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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Aug 31. 2016

꽃개 네트워크 17 웰시코기는 성격이 정말 좋을까?

웰시코기와 꽃개의 성격을 비교해봤다. 

어제.

애견 공원을 다녀온 꽃개가 이상했다.

꼬리를 말고 현관을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있었다.


이건 진짜 아팠을 때.


어디 아픈가?

둥이랑 2시간 가까이 놀고?


둥이도 점프를 시작했다.


나는 '쉬'가 마려운 거 아니냐고 했고 아내는 차 타기 전 세 번이나 마킹했다며 괜찮을 거라고 했다.

꽃개는 집에서 배변 활동을 하지 않는다.

올해 들어와 시작된 일인데 우리는 3시간에서 4시간 간격으로 산책을 나가 밖에서 볼 수 있게 해준다.

공원에 다녀온 지 1시간도 안 된 시점이었다. 나는 꼬리를 말고 겁먹은 듯한 표정이 마음에 걸렸다.

우리 눈엔 안 보이는 애나벨이라도 본 건가?


출처 : 소니픽처스


마음에 걸려 옷을 입고 '나가자' 하는데 안방에 따라 들어온 꽃개가 '쉬' 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많이.

우리는 추론을 수정했다.

애견 공원에서 신나게 뛰어다녀 물을 많이 먹은 건 사실이었다.

밥 배, 간식 배가 따로 있는 사람처럼 꽃게도 오줌 보, 마킹 보 따로 있는 걸로.

독일엔 배변판 자체가 없다고 한다.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출연한 동물(을 위한 행동) 대표에 따르면 애완견을 파는 팻숍도 20세기 초에 없애버렸다고.


출처 : 김어준의 파파이스 111회

배변 활동을 밖에서만 하거나 그럴 목적으로 윤리적 태도를 보인 건(참고 버티기) 웰시코기의 특징이 아니다.

아내는 개(소형견)를 길러본 경험이 많고 조금이라도 더 잘 알기 위해 강형욱 씨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보기도 했지만 '훈련' 같은 걸 시킨 건 아니다. (할 줄도 모르고)

잔디 광장에서 프리스비를 하면 지나가던 사람도 걸음을 멈추고 구경할 정도이지만 마찬가지로 '훈련' 같은 건 시킨 적 없다.

프리스비를 즐기기로 한 것과 마찬가지로 밖에서 배변 활동을 하기로 한 것도 꽃개의 선택이다.

이러한 선택들의 조합으로 빚어진 성격은 '꽃개의 성격'이지 '웰시코기의 성격'이 아니다.




개를 입양하기 전 나랑 같이 살 개가 어떤 친구인지 알기 위해 인터넷을 검색한다(나도 그랬다).

웰시코기는 똑똑하고 사람을 좋아하고 왕성한 활동 양을 자랑하며 헛짖음이 없으며 털이 많이 빠진다는 검색 결과는 얼마나 현실적인 정보였을까?


1. 웰시코기는 똑똑하다 vs 꽃게는 똑똑하다.


나는 꽃개가 대단히 똑똑할 줄 알았다.

내 말을 척척 알아듣는 수준으로.



바둑TV를 같이 보며 프로기사의 다음 착수 지점을 혀로 핥을 정도로

이건 대단한 착각으로, 개는 보호자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인간은 소리에 담긴 '의미'가 전해지길 바라지만 개는 자연에서 파생되는 수많은 '사운드' 중 하나를 들을 뿐이다.

강형욱 씨가 출연한 프로그램을 보고 '앉아' '엎드려' '기다려' 같은 명령어를 입히긴 했지만(빨리 입혔다고 개가 똑똑할까?) 개를 '훈련'시킨 건 인간의 언어가 아닌 '간식'의 힘이었다.

강형욱 씨가 TV에 나와 나쁜 개가 없다는 걸 증명하는 프로그램을 보면 항상 '말'을 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가 개를 '말'로 통제하려는 건 '의인화'해서 바라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강형욱 씨는 항상 '몸짓'으로 뜻을 전한다.


