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개 아빠견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엄마견 보호자 가족은 좋은 분들이었다.
담소를 나누면서 나는 더 이상 판단을 멈추고
이 흐름에 그대로 맡기자 결심했다.
(아내는 네 번을 키워봤지만)
나는 개를 키워본 적도 없고
가정견을 분양받거나
가족이 아닌 생명체를 입양해 본 적도 없어
나름대로 신경이 곤두선 상태였는데
이 분들은 의심할 데 없이,
개를 사랑하는, 좋은 분들이었다.
(1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참 귀한 인연이었다고 생각한다)
뭐 그렇게 쫄 필요 있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이 분들이 '개를 사랑해서' 당해야 했던 사연을 들어보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엄마견인 가을이 전에 길렀던 개가 있었다고 한다.
펫샵에서 분양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개가 시름시름 앓아
당황한 견주 가족은 펫샵에 가서
애가 많이 아픈 것 같으니 봐달라고 했다.
펫샵 측에서는 자기들이 치료해줄 테니 두고 가라고 했다.
며칠 뒤 견주 가족은 펫샵 측으로부터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된다.
개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견주 가족은 '믿지' 못해 시신이라도 보여달라고 했다.
펫샵 측은 강원도 어디 먼데다 묻었으니 이제 그만 잊으라는 거다.
견주 가족은 '믿을' 수 없어 급기야 경찰에 신고했다.
펫샵 측의 주장은 '거짓'인 걸로 밝혀졌다.
알고 봤더니 펫샵 측이 맡아서 돌보는 동안
다른 손님이 와서 그 개를 보고 마음에 들어하자
팔아버렸다는 것이다.
그 짓을 숨기려고 '죽었다'고 거짓말하고
강원도 어디다 묻었다는 말까지 한 것이다.
법적 조치로 '보상'은 받았다지만
견주 가족이 그런 자들을 상대하면서 겪었을 고초와 상처는
당해보지 않은 입장에선
솔직히 잘 떠오르지 않는다.
울타리 안에 있는 세 남매 중
(하나는 벌써 분양된 뒤였다)
꽃개를 안고 나서는데
함께 있던 할머니가 눈물을 보이시며
소중히 잘 키워달라고 당부하셨다.
가을이가 짖는 소리를 뒤로 한 채
우리는 차 있는 데로 갔다.
강형욱 씨가 냄새를 맡게 하라고 했어.
(개가 차 타는 걸 두려워하면)
내려놓자 꽃개는 엉금엉금 기어
기둥에 으깨진 토마토를 먹으려 했다.
몇 차례 방향 전환을 시켜봐도
꽃개는 차에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였다.
가자, 그냥.
아내한테 꽃개를 안긴 채 출발.
멀미할까 봐 살살 몰면서.
(초행길이라 밟을 수도 없었다)
쉬를 했지만 패드를 미리 깔아놔서
문제 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