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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Aug 01. 2016

보도블록 02 개가 수영을 하면 눈이 커진다?

대답은 예스다. 적어도 꽃개는.

니콘 D5500으로 갈아탄 뒤 저장 형식부터 바꿨다.

무조건 6000*4000 사이즈 RAW 파일로 저장하는 것으로.

(책상 앞에 펼쳐진) 디지털 암실의 효과를 극대화하고

언제든 빅 사이즈의 액자로 뽑을 수 있게.

8GB SD 카드는 280장쯤 찍자 꽉 차서

더 이상 셔터 찬스를 허용하지 않았다.

초점이 나가고 노출이 심하게 벗어나고

(디지털 암실이 왠만한 노출은 보정해준다)

구도가 무너진 컷들을 얼른얼른 지우면서

찍었는데도 '얻어 걸리길' 바라며 누르는

내 셔터 속도가 더 빨랐던 것.


꽃개


이건 꽃개가 처음 입수한 날 찍은 사진인데

6000*4000 사이즈 RAW 파일을 니콘의 Capture NX-D 프로그램에 넣어

3000*2000 사이즈 JPEG 파일로 컨버터한 뒤 다시 크롭한 사진이다.


이 사진만 35mm 1.8 단렌즈


꽃개 네트워크 10 부레옥잠설에 올린 요것이 리사이즈 원본.

초점만 맞으면(노출은 둘째 치고. 나는 아직 카메라가 

'노출'을 잡는 매커니즘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크롭을 통해 애들 얼굴로 물방울이 튀는

생생한 이미지를 뽑아낼 수 있겠다는 게

원래 계획이었는데


꽃개


망했다.

노파인더로 찍을 때도 

(최소한의) 수평, 수직은 필요했는데

너무 달렸다.

너무 막 찍었어.


꽃개


수영 씬은 모두 갖다 버려도 할 말이 없을 지경.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있다)


둥이


생각해 보면 물살을 가르며 나가는 꽃개나 둥이를 상대로

멋진 수영 장면을 찍을 거란 예측 자체가 잘못된 걸 수도 있다.


둥이


일단 꽃개나 둥이는 편하지 못했다.

웰시코기가 물에 워낙 잘 뜨는 종이라 

가라앉을 거란 걱정은 안 했고

실제로 잘해나갔지만


꽃개
둥이


문제는 수영장 테두리.


둥이


테두리가 높아 개가 스스로

몸을 걸칠 수 있는 구조가 아니었다.

애들은 나가고 싶은데

테두리에 닿는 순간

높은 담에 부딪히는 공포를 느끼게 된다.


퀴즈. 누가 둥이고 누가 꽃개일까요?


테두리에 가면 나오려는 걸 만류하면서

자연스럽게 턴을 시켜줘야 했다.


위쪽부터 꽃개, 둥이


하지만 애들은 테두리에 닿으면

본능적으로 나가려고 발버둥쳤다.

불안해 하는 게 눈에 보였기 때문에

겁에 질린 애들을 상대로

마음 편히 셔터를 누를 수 없었다.

나 역시 쫓기는 기분으로

셔터 찬스를 남발한 것.


왼쪽부터 둥이, 꽃개


개가 자유롭게 물에 들어갔다

나올 수 있는 수영장이 필요해졌다.


왼쪽부터 꽃개, 둥이


(알아보는 중인데)

그 전까지는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무서워도


둥이


어쩔 수 없다.


꽃개


그래도 보는 우리까지 시원해지는 대리만족은 있었다.


꽃개


체력 소모가 상당히 커 보인다.

누가 보면 올림픽 출전견인 줄

엄마 한 바퀴 더 돌 수 있어요!
응? 뭣땀시?

꽃개


눈동자에 선 핏발까지 확인, 가능하다.

원본 파일을 리사이즈하고

크롭한 뒤 다시 리사이즈한 거지만

그랬다는 고백이 없다면

처음부터 이렇게 찍은 걸로 알 수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어떤 사람들은 그렇게 사기 치기도 하는 걸로)


꽃개


쉐킹!

엄마 옷 다 젖었다.


둥이. 이 사진만 수평 보정.


둥아, 입 뚜껑 열렸다.


꽃개


쉐킹은 생존을 위한 개의 특별한 능력.

저렇게 털어주면 몸에 묻은 수분의 3분의 1이 떨어져나가

체온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물론 이 불볕 더위엔 그닥 쓸데없는 기술이긴 하나


꽃개


실컷 쫄아놓고

허세 작렬.



여기 올린 사진은 모두 니콘 D5500으로 찍었습니다.

18-55mm 번들렌즈만 사용했습니다.

리사이즈 - 크롭 - 리사이즈 외에 다른 보정은 안 했습니다.

PC 화면으로 보면 더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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