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를 잘 꿰야 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졸지에 부모형제와 헤어진
꽃개를 데려온 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역시 '쉬야' 가리기였다.
내가 지능이 높은 개를 고집한 것도
쉬를 잘 가렸으면 하는 마음이 강해서였다.
사람들은 '웰시코기'를 똑똑한 개로 알지만
(그게 꼭 틀렸다는 건 아니다)
네 번이나 개를 키워본 아내의 경험에 따르면
지능이 30위, 50위권 바깥의 개들도 잘 본다는 거였다.
(쉬 가리기는 지능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패드에다 싸는 건 기본이고
어떤 개는 화장실에만 쌌다는 거였다.
딱히 요령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는 강형욱 씨가 가르쳐준 대로
패드를 집안 곳곳에 깔아놓고
꽃개가 (우연히라도?) 거기다 쉬를 하면
간식을 주고 잘했다고 칭찬했다.
(간식을 먼저 주고, 칭찬은 짧게)
처음부터 패드에 싼 건 아니고
한 번, 두 번 패드에 싸서 간식을 얻어먹더니
나중에는 간식이 고프면
패드에 찔끔 싸는 수준에 이르렀다.
역시 똑똑해...
해서는 안 되는 데다 쉬를 했다고
야단을 치는 행위는 좋지 않다고 한다.
개는 엄한 데 싸서 야단 맞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오줌을 싸서' 야단 맞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직장에 다니느라 개를 집에 혼자 두는 보호자들도
퇴근 후 개가 아무 데나 오줌을 쌌다고
야단치는 건 좋지 않다고 한다.
개의 교정은, 행위가 발생한 즉시 (3초 안에)
해야 효과적이어서
늦게, 시간이 훨씬 지난 뒤에 야단을 치면
자기가 뭣 때문에 혼나는지도 모른다는 거다.
꽃개는 욕실 앞에 둔 러그에 덩을 쌌다.
네모반듯한 모양이 패드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코스트코에서 큰 맘 먹고 (꽃개 너 좋으라고!)
빅사이즈의 카펫을 장만했는데
녀석 눈에는
검은 털이 보송보송 달린
바다처럼 넓은 패드로 보였던 모양이다.
덩 눈 자리에 페브리즈를 스콜처럼 뿌리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차를 뽑은 다음 날, 문콕 테러를 당한 느낌?
지난 5월 1일.
가을이네 가족이 한 자리에 모였다.
5월 5일에 태어난 아이들 생일을 기념해 주려고.
공원의, 사람 많이 다니는 통로 옆에 자리 잡고
대낮부터 캔맥주를 마시며 추태를 부린 건 (개가 아닌) 보호자들이었다.^^
(내 얼굴이 제일 빨갛고 뜨거웠다)
왠지 개 핑계 대고 마실 나온 사람들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