출처 : EBS 그 개가 알고 싶다 아니,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낯선 사람한테 짖는 개?

보호자가 개와 낯선 사람 사이에 끼어들어 등을 보이고 서는 게 첫 번째 요령이다.

'짖지 마' '조용히 해'라고 인간의 말로 다그치는 게 아니라.

내가 꽃개한테 느낀 '똑똑'함이란 소박한 것이다.

기억력과 공간감?

전문가들은 개의 기억력을 폄훼하지만 계속 당하면서 주구장창 같은 정당만 찍는 유권자보다 낫다

집에서 아들하고 숨바꼭질할 때 공간의 특성을 파악해 반대로 도는 행위.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1층에서는 왼쪽으로 나가고(출구가 왼쪽에 있다) 지하 주차장에서는 오른쪽으로 나가는 능력.(주차장 출구는 오른쪽이다) 그것도 항상 녀석이 먼저 나간다, 거침없이. 집에 갈 때는 현관이 있는 왼쪽으로 내리고.

'똑똑하다'는 말을 의인화해서 받아들이면 안 된다.

인간은 신자유주의라는 무한경쟁 톱니바퀴에 끼어


출처 : 오마이뉴스


'똑똑'하지 않으면 괴로운 처지에 몰리지만 개들은 보호자가 입힌 명령어 대여섯 가지랑 배변 활동만 잘 해도 사랑받고 살 수 있다.

방송국이 시청율을 위해 찍어서 보내는, 보호자가 하는 말을 척척 알아듣는 개들은 똑똑한 게 아니라 '신기'한 거다.

웰시코기의 지능 순위는 11위다.

지능 순위 1위는 보더콜리.

보더콜리가 웰시코기보다 10배 더 빨리, 10단계 더 높게 보호자 말을 알아듣고 따라준다고 할 수 있을까?



그럴 일은 없다.


2. 웰시코기는 사람을 좋아한다 vs 꽃개는 사람을 좋아한다.


'사람'처럼 무책임한 말도 없다.

나는 남자다. 유영철도 남자다. 나는 연쇄살인범일까?

웰시코기가 사람을 좋아한다고 자기를 발로 걷어차고 학대하는 사람도 좋아할까?

항목 1에서는 '똑똑'하다고 해놓고?

사람을 좋아하는 개와 싫어하는 개가 있는 게 아니라, 개한테도 반가운 사람이 있고, 불청객인 사람이 있다. 예컨대 조그만 애들이 "야, 개다" 하면서 쪼르륵 달려와 '인형'이라도 기대한 양 '얼굴'을 만지면 물리는 수가 있다. 개들이 싫어하는 행동이니까. 웰시코기도 예외는 아니다.

꽃개가 그런 상황에서도 가만히 있는 건 사람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우리랑 같이 살기 위해 참고 넘어가 주는 거다. 우리가 보는 앞에서 오줌을 참았던 행동과 유사하다.

꽃개는 우리 아파트를 청소하시는 아주머니가 무섭다고 피해 다닌다. 가끔 놀러 오는 아내의 친구도 비슷한 이유로 피해 다닌다. 목소리가 크고 기가 센 사람.(꽃개는 기운을 느낀다. 내가 뉴스를 보다 '저런 개 같은' 화내면 달려와서 괜찮냐고 핥는다)

꽃개가 밝히는 사람은 주로 젊은 여자다. 활짝 웃으며 가느다란 목소리로 예쁘다고 칭찬하면 꼬리가 떨어질 정도로 흔들면서 핥는다.(꽃개는 웰시코기지만 꼬리가 있다. 짧게 한 마디 정도)

여자가 피하지 않고 받아주면 좋다고 점프한다. 여자가 핸드백에서 공을 꺼내 던져주기라도 하면 집까지 따라갈 기세다.

성견이 되기 전에는 음식 배달 아저씨가 방문하면 쪼르르 나가 냄새를 맡은 뒤 발등을 핥기도 했다.

