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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Aug 15. 2016

꽃개 네트워크 15 웰시코기는 털이 얼마나 빠질까?

1년 365일 많이 빠진다.

애견 카페에서 이런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A 사료는 털을 덜 빠지게 한다는 데 사실일까요?

내 대답은 이랬다.

실제로 그런 사료가 있다면

국내 최대 웰시코기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난리가 나지 않았을까요?

내 대답은 확실히 잘못됐다.

논리 검증에 따른 것이지, 사실 검증에 따른 게 아니니까.

실제로 A 사료는 임상 실험 결과 털이 덜 빠졌을 수도 있다.

A 사료를 먹이지 않은 개가 100개 빠질 때

A 사료를 먹인 개는 90개만 빠졌다든지.

그래도 나는 여전히 사실과 무관한 논리 검증을 따르겠다.

예전에 이런 광고가 있었다.

성장기 어린이 두뇌 발달에 좋은 DHA가 들어간 우유.

함유량은?

0.000000000000000000000001%

다시 털을 덜 빠지게 한다는 마법의 사료 이야기로 돌아가서,

설사 A 사료에 실제로 그런 기능이 있다 해도

질문자의 심리를 더듬어봤을 때

내 결론은 여전히 '무의미'하다는 쪽이다.

왜냐하면 그 사람이 키우는 견종이 꽃개와 같은 '웰시코기'였으니까.

그 사람에게 필요한 사료는

덜 빠지게 하는 사료가 아니라

안 빠지게 하는 사료가 아니었을까.

꽃개 입양 전, 개를 키우기로 결심했을 때

웰시코기 선택을 주저하게 만든 첫 번째 이유도 '털'이었다.

펫샵에 가서 '웰시코기'의 '웰' 자만 꺼내도

사장님들이 제일 먼저 하는 말씀이 '털'이었다.

웰시코기의 파양 원인 1위가 '털'이라고.

여기엔 두 가지 사실이 있다.


1. 웰시코기는 집에서 쫓겨날 정도로 엄청난 털이 빠진다.
2. 그런 걸 각오하고 입양한 사람들이 버릴 정도로 엄청난 털이 빠진다.


사장님들도 그걸 너무 잘 아니까

'유기견'을 한 마리라도 줄여 보려고 잔뜩 겁을 준 거다.

진짜다.

우리도 제법 겁을 먹은 상태에서 선택을 하고 품에 안은 친구가 꽃개다.

실제로 꽃개는 엄청난 털을 뿜어댔다.

내가 만약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이라면

사무실 사람 모두가 내가 '개를 기른다'는 사실을 알아내었을 정도로.

그걸 피할 길은 없다.

그걸 피하게 해줄 사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걸 피하고 싶은 사람들은 웰시코기의 '웰'자도 떠올려선 안 된다.

웰시코기를 반려견으로 삼은 이들은

땀처럼 흘리고 먼지처럼 떨어지는 웰시코기의 털을 사랑해야 한다.

많이 빠질수록 더 '자연'스럽게 여길 줄 알아야 한다.

꽃개는 겨우내 털이 덜 빠졌다.

자주 만나던 형제견인 둥이네하고 비교해봐도 상당히 덜 빠졌다.

나는 둥이네를 약 올리려고 우쭐한 태도를 보였지만

아내는 대체 어느 개랑 섞였기에 이렇게 털이 안 빠지냐며

스마트폰으로 전 세계 개들을 뒤졌다.

(나중에 공원에서 만난 바센지 이야기도 할 예정이지만,

음, 둥이와 꽃개는 엄마 아빠가 같은 개고,

부모 모두 웰시코기였던 건 보증된 사실이다)

우리의 해석은 '겨우내 찬바람에 대응한 꽃개가

털을 달고 있었던 게 아닐까?' 였다.

하루에 5회씩 나갈 정도로 야외 활동이 많았으니까.

4월에서 6월 사이?

