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개는 냅다 튀었다.
잠시 뒤 천둥 치는 소리가 들렸다.
꽃개가 꼬리를 말고 떨었다.
빛이 번쩍인 뒤 천둥소리가 이어졌다.
간격이 짧아지고 소리가 커졌다.
양 전하와 음 전하가 지지고 볶는 구름이 몰려드는 중이었다.
내 방으로 들어온 꽃개가 책상 밑으로 들어가 숨었다.
꼬리를 말고 덜덜 떠는 모습이 곧 죽을 거라고 믿는 눈치였다.
괜찮다고 했지만 씨알도 안 먹혔다.
마침내 당도한 구름은 미쳐 날뛰었다.
캄캄한 창문에 번쩍번쩍 빛을 터뜨린 뒤 우르르 쾅쾅 대포를 발사했다.
창문이 흔들릴 정도로 커다란 포효였다.
우리 집은 고층 아파트의 20층 이상이다.
그래서 더 실감 났던 것 같다.
포항 지진 때도 꽃개는 곧 죽을 것처럼 떨었다.
자연재해는 두려운 게 맞다.
2011년 일본을 덮친 대지진은 원자력 발전소를 폭발시켜 일본이란 나라를 영원히 바꿔놓았다.
2017년 수능 시험을 앞두고 포항을 덮친 지진은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으로부터 안전한 나라가 아님을 확인시켜줬다.
개는 세계를 그런 식으로 대하지 않는다.
꽃개가 보인 공포심은 유전자에 새겨진 프로그램 같은 거였다.
천둥번개나 지진, 비바람을 퍼붓는 태풍은 무조건 피하고 봐야 하는 대상이다.
이해의 대상이 아니다. 본능의 영역에 속한다.
인간이 문명의 범위를 넓혀가는 건 본능의 영역을 그만큼 줄여간다는 뜻일 것이다.
훈련으로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천둥번개가 칠 때마다 간식을 주는 것으로.
천둥을 대신해 탬버린을 치고 번개를 대신해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리면서 간식을 준다.
천둥번개가 발광한 그날 찍은 사진이다.
꽃개는 밥을 먹다 튀었다.
불가능해 보인다.
*꽃개 밥그릇을 제외한 모든 사진은 인터넷 출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