우리는 꽃개를 집 지키는 기능은 없는 개라고 소개한다. 도둑이 들어오면 꼬리를 흔들며 발등을 핥아줄 개라고.

사람을 보고 짖을 때도 있다. 밤에 산책을 나가면 우두커니 등을 보인 채 앉아있는 사람을 보고 경계하는 태도로 짖었다. 움직이지 않는 모습이 자기를 노린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유모차를 밀고 가는 사람한테 짖기도 했다.(지금은 안 그런다)

주인 바라기 성향은 있는 것 같다. 다른 웰시코기들을 봐도 그렇고. 꽃개도 성견이 되면서 우리가 앉은자리를 '영역'으로 삼아 지키려는 태도를 보였다. 다른 개가 침범하면 으갸갸갸 달려들기.(그러다 많이 혼났다)


3. 웰시코기의  활동 양 vs 꽃개의 활동 양


카페도기에서 꽃개가 시바들과 노는 걸 보면 처음엔 같이 '우다다' 한다.


카페도기 알바견 동수와 그를 잡는 꽃개.


시바가 잔다.


동수가, 잔다.


꽃개가 계속하자고 괴롭힌다.

시바가 송곳니를 드러낸다.

꽃개가 계속하자고 덤빈다.

시바가 으갸갸갸 달려든다.

꽃개가 그거 말고, 놀자고 우긴다.

내가 끼어들면 시바는 다시 잔다.

꽃개는 안 자는 개한테 시선을 돌린다.


카페도기 알바견, 뽀글과 뽀또한테 놀자고 살을 날리는 꽃개.


어제는 둥이랑 애견 공원에서 만났는데 2시간 넘게 '우다다' 했다. 나중엔 지쳐서 누운 채로 '우다다' 했다. 우리 입에서 '가자'는 소리가 나올 때까지 절대 물러설 수 없는 두 권투선수의 12라운드 경기처럼 '우다다'를 이어갔다.

그렇게 놀면 둥이는 집에서 하루 종일 잔다고 한다. 다음날 늦게까지.

꽃개는 뼈다귀 모양의 개껌을 뜯다 말고 식사 중인 내 발 밑에 툭 뱉는다. 던져달라고.


넌 개도 아니야.

꽃개의 활동 양은 특이점이다.

프리스비를 할 때도 꽃개는 원반이 떨어질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폴짝 뛰어 허공에서 물어버린다.


꽃개가 한다고, 다른 웰시코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 반대로 생각해도 안 된다.


그 역시 꽃개의 선택이다.

우리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치거나 강요하거나 간식으로 유혹한 적 없다.

가을이 엄마에서 나온, 사남매를 비교해봐도 꽃개의 활동 양은 탑이다.

마루가 꽃개만큼 활발한 걸로 아는데


왼쪽부터 마루, 둥이, 우디.


아무튼 그 활동 '양' 역시 웰시코기마다 다르다는 걸 인지하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활동 양은 본성이나 본능과 깊게 결합된 항목이다.

잘 풀어주지 않으면 집에 있는 사물을 물어뜯는 수가 있다.


이빨이 간지러워 그러는 거라고도 한다. 카페도기 알바견 무룩.


*3대 악마견이란 말이 있다.

애견 공원에 비글을 데리고 오는 할머니가 한 분 계셨는데 멍청한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비글도 악마견이라고 하는데 집에서 문제 일으키지 않아요?

이 친구의 이름은 몽이. 극강의 비주얼을 자랑한다.


놀리려고 한 말이 아니라 비글이 너무 잘생겨서 실제로 그런 평가가 사실인지 아니면 편견에 불과한 것인지 '알고' 싶었다. 하지만 질문을 받는 입장에선 한 대 갈기고 싶었을지도

사실은 지금도 궁금하다. 어째서 3대 악마견 같은 말이 '상식'처럼 돌아다니는지.

보호자가 없는 틈을 이용해 개가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건 10이라는 활동 양이 있을 때 견주가 풀어주지 않아 집안에 돌아다니는 물건을 상대로 화풀이한 거라는 추론이 가능하다. 비글이 악마견이라는 평가는 유독 비글의 견주들만 활동 양을 풀어주지 않아, 전국의 비글들이 미쳐 날뛰어 악마견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는 뜻이다!

