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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Oct 26. 2017

보도블록 59 갤럭시탭S3 북커버 개봉기 사적 리뷰2

뜻밖의 선물에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일이 밀려 브런치는 오랜만이다.

하와이 여행기는 대체 언제 끝낼

저녁 식사를 마칠 즈음 아들이 줄 게 있다며 식탁 밑에서 이걸 꺼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 놀랍고 기쁘고 즐거웠다.

갤럭시탭을 정품받침대 없이 쓰는 아빠가 마음에 걸렸던 걸까.



갤럭시탭S3 받침대로 손색이 없었던 독서대.



쿨러 기능까지 장착된 노트북 받침대도 그럭저럭 쓸만했다.



급하면 꽃개도 갤럭시탭S3 받침대 용도로...



식사를 마친 뒤 뜯었다.



민트색.

아들은 심사숙고해서 골랐을 터인데 삼성전자의 색상 감각이 워낙 떨어져 패쓰.



안에 탭을 넣었다면 '북커버'로 덮인 상태다.

미니멀하게 만들려 했고 자석을 사용해 그 의도엔 성공했으나 기능엔 실패했다.

예컨대 저 채로 잡고 걸을 때 갤럭시탭S3가 저 안에 고정돼 있으리란 보장을 할 수 없다.

포장 박스 뒷면에 다음과 같은 경고문이 삽입돼 있다.


태블릿과 케이스가 분리되지 않도록 사용상 주의가 필요합니다.

사기다.

태블릿과 케이스는 애초 결합된 적이 없다.

결합은 벨트나 홈에 끼웠을 때 사용 가능한 개념이다.

자석에 붙인 걸 결합이라고 우기는 건 우병우 같은 변호사들이 만들어낸 환상적인 거짓말에 불과하다.

'붙였다'고 해야 맞고 따라서 올바른 경고문은 다음과 같아야 한다.


태블릿과 케이스가 떨어지지 않도록 사용상 주의가 필요합니다.



열었더니 이게 나왔고



제품은 이렇게 몇 개의 관절로 접히는 판때기가 전부다.



탭을 놓으면 붙는다.

고정시키는 부품은 자석.

커버를 닫았다 열면 화면이 자동으로 켜지는 기능은 좋다.

물리 버튼인 홈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되니까.



민트색이 안으로 들어가게 접어 자석 부위에 갖다 대면 받침대가 된다.



각도는 두 단계.

아주 쉬운 것 같고 이 사진을 보면 바로 따라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몰라 아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들이 해준 거다.

젠장.



이 북커버의 치명적 단점은 세로 화면을 제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 기준에서 이건 불량이나 다름없다.

독서대와 노트북 받침대로도 됐던 기능이 안 된다.



안드로이드의 몇몇 앱들은 화면 회전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표적 SNS인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

이 북커버를 사용할 수 없다.



페이스북은 화면 회전 기능이 된다.

하지만 새로운 단점으로 이어진다.

보통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오른손으로 쥐고(왼손잡이들은 논외로 하겠다) 오른손 엄지로 스크롤한다.

보다시피 위 화면 구성에서는 왼손으로 스크롤해야 한다.

세로 화면일 때는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스크롤이 가능하지만 화면을 가로 방향으로 눕히면 왼손으로 스크롤을 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갤럭시탭S3 북커버는 세로 화면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것은 갤럭시탭에 있는 브라우저로 들어간 인터넷 화면.

다행히 이 화면에서는 왼쪽 오른쪽 모두 스크롤이 가능했다.



세로 화면이 아주 불가능한 건 아니다.



직각으로 봐야 하는 불편함만 감수할 수 있다면.



아들은 항상 생일 때마다 선물을 해왔다.

자신의 용돈을 스스로 쪼개서.

갤럭시탭S3 북커버는 아들이 처음으로 시도한 어른스러운 선물이었다.

나도 모르는 사이 훌쩍 커버린 느낌?

그 마음이 너무 대견스러워 '좋은' 선물 잘 받았다고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아쉽다.

이게 다 야당 탓이다.




갤럭시탭S3 지극히 사적인 리뷰 2탄


갤럭시탭S3 지극히 사적인 리뷰 1탄은 여기


나는 아재고, 스무 살 어린 젊은이들의 감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리뷰는 그 점을 감안하고 읽어야 한다.

나는 한 가지 이슈에만 집중하겠다.

이런 고민에 빠진 예비 소비자.


거금 주고 스마트폰을 사느니 화면이 크고 펜까지 생기는 갤럭시탭S3를 구매하는 게 낫지 않을까?

내 조언은 '땡'이다.

당신이 고려해야 하는 가장 큰 항목은 화면이 아니다.


1. 휴대성이다.

스마트폰은 휴대가 되고, 갤럭시탭S3는 휴대가 안 된다.

이 사실을 제일 먼저 이해해야 한다.

휴대성의 문제는 '휴대'의 문제로만 끝나지 않는다.

스마트폰은 지하철을 타고 서서 가면서 한 손으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하는 게 가능하다.

갤럭시탭S3는 불가능하다.

완전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쥐어짜서 하면 할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손에 쥔 상태에서 엄지로 모든 '업무' 처리가 가능하지만 갤럭시탭S3는 불가능하다.