엄청난 털이 빠졌다.

승강기에서 쉐킹을 하면 날리는 게 보일 정도로.

겨우내 털이 쬐금 빠지는 걸 경험한 우리가 받은 충격은 상당했는데

(오, 저게 '털뿜'이란 거였군, 후후, 장난 아닌데)

'개밥 주는 남자'에 출연한 웰시코기 견주들의 증언은

호러 그 자체였다.

나이가 들수록 더 빠진다.

나이가 들수록 더 빠진다.

나이가 들수록 더 빠진다.

웰시코기의 털 이슈는 더 자주, 비중 있게 다뤄져야 한다.

며칠 전에는 유해진 씨가 키우는 반려견, 겨울이가 '삼시 세 끼'에 나왔다.


출처 : 트위터


주병진과 대중소의 파급력도 상당해 

우리 아파트 경비 아저씨들도 

'거기 나오는 개 맞죠?'라고 알아볼 정도.

애견인들 사이에 모르면 간첩인 

개 훈련사 강형욱 씨 부부가 키우는 반려견 중에도

'첼시'라는 웰시코기가 있다.


출처 : MBC


인터넷으로 웰시코기를 검색해 보면

'털 때문에 버려지는 개'라는 참혹한 진실은 보이지 않는다.

'천재견'이니 '똑똑한 개'라느니 헛짖음이 없고 사람을 잘 따른다는

좋은 정보만 나열된 뒤 이중모라서 털이 잘 빠진다는 정보가 

마치 약간의 흠처럼 언급되는데 사실은 그게 전부다. 

그게 전부일 수 있다.

2년 뒤엔 유기견 센터가 웰시코기로 넘쳐날 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상근이 현상이 있었다.


출처 : 나무위키


1박 2일에 출연한 상근이가 유명세를 타자

너도 나도 상근이 같은 개를 입양해 키우다

1, 2년 뒤에 많이들 갖다 버렸다는 거다.

대형견은 반려견 세계의 하드코어 장르다.

어느 세계든 초급, 중급, 상급의 실력으로 나눠지는데

대형견은 상급자 정도 되어야 너끈하게 품을 수 있는 견종이다.

특히나 아파트가 넘쳐나는 한국 사회에선.

(한국을 '일반적인 국가' 내지 '보편적인 사회'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한국인들은 결코 백인들처럼 개를 키우지 않(못하)고 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지배적 주거 공간이 아파트이기 때문이다.

아파트에서 개를 키우는 건 그 자체가 학대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개와는 코드가 안 맞는 공간이다.

이웃 주민에게 폐를 끼치는 건 말할 것도 없고.

나도 옆집 개 갈색 푸들한테 당한 적이 있다. 

2시간 가까이 규칙적으로 짖어댔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모두 잠든 자정 무렵에!

분해서 잠을 못 이룰 정도로 짖어댔다)

대형견은 사람 굵기의 똥을 싸고

수도꼭지를 튼 것 같은 오줌을 싼다.

소형견들이 1년 동안 먹을 사료를 한 달 만에 먹어치운다.

거리에 버려진 수많은 상근이들이 그렇게 양산된 셈이다.

'수 틀린' 초급자들에 의해.

대형견이 '사이즈'의 문제라면 웰시코기는 '털'이다.


미디어에 민감한 사람들이 TV에 나온 거 보고 좋다고 웰시코기를 입양했다

(실제로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웰시코기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등을 한 번 스윽 쓰다듬으면 손바닥 가득 묻어나는 털에 인상을 찌푸린 뒤 

휴가철, 어둑한 도로변에, 양심을 두고 온다.

상근이 현상이, 반복될까?




아내는 빗 수집에 나섰다.



사람 빗으로 빗겨도 털이 뭉텅이로 빠진다.

슬리커 브러시는 피부병 이슈가 있다.

개의 피부는 사람과 달리 얇아서

(여름처럼 무더위에)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슬리커 브러시의 날카로운 이빨에 긁히면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말을,

동물병원 의사로부터 들었다.