비글을 반려견으로 삼은 할머니한테는 씨알도 안 먹힐 소리였다.

꽃개는 요즘 거의 투명-개가 됐다. 오전 10시만 돼도 30도를 찌르는 난폭한 여름 내내 애견 카페에서 신나게 놀고 귀가하다 보니 집에서는 죽은 듯이 지내게 된 것.

우리 집 사물은 멀쩡하다. 꽃개가 물어뜯은 물건이라고는 내 노란 끈 운동화가 유일...


아내는 덕분에 유행하는 슬리퍼를 샀다.


실컷 물어뜯으라고 줬더니 모른 척.

아, 똑똑해.


4. 웰시코기는 헛짖음이 없다 vs 꽃개는 헛짖음이 없다.


옆집 개한테 당해온 나는 '헛짖음이 없다'는 성격이 무척 크게 다가왔다.

스위치를 누르면 켜지듯 저런 성격이 기능처럼 탑재된 개라면 이웃에 민폐를 끼칠 일은 없겠다 싶어서.

우리가 외출한 사이 꽃개가 짖나 안 짖나 확인하려고 아내의 스마트폰 녹음 기능을 이용해 보기도 했다. 초기에 꽃개는 신음하긴 했어도 짖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헛짖음이 없다'는 성격이 맞는 것 같다고 좋아했지만 실상은 내가 틀렸다.

웰시코기의 특징이 아닌 꽃개의 특징이다.

꽃개는 헛짖음이 없는 게 아니라 잘 짖지 않는다. 짖는 일이 거의 없다. 우리는 꽃개가 왜 잘 안 짖는지 모른다. 짖을 일이 없어서 그러는 모양이라는 짐작만 한다. 아들이랑 놀 때는 '껑' 하고 단발성으로 짖는 일이 (상대적으로) 빈번하니까.

자기랑 놀아주는 우리한테 불만족스러우면 '껑' 짖어 '제대로' 놀아줄 것을 주문한다. 지난 총선 때 투표하고 공원에 갔을 때도


민주주의는 생명의 가치를 어떻게 존중할 것인지 묻는 제도다.


아들이 페트병을 발로 콱 밟아 쏘아 올리는 과학경시대회용 로켓을 들고 왔는데 그거 빨리 안 쏜다고 '껑' 하고 짖었다. 대포알을 발사했다.

둥이는 잘 짖는 편이라고 한다.


왼쪽부터 둥이, 우디, 꽃개, 마루.


엄마겨인 가을이도 잘 짖는다. 같이 사는 우디도 따라서 잘 짖고. 마루가 꽃개처럼 짖지 않는 편이었다.

다섯 마리가 함께 있을 땐 자기들이 정한 영역 안에 다른 개가 오거나 사람이 접근하면 짖었다. 한 개가 짖으면 나머지 개들이 덩달아 짖는 경향도 강했다.

(이때는 꽃개도 부화뇌동해 막 짖어댔다. 무리 생활을 해온 동물의 특성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다시 '헛짖음'이란 말에 집중해보자.

왜 잘 짖는 편, 짖지 않는 편이라고 하지 않고 '헛-짖음이 없다'는 표현을 썼을까? 짖을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사람이 개 대신 할 수 있을까? 청각이 발달한 개는 우리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는데?

꽃개는 어둠 저편에 오도카니 있는 사람을 보고 짖었다. 헛짖음이었을까? 꽃개는 유모차를 밀고 가는 여성을 보고 뒤에서 짖었다.(앞에서는 짖지 않고, 뒤에서 보면 그랬다) 헛짖음이었을까?

발달한 청각은 인간이 인지하는 사물의 경계를 뚫어버리는 듯 보인다.

예컨대 둥이는 시골 집에 갔을 때 밤새 들이치는 바람 소리에 놀라 밤새 짖었다고 한다. 무언가 거칠게 파고드는 사운드가 자기 영역을 후벼 판다고 느껴 짖은 게 아닐까?