가상 키보드가 넓게 펼쳐져 엄지 하나로 모든 문자를 찍는 게 불가능하다.

갤럭시탭S3가 자동으로 허공에 떠있는 게 아닌 이상 한 손은 반드시 쥐고 있어야 하는데 그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아들한테 탭을 사용하는 친구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게임'에서도 유사한 불편함이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게임을 조종하는 가상 컨트롤 버튼이 넓게 퍼져 탭을 쥔 채 그걸 눌러야 할 때 자연스럽게 누를 수 없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2. 최적화.

웹이 데스크톱에 최적화된 가상공간이라면 앱은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가상공간이다.

애플 쪽은 그렇지 않다는 평도 있는 모양인데 안드로이드 앱은 확실히 스마트폰 기준으로 제공된다.

인스타그램이 대표 사례다.

이미지 파일은 두 가지 틀로 시각화를 이룬다.

디스플레이의 해상도와 물리적 크기.

HD니, 풀HD니 하는 건 해상도의 크기를 말한다.

스마트폰과 갤럭시탭S3가 같은 해상도를 가질 경우 물리적 화면이 큰 갤럭시탭S3의 해상도가 떨어지는 모순에 직면하게 된다.

스마트폰으로 손바닥만 하게 볼 때는 괜찮은 사진도 갤럭시탭S3로 보면 자글자글한 경우가 많다.

크게 보면서도 쨍하게 잘 보려면 앱이라는 가상공간에 올라온 사진의 품질 자체가 굉장히 좋아야 한다.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가상공간은 그렇게 큰 데이터를 선호하지 않는다.


3. 궁합이 맞는 적임자는?

일단 스마트폰 대용보다 노트북 대용으로 접근하는 게 낫지 않나 싶다.

(나는 노트북 대용으로도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스마트폰처럼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며 쓰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에 갤럭시탭S3를 쓰는 게 가능한 특정 공간을 확보한 사용자에게 유리하다.

크기가 크고 그립감도 떨어지기 때문에 침대에 누워 앱 서핑을 하는 것조차 불편하다.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즐기는 것과 갤럭시탭S3로 게임을 즐기는 것의 차이는 화면의 차이가 아니라 휴대성의 차이다.

스마트폰은 걸어 다니면서 할 수 있고, 갤럭시탭 S3는 어디 앉아서 해야 한다.

화면이 크다는 장점?

AKG 사운드?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게임의 가상공간이 갤럭시탭S3의 큰 화면에서는 버벅댄다는 몇몇 리뷰를 봤다.

아까도 말했지만 커진다고, 똑같은 품질로 커지는 게 아니라 커지는 만큼 품질이 떨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따라서 나는 무엇보다 '특정 공간'의 '특정 작업'에 대해 펜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준비가 된 사용자에게 특화된 제품이 갤럭시탭S3라고 생각한다.


4. S펜의 성능.

나는 S펜의 성능을 따지는 자체가 삼성전자의 프레임 전환에 속은 결과라고 본다.

S펜의 그립감, 필압, 그것의 세밀한 정도를 광고하고 그 스펙을 자랑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다.

S펜을 사용할 때 이상하게 느껴지는 건


유리의 문제다.

나를 비롯한 인류는 안 미끄러지는 데다 뭔가를 쓰며 살아왔다.

갤럭시탭S3의 표면은 유리다.

유리에 글을 쓰고 선을 긋고 그림을 그리는 거라고 이해하면 된다.

그건 적응의 문제를 떠나 이질적인 체험이다.

특히 나처럼 종이 필기를 자주 하는 입장에선 유리판에 대고 글을 쓰는 게 여간 고역이 아니다.

삼성 측이 제공하는 '노트앱'의 그림 그리기 기능은 놀라운 점이 있긴 하다.

붓터치 기능을 통해 수채화나 유화를 그릴 수 있는데, 진짜 수채화나 유화랑 비교하면 또 아니겠지만 그걸 모르는 입장에선 유사한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수채화 붓을 선택하면 번지는 효과가 있고 유화 붓을 선택하면 두껍게 발라지는 효과가 있다.

문제는 유리에 닿은 붓 끝이 미끄러져 '내가 원하는 대로' 정확히 구현되지 않는다.

어떤 사용자는 미끄러운 유리의 문제를 각종 특수 필름으로 '어느 정도' 해결했다고 리뷰에 남겼다.

방탄 필름을 두 겹 발랐다고 했던가.

펜으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그런 일을 해야만 하는 사람이라면 꾸준히 연습하는 것으로 어느 정도 결실을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해본다.

나는 그런 일을 해야만 하는 입장이 아니어서 '그려볼까?' 생각만 한다.

펜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5. SNS는 왜?

인생의 낭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항상 '자기애'로 귀결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인스타그램은 일찌감치 접고 페이스북은 좀 해서 페친이 100명까지 됐는데 별 의미는 없는 것 같다.

같은 말을 셀럽보다 이틀 정도 빨리 더 고급지게 해도, 사람들은 항상 셀럽들의 말에 더 열광하는 경향이 있는 듯 보였다.

그런 세계를 비판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런 세계가 나랑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는 소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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