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도기는 우리 식구 공식 피서지가 됐다.
몇 해 전 제주도 여행.
성산포항에 차를 갖고 내린 우리는 인근 맛집으로 갔다.
연탄구이, 8월의.
에어컨도 없이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채
선풍기를 틀어놓고 연탄불 앞에 앉아
두꺼워서 잘 익지도 않는
삼겹살 같은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다.
연탄 가스는 보너스였고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식수 컵은 덤이었다.
그 해 여름은 정말 더웠는데
올 여름이 그해 제주도의 34도 여름을 갱신해 버렸다.
개랑 잘 수 있는 펜션도 알아봤지만
1박에 20만원은 기본, 30만원에 육박하는 숙박 요금이 후덜덜해
그 돈 아껴서 하와이 알라모아나 쇼핑센터를 털기로 전격 합의,
어떻게든 버티는데
아내가 지쳐버렸다.
국내 굴지의 S사에 다녔던 아내는
원래 여름을 좋아했다.
추운 건 견딜 수 없다며.
(회사의 빵빵한 시스템 에어컨에서도)
은퇴한 아내는
우리나라 여름이 이렇게 더운 줄 몰랐다며
"겨울이 더 싫다"는 말을 취소할까 고민 중이다.
(아내가 겨울에 더운 지방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도 그래서다)
주말의 딩고는 미어터진다.
평일의 딩고도 장담할 수 없다.
애들 방학에 어른 휴가철까지 겹쳐서.
우리는 30도를 웃도는 집을 버린 채
카페도기로 튀었다.
오랜만에 카페라떼 대신 카푸치노를 시켰다.
아이스는 500원 추가라고 해서 뜨거운 걸 시킨 게 결코 아니다.
공성애자의 위장된 겸손.
사장님과 공놀이 중인 공성애자.
아빠, 사이즈는 중요하지 않아요.
구르기만 한다면!
또 하나의 공성애자.
도베르만, 탄이(혹은 타니), 11개월.
시바견, (시)무룩이, 요즘 시바들의 매력에 홀리는 중이다.
웰시코기, 꽃개, 공성애자, 15개월, 목욕한 지 이틀 지난 때깔.
막다른 바위 틈에 머리 처박고 똥 싸다 나오면서 밟은 이야기는 안 할
무룩이와 꽃개.
친하지 않은 개가 이렇게 마주보는 건 좋지 않다.
동물들은 마주보는 걸 싫어한다고 한다.
상대가 대결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
겁을 먹거나, 괘씸하게 여긴다고.
그래서 사이가 나빠 싸움이 잦은 개들을
진정시키는 첫 번째 과정이
평행 산책이라고,
간격을 두고 나란히 걷게 하는 훈련도 있다.
3,
2,
1,
파잇!
무룩이 표정이 리얼해도 노는 거다.
개슬링과 싸움을 구별하는 방법은 소리.
노는 개들은 소리를 안 낸다.
불쾌해서 짜증이 폭발한 개들이 짖는 소리는,
다들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소리를 내(짖으)며 붙으면
바로 말려서 떼어내야 한다.
무룩이는 처음엔 소리를 안 냈지만
뒤로 갈수록 날카롭게 짖는 소리를 내
놀이를 중단시켰다.
오늘의 포토제닉은 카페견, 무룩이~
머리가 커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작다 괜찮다.
1초라도 더 버티려 애쓰는 식구들.
개 없이 입장한 손님들이 더 많을 정도로 한갓져,
당분간 이곳을 피서지 삼기로 했다.
딩고보다 커피 값이 싸서
여기 오기로 한 게 절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