옆 집 개, 갈색 푸들은 왜 새벽 1시에 메트로놈처럼 일정한 간격을 두고 짖었을까? 분리불안 장애가 있는 개가 크고 넓은 집에 홀로 남겨지자 무섭고 불안해 짖은 게 아닐까?

헛짖음?

그런 건 없는 말인지도 모른다.


5. 웰시코기는 털이 많이 빠진다 vs 꽃개는 털이 많이 빠진다.


털에 관한 이슈는 이미 다뤘다.

다섯 가지 성격 중 유일하게 유의미한 정보로 보인다.




산책이 잦다 보니 우리 동 아파트 주민들은 엘리베이터에서 꽃개를 자주 보게 된다. 꽃개는 우리가 시키는 대로 구석에 얌전히 앉아있는다. 짖지도 않고, 짖으려 하지도 않고 낯선 사람이 몰려들어도 겁을 먹거나 두려워하거나 날카롭게 굴지 않는다.

그걸 본 주민들은 살짝 놀란다.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착하다', 그 다음으로 듣는 말이 '순하다', 그 다음 '똑똑하게 생겼다'.

다 틀린 찬사다.

꽃개는 사회화가 잘 된 개다.

꽃개가 좁은 공간에 낯선 사람들과 있어도 가만 있는 건 '그래야 한다'는 걸 인지하고 그렇게 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글의 서두에서 나는 꽃개가 우리 앞에서 꼬리를 말고 오줌을 참는 모습을 보여줬다고 했다. 그것과 유사한 행동이다. 

개는 동물이니 본능대로 행동할 거란 편견이 있지만 사람과 섞여 사는 길을 택한 개들에겐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한 '윤리 의식'이 존재한다.(백인들이 착각하는 지점이 여기인데 그런 능력이 개들한테만 있다는 주장은 곤란하다. 개들은 단지 그렇게 살기로 '선택'한 종일 뿐이다. 그런 선택을 한 게 특별한 거 아니냐고? 아니다. 예컨대 돌고래가 있다. 돌고래도 인간들과 교감할 줄 안다. 돌고래가 인간과 같이 살기로 '선택'할 수 있나? 돌고래가 바다를 포기하거나 인간이 육지를 포기하고 바다에 들어가 살아야 하는데? 하늘을 나는 새들은? '개'라는 종은 인간과 섞여 살기 유리한 조건을 가진 것뿐이다)

본성의 한 켠에 자리한 그 의식이 너무 작아 기능으로 작동하지 않으면 엘리베이터에서 사납게 짖고 물려고 달려드는 개가 된다. 그 의식의 부피가 충분해 제 기능을 발휘하면 매너 있는 개가 되고.

인터넷으로 파악 가능한 견종의 성격은 보편적 참고사항일 뿐 당신이 입양할 개에 장착된 기능이나 스펙은 될 수 없다.

강형욱 씨가 EBS에 출연해 매주 증명했다시피 개는 보호자가 행사한 사랑(통제)을 거울처럼 반영하는 성격을 지니게 된다.

그보다 우선해서는 태어날 때 이미 자기만의 기질을 '어느 정도' 갖는다.

둥이와 꽃개는 형제견이지만 성격이 딴판이다.

둥이는 낙천적이지만 꽃개는 조심성이 많다. 둥이는 물과 친하지만 꽃개는 공과 친하다. 둥이는 여유로운 편이고 꽃개는 서두르는 편이다. 우리가 둥이와 꽃개를 바꿔 키워도 웰시코기끼리 바꾼 거라 크게 불편하지 않고 이질감이 없을까? 우리는 서로 고개를 젓는다.

형제견의 성격도 이렇게 다른 데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웰시코기의 일반적인 성격을 어느 정도나 신뢰할 수 있을까?





9월 4일, 4대 악마견을 3대 악마견으로 수정했습니다.

*비글, 슈나우저, 코카 스패니얼이 그렇다고 하는데 인간 세계의 흔한 편견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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