우리는 꽃개의 피부 질환을 대충 '그렇게' 추론했다.

(2주 가까이 항생제를 먹이자 잡혔다)

사용자인 아내에 따르면 퍼미네이터는 속 털을 긁어낸다고 한다.



가장 최근에 구입한 마스 코트킹은 

(죽은) 겉 털을 긁어낸다고.



이 빗엔 두 가지 이슈가 있다.

빗계의 독일차라 할 수 있는

오리지널(메이드 인 저메니) 마스 코트킹은 상당한 가격에, 

날 수에 따라 대상 견종이 다른 '규격'이 있다.

딩고 사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날의 힘이 강해, 일주일에 1회 정도만 하는 게 좋다고.

너무 자주 하면 피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주의.

슬리커 브러시에 당한 경험이 있는 우리는 귀담아 들었다.



왼쪽이 퍼미네이터로 긁어낸 속 털, 오른쪽이 코트킹으로 긁어낸 겉 털.



바람에 날아가는 속 털과 가만있는 겉 털.

또 한 가지 이슈는, 아내가 가입한 웰시코기 커뮤니티의 반응.

웰시코기 보호자들은 털에 상당히 민감하고 취약한 소비자인데

유독 마스 코트킹에 관한 정보가 없다.

(전혀 없는 건 아니고, 아주 조금 있다. 한 갠가, 두 개?

애견 용품 업체로부터 공짜로 받아 쓴 뒤 후기를 올리는

마케팅 활동이 화산처럼 활발한 커뮤니티에서!)

거기서 90퍼센트 이상의 정보를 의지했던 아내는

그런 빗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다 딩고에서 처음 잡아본 것이다.


실제로 처음 긁어보는 장면이다.


한 번 써본 아내는



며칠을 끙끙 앓다(비싸다, 진짜 빗싸다!)



지를 수밖에 없었다.

털이 슥슥 빠져나가는 손 맛을 잊을 수 없어서.

(둥이네도 같은 반응이었다. 향후 10년 동안 같이 쓰는 걸로)



줌그룸의 소재는 실리콘.

올라운드 플레이어여서 슬리커 브러시가 문제를 일으킨 뒤로

더 자주 쓰게 됐다.

퍼미네이터와 마스 코트킹으로 굵직하게 긁어낸 뒤

줌그룸으로 잔털 정리.



잔털... 정리 맞아?



카메라는 털뿜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다.

검은색 벽지를 바른 벽에서 찍었으면 잘 표현됐을까?



참혹한 현장.



사실상 건강의 징표다.

털갈이가 잘 되고 있다는, 수북한 증거.

가끔씩 나는 입에 있는 것을 퉤퉤 뱉어낸다.

털 묻은 수건으로 세수 한 얼굴을 닦는 나.

입이 까끌거려 뱉으면 어김없이 나오는, 꽃개 DNA.



사드보다 강력한 눈빛 발사.

한 대 제대로 맞으면 어질어질해져서 내놓을 수밖에 없다.



'수고했어' 간식.



개잠.

종종 빠져드는 의혹.

(녀석을 키우는) 우리와 녀석 중

더 행복한 자는 누구인가?


사진에 잡히진 않았지만, 손님이 맡기고 간 장모 치와와가 있었다.


납량특집급 무더위에 지쳐

카페도기로 출근하는 요즘

아내가 충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자기는 여기 있는 개들 중 다시 고르라면 누굴 키우고 싶어?

당연히 꽃개라고 했지만 아내의 대답은

꽃개가 아니었다!

털 때문이 아니라 사이즈 때문에.



눈썰미를 향상시키는 애견 퀴즈.

이 친구의 견종은?

일 년에 한 번 짖을까 말까 하는 특이한 성격의 개라는데

나는 이 친구가 짖는 소리를 들었다.(1년 지나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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