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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Aug 09. 2016

꽃개 네트워크 14 애견카페랑 애견동반카페는 다르다?

카페도기 커피머신이 퍼진 덕에 애견동반카페 엘루이에 갔다.

현재 시각 8월 9일 오전 12시 46분.

온도는 찜통.

8월 6일 토요일 우리는 카페도기에 갔다.

8월 7일 일요일 우리는 카페도기에 갔다.

휴식 중 사고 발생.

"개 나간다"는 비명 소리가 들린 것.

돌아보니 개를 안고 있는 사람의 발 밑으로

개들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카페견 동수(시바견)가 바삐 나갔고

손님견 말티즈(?)가 덩달아 튀었다.

카페 바로 앞은 차도였고 마침 SM5가 지나가

놀라움은 더 커졌다.

애견 카페는 출입문이 이중 구조로 되어있다.

(애견 공원도 출입문은 이중 구조다)

입장할 때는

사람이 드나드는 문을 닫고

개가 드나드는 문을 열어야,

설사 개가 개-문을 빠져나가도

사람 출입문에 막혀 '자유'를 얻는데 실패한다.

이렇게 입장하고 퇴장해야 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이어서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다.

(카메라로 비유하자면

셔터를 눌러야 사진이 찍힌다고

가르치는 것과 유사하다)

사장님과 견주가 얼른 뛰어나갔다.

카페도기 앞은 소규모 물놀이 공원이다.

불볕 더위 덕에 많은 사람이 가족 단위로 나와

아이들과 물놀이를 즐긴다.

말티즈는 간식을 먹는 돗자리 옆에 앉아

침을 흘리다 붙잡혔는데

동수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나도 가게 주변을 돌며 동수를 찾았다.

하마터면 꽃개도 나갈 뻔 했다.

새 개가 올 때마다

동수랑 손잡고 개 출입문 바닥을 팠던 것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인사를 나누겠다며)

꽃개였다면,

찾을 수 있을까?

자신 없다.

꽃개는 사람을 좋아해서,

도둑의 발도 핥아줄 녀석이다.

거기다 (다리가 짧아) 귀엽고

매우 잘생겼기 때문에

꼬리를 흔들며 다가와

발등을 핥는 녀석을 보면

누구라도 마음이 열릴 것이다.

털 뿜을 당하기 전까지는.

오만 잡생각 속에 동네를 돌았지만

동수는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는 아내도 찾으러 나섰는데

아내도 보이지 않았다.

나중에 돌아와 보니 나를 제외한 모두가

제자리로 돌아와 태연히 하던 일을 하고 있었다.

동수는 원래 나가도 스스로 돌아오는 개라는 게

사장님의 설명.

도주를 도운 이들은 사라진 지 오래.

8월 8일 월요일 카페도기에 가서

평행주차를 하는데 아내가 우려의 목소리로 말했다.


가게 불이 꺼졌어.


커피머신이 고장나는 바람에

오후 5시나 되어야 연다는 긴급 공지.

카페도기 인스타그램을 뒤져보니

커피머신이 배째라고 자빠진 건

일요일 저녁 즈음으로 보였다.

동수의 외출에

커피머신도 흔들린 걸까.



일전에 지인이 근처에서

다른 애견 카페를 본 적이 있다고 해서

거기로 방향을 틀었다.



경기대 후문 주택가에 있다.

대충 거기 있겠지 하고 가면

미궁에 빠지는 수가 있으니

지도 체크는 필수.

(나는 한 번에 잘 찾아갔지만 요령이 있어서)



대충 이런 느낌.



인테리어를 겸한 상품으로 보였다.



커피 값도 이 정도면 괜찮은 편.



아내는 카페 샤케라또를 시켰다.

나는 늘 먹던 걸로.

(카페 솜씨를 카페라떼로 평가하는데

내가 맛있다고 하는 게 '좋은' 건지는 나도 모른다)



꽃개가 저기 있긴 하지만

엘루이는 애견 카페가 아니다.

이런 개념이 도움이 될 것이다.

반려견 출입이 금지이지 않은 카페.

왜냐하면 대개의 음식점은 반려견 출입 금지니까.

(사실은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이 출입 금지다)

개가 돌아다녀서도 안 되고

짖어서도 안 되고

마킹도 금지인 걸로 이해하고 있다.

(사장님께 자세한 규칙을 묻지는 않았다)

우리 개 말고

갈색 푸들 한 마리가 요람에 있었는데

짖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조용한 카페다.

에바 케시디 음악이 흐르는.

내가 찾던 바로 그 카페이기도 했다.

노트북을 펴고 작업할 때

꽃개는 의자 밑에 누워 조는.

세 시간 가까이

(우리 때문에 자리에 못 앉은 손님은 없었다, 쿨럭)

아내는 하와이를 조지고

나는, 뭐랄까,

그냥 거기 있었다.



가끔씩 셔터나 누르면서.


개가 인간보다 행복한 이유 중 하나, 공부를 안 해도 된다.
명함에 주소가 있다.


엘루이는 우리 식구의 두 번째 피서지가 될 전망.

나는 카페도기보다 여기가 더 편하게 느껴졌는데

아내는 꽃개 입장에선 심심해 보인다고 평했다.




*1년 뒤에 갔을 땐 사장님이 가게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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