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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Aug 25. 2016

꽃개 네트워크 16 우리가 찾은 역대급 애견카페는?

아우름.

무엇 하나 믿을 수 없는 사회.

FRB는 매주 금리를 올릴 거라 협박하고

기상청은 매주 열기가 꺾일 거라 예보했다.

이틀 전 폭우 같은 소낙비를 만났을 때는

너무 반가워 '쇼생크탈출'의 앤디처럼 

팔 벌리고 서있을까도 생각했는데

침착하고 이성적인 아내는

올 여름의 피날레를 장식할 만한

애견 카페를 찾아냈다.


출처 : 네이버 지도


아내가 전할 땐 '아우룸'으로 들렸는데

'애견테마 아우름'이 정식 명칭이었다.

미술관을 개조한 애견 카페라는데 시설이 훌륭하다고.

해비치 미술관 -> 아우름 미술관 -> 애견테마 아우름.

검색 결과 대충 이런 변천사가 있는 듯.

아무튼 미술작품도 볼 수 있나 했는데 그런 건 없었다.



한 친구는, 개 수영시키러 간다고 하자

그런 데도 있냐며 놀라는 눈치였다.

오히려 우리는 '개 수영'에 관한 환상이

살짝 한 풀 꺾였다.

사진으로 봐도 알 수 있듯

꽃개와 둥이는 공포스러워 하는 측면이 있었고

입수를 시키고 꺼내는 과정이 부자연스러운 측면이 있었다.

수영을 한 뒤로 두 개가 똑같이 앓은 것도 그랬다.

물놀이를 즐기는 게

자연스럽지 않다는 생각?

아내가 찾아낸

시설 좋은 수영장을 지닌 애견 카페는

너무 멀리 있었다.

파주도 그렇고, 평택도 그렇고, 남양주도 그랬는데

과감히 가기로 한 것은

올 여름이 유독 징글징글해서였다.

2016년 여름을 기념할 만한 피날레가 필요했다.



둥이네랑 한 차로 가서 '경비'를 아꼈다.



무시무시한 가격이지만

김영란법이 경제를 마비시킬 거라고

징징대는 인간들 관점에선

가벼운, 점심, 한 끼에 불과할 지도.



시설이 아주 깔끔하다.



남양주까지 와서 털을 날리는 형제.

왕복 2차로 국도를 굽이쳐 들어간 끝에 당도했는데

(위에 지도에도 보면 주위가 온통 산)

손님들이 제법 있었다.



인조잔디가 깔린 이곳은 소형견 전용이라고.

상체는 중형, 하체는 소형인 형제는

이곳에서도 털 날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큰 사이즈로 올렸다.



인조잔디가 깔린 소형견 운동장은 건물 안에,

잔디가 깔린 중대형견 운동장은 건물 바깥에 있다.



여름은 덥지만

봄, 가을에 오면 끝내줄 것 같다.

왼쪽의 흰색 컨테이너 건물 옆에 수영장이 있다.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안내문이 없었다.

그래도 나는 한 번 퍼다가 썼다.



수영장 입구에서 바라본 전경.



사진을 작업할 때 다시 보니

수영장 시설이 생각보다 꼼꼼했다.



꽃개와 둥이가 처음부터 저 계단을 사용한 건 아니다.



'천재견' 웰시코기도

저 난간을 오르내리는 천재성은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수영장이 충분히 넓어

'턴' 동작이 부드럽고 자연스러웠다.



물이 차가웠다.



발판이 있다.



처음부터 자연스럽게 이용한 건 아니고

몇 번 들락거리니까,

애들이 발 밑에 뭔가 있다는 걸 알고

척척 이용하게 됐다.



아내가 원했던 건 이보다 더 자연스럽게

물에 들어가고 나오는 게 되는 수영장이다.

해변처럼 완만하게 들어간 지면이 있다든지.

그런 시설을 발굴하기 전까지는

여기가 역대급일 수밖에.



나도 들어가봤는데

계곡 물에 발을 담근 것처럼 차가웠다.



둥이가 먼저 입수.

둥이는 물을 좋아한다.

둥이네는 멍비치에도 다녀왔는데

둥이가 바다로 뛰어드는 동영상을 보니까

태평양을 건너 하와이까지 갈 기세였다.



꽃개도 입수.

아내가 가입한 커뮤니티에 올리면

동물 학대라며 강퇴시킬지도 모르는 장면.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지만

스스로 원해서 뛴 거다.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지만

웰시코기도 일반화시켜선 안 된다.

이때만 해도 꽃개는 계단을 사용하지 못했다.



딩고에 비하면 망망대해 같은 수영장.



물 맛을 감정하는 형제 평가단.



웰시코기에겐 살짝 높은 계단.

하지만 이 친구들은 넘치는 에너지로 극복했다.

사람처럼 걸어 올라가는 게 아니라, 뛰어올라가니까.



신이 난 형제는 수영장을 둘러싼 데크를 트랙처럼 돌았다.



개 난리.



이것은 과제.

공성애자인 꽃개는 점프하지 못했다.



개에 대해 아무 것도 아닌, 내가 나섰다!

간식을 주고 얕은 데서 살살 던져봤지만

분단 국가의 비극이.

눈에 보이는 데도 갈 수가 없어.



마음은 벌써 점프해 씹고 있지만

몸이 움직이질 않아.



뛰어들고 싶은 앞다리,

버티고 섰는 뒷다리.


나는 누구이고

여긴 어디인가


외면.



둥이가 먼저 점프하는 데 성공!



수영에 관한 환상은 여기서도 깨졌다.

이유는 모르겠는데

꽃개와 둥이는 별로 그렇게 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우리끼리는 물이 너무 차가워 그런 게 아닌가 생각했다.

이대로 갈 수 없다며

아내가 입수를 결심했다.



아내한테 한 말이 있다.

프리스비 사진을 찍을 거야.

자기가 쟁반을 던지면

(우리는 늘 쟁반이라고 한다, 원반을)

꽃개가 물에 뛰어드는 순간을,

물방울이 격렬하게 부서지는 그 현장을,

꽃개의 날아가는 배 밑에서

찍는 게 내 소원이야.

그것도 아름답게.



하지만 여기는 데크가 높아

그 각도로 찍으려면 나도 물에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방수가 되는 카메라가 아니어서

그런 모험을 할 수 없었다.

아내는 둥이를 데리고 들어가

꽃개를 자극했다.



꽃개는 많이 망설였다.



아내의 설득을 듣고



Do it!



우리는 다음 주에 한 번 더 가기로 했다.



애견테마 아우름 안내문을 스마트폰에서도 잘 보이게 다시 올렸습니다.

애견 테마 아우름을 애견테마 아우름으로 수정했습니다.

영수증의 사업자 정보를 삭제했습니다.

앞으로도 개인 정보 보호에 앞장서는 브런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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