 점점 좁아지는 산길을 돌아야 했다.
내비게이션은 내가 찾아낸 주소를 고속도로 위에 있다고 인지했다.
건물 앞으로 고속도로가 지나가긴 했다.
알고 가면 쉬운데 모르고 가면 버뮤다 삼각지대 같은 곳을
30분가량 헤맨 끝에 겨우 방문했는데
우리는 환영받지 못했다.
기업(회사) 개념이 아닌 학교 개념이어서
(이용 수칙에 '보듬 캠퍼스'로 명명돼 있다)
우리 같은 즉흥적인 방문자를 위한 인력이 제공되지 않았다.
그 어떠한, 자판기가 설치된 휴식 공간조차.
건물을 관리?하던 남자는 철조망 너머에서 수업 중이던 직원의 지시로
우리를 부드럽게 밀어냈다.
접근 금지 구역에 들어선 듯한 느낌.
"방문 절차"는 무조건 인터넷 홈페이지를 이용하라는 안내를 받으며.
물론 홈페이지에 안내된 가격은 우리가 쉽게 선택할 만한 수준의 가격이 아니었다.
여기서 우리는 본인이 자본주의자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있다.
그 가격에 아무런 의의도 제기하지 않고,
일말의 의심도 품지 않는 당신은
100% 자본주의자다.
자유시장, 자유계약, 자유경쟁을 신봉하는 경제학 이론에 따르면
가격은 신성 불가침적으로 합리적이다.
보이지 않는 손의 조종을 받으므로, 어디 가서 따질 데도 없다.
꽃개가 보듬 캠퍼스 교육을 못 받는다고 해서 죽거나 할 일은 없다.
나는 보듬이 아닌, 보듬 캠퍼스에서 경험한 "가격"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논리를 다른 시장으로 돌렸을 때 거기서 임의로 형성되는 가격이,
그 값을 지불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죽음이나,
그에 버금가는 고통에 이르게 할 정도로 충분히
합리적
이라는 믿음에 대해.
우리가 남양주에 있는 보듬 캠퍼스에서 물러나면서 느낀 쓴맛이란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고.
*동영상은 PC 환경에서 봐야 제대로 보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보면 거지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