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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Jan 09. 2018

꽃개 네트워크 38 새벽잠을 설치는 반려견의 비밀

세 번만에 밝혀냈다. 

어둠 속에 녀석이 보였다.

침대 옆으로 다가와 사막여우처럼 가만히 바라보는.

그는 개를 좋아하지 않는다.

혈액에 카페인 성분이 흐를 정도로 커피를 좋아하고 하드보일드 장르를 선호하지만 녀석은 기호품이 아니다.

'개의 형태'를 한 가족에 가깝다.

언제부턴가 녀석은 집에서 볼일을 보지 않게 됐다.

냄새에 민감한 그도 환영한 일이었다.

아침은 그가 맡았다.

7시쯤 데리고 나가면 시원하게 오줌을 갈겼다.

곧바로 들어와 밥을 주고 다시 잠을 청하는 삶.

숙면은 그에게 중요한 작업 환경이다.

좋은 잠은 머리를 맑게 한다.

좋은 문장이 거기서 나온다.

녀석의 아침을 맡은 뒤로 잠이 쪼개졌지만 감수할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그는 보통 1시에서 2시 사이에 잤다.

6시까지도 그럭저럭 봐줄만했는데 최근 들어 5시 기상을 하게 됐다.

머리맡 탁상시계도 녀석이 몇 시에 일어나는지 확인하려고 갖다 놓은 것이다.

초기에는 아직 때가 이르니 더 자라고 대응했다.

오줌이 마려우면 어쩌나 염려돼 그가 먼저 포기했지만.

그는 조명 버튼을 눌러 시간을 확인했다.

4시.

갇대맫.




아들을 의심했다.

녀석의 하루를 마감하는 밤 11시가 아들 담당이었다.

귀찮아서 오줌을 안 씌우고 그냥 들어온 걸까?

11시도 그가 나갔다.

(따져 물을 필요도 없었다. 의심받는 자식은 상처받는다)

분명히 오줌을 씌우고 들어왔는데 다음날 새벽 5시, 녀석은 그를 깨웠다.

두 번째로 의심한 건 '밥'.


배가 고파서 점점 더 빨리 먹고 싶게 된 걸까?


7시든 6시든 새벽에 오줌을 씌우고 들어오면 밥을 주니까 5시, 4시로 앞당기는 거다.

오줌이 마려워 깨는 게 아니라 밥을 먹기 위해 오줌이 마려운 구조로 갔을 거라는 의심.

양치 껌을 밤 11시 이후 자기 직전에 줬다.

그 결과가 새벽 4시였다.


그것도 아니라면 혹시 추워서?


아내의 추론에 즉각 반발했다.

야생의 DNA를 간직한 이중모 녀석이 아파트에서 추위를 탄다고?

아내가 녀석을 침대에 재웠다.

 


아침 7시 30분까지 코 잤다.

 


한파로 기온이 뚝 떨어진 새벽에 추위와 배고픔에 시달리자 밥 달라고 깨운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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