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명 성남 대통령이 '딴짓'이라고 명명한 세월호 7시간, 혹은 박근혜 7시간.
온갖 의혹이 난무해 배가 침몰하는 그 시각, 남자랑 했다는 설도 있고 샤머니즘이 등장하면서 최태민을 위한 굿을 했다는 설도 있고 바이오산업이 등장한 최근엔 미용 시술을 받았을 거란 설이 제기됐다.
'그것이 알고 싶다' 취재팀도 바이오산업의 떡고물인 첨단 미용 시술 쪽으로 방향을 잡고 뛰어든 것으로 보였다. 실제로 방송된 내용은 정치권력과 바이오산업의 매춘 현장을 보여준 충격적인 것이었는데 세월호 7시간의 비밀이 풀리길 기대한 시청자 입장에서는, 김 빠지는 방송이었을 것이다. 결국, 밝혀진 건 없으니까.
내가 새삼 느낀 건 박근혜의 7시간을 사수하려 한 부역자 그룹의 내러티브가 꽤 치밀했다는 것이다. 김기춘은 대통령 지정 기록물도 아닌 걸 대통령 지정 기록물이라고 주장하는(그것은 퇴임 이후에나 가능한 기록물이다) 허위사실까지 유포하며 국민의 알 권리를 짓밟는 폭력을 저질렀다.
하지만 이쪽도 꽤나 집요했다. 언론도 백방으로 뛰었고 시민 사회도 강하게 요구했으며 세월호 특조위도 최선을 다해 밝혀내려 했다. 한겨레와 녹색당이 각각 따로 공개 청구소송을 하기도 하면서 우리가 접근 가능한 방법은 총동원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도 요지부동. 이 과정을 지켜본 사람들 머릿속에 떠오르는 내러티브.
무언가 공개 못할 엄청난 짓을 저질러 저렇게 꽁꽁 숨기는 거겠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 각종 의혹들, 유언비어들, 확인 불가능한 설들이 바이러스처럼 증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처음부터, 그런 건 없었던 게 아닐까?
박근혜가 7시간 동안 무능을 보여준 건 사실이지만 세월호 구조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대신할 만한 어떤 가공할 음란한 짓은(일반적인 섹스든, 쓰리섬이든, 난교든, 인신공양 굿이든, 성형 미용이든 음란성은 유사하다. 행위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란 직위와 청와대라는 장소가 문제니까) 처음부터 없었던 게 아닐까. 김기춘을 비롯한 부역자 그룹이 세월호 7시간이자 박근혜 7시간을 철벽 방어한 것은 숨겨야 할 것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그러고 싶어서 그랬던 게 아닐까.
박영선 의원이 세월호 침몰 당시 대통령이 어디 있었냐고 물었을 때 김기춘이 모른다고 답한 건 이런 게 아니었을까?
니들은 몰라도 돼, 개돼지들은, 알 필요 없어요.
유시민은 썰전에서 미르재단이 하루(정확히는 5시간)만에 뚝딱 만들어진 게 권력을 가진 자들의 속성이라고 했다. 최순실 따위는 자기 권력을 그런 식으로 확인하길 원한다고. 절차를 깡그리 무시하는, 속행이야말로 권력의 파워를 재는 바로미터라고. 박근혜 부역자들이 7시간을 가지고 국민을 엿 먹이는 것도 그런 속성이 아니었을까?
개돼지들인 니들은, 몰라도 돼.
'그것이 알고 싶다'는 중요한 단서 하나를 환기시켰다.
청와대가 직접 해명한 자료. 이 자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소스 제공자가 청와대란 점.
아직도 청와대 말을 믿는 개돼지들이 있나
'서면 보고 받음'이란 표현은 허위사실에 가깝다. 정확히는 이렇게 써야 한다.
'서면 보고 했음'
보고 받는 당사자가 그걸 봤는지 안 봤는지는 모르니까. 박근혜가 본부에 나와 한 말로 봐서는 안 봤을 확률 99.9999999999999999999999%다. 세월호 7시간, 박근혜 7시간이란 미스터리를 연출한 자도 사실은 박근혜 본인이다. 본부에 나와 입 다물고 겸손하게 담당자들이 하는 브리핑을 먼저 들었더라면 착각할 일도, 무식을 드러낼 일도 없었다. 청와대는 저 자료를 무단으로 배포하면서 세월호 비극을 오보를 한 언론사 탓으로 돌리기까지 했다. 언론이 오보를 설사처럼 싸대긴 했지만 구명조끼를 입은 학생들이 바다에 떠다닌다고 오보한 언론사는 없었다.
설사처럼 나열된 자료를 박스로 구분해봤다. 파란 박스는 유선으로 보고를 받았다는 기록. 이게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서면 보고보다는 동작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에 파란 박스로 체크했다.
빨간 박스는 기존에 공개되었던, 박근혜가 생물학적으로 반응했다는 공식 자료. 녹색 박스가 이번에 유일하게 새로 공개된 것으로 보이는 국가안보실장과의 통화 기록이다. 당시 국가안보실장은 김장수, 그가 특검에서 어떤 증언을 할지 두고 봐야 할 것이다. 서면 보고는 박근혜가 봤는지 안 봤는지 모르는 일이니까 패스.
반격 중인 청와대가 팩트라면서 내놓은 새로운 사실이라고는 김장수와 통화한 2건이 전부다. 하지만 김장수와 통화하는 일은 화장실에서도, 욕조에서도, 호텔에서도, 병원에서도, 굿판에서도 가능하다. 이 또한 통화 위치 기록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의미 없어 보인다. 청와대 부역자들은 여전히 박근혜의 7시간 알리바이를 대지 못하고 있다. 관저에 있었다고 주장은 하는데 거기 있는 걸 봤다는 목격자는 없으므로 거짓말이나 다름없는 주장.
이제, 결론이다.
청와대가 배포한 저 해명 자료엔 이상하게 튀는 통화 자료가 한 건 있다. 최원용 고용복지수석이 10분간 유선보고를 했다는, 기초연금법과 관련한 긴급 보고. 기초연금은 노인들에게 돈을 주겠다는 박근혜 공약이었다. 왜 저 통화는 기필코 해야 했던 걸까?
박근혜한테는 세월호보다 기초연금이 우선하는 문제였다?
세월호에 탄 304명의 국민이 사망했다는 건 훗날 드러나는, 결과론적 시각이다. 2014년 4월 16일엔 아직 도착하지 않은 비극. 박근혜는 오전 10시경 배가 침몰 중이라는 초기 보고를 받고 단순 '선박 사고'로 인지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늘 하던 대로 청와궁에서 띵가띵가 놀다 자기한테 몰표를 준 노인들한테 돈을 지급하는 문제로 전화가 걸려오자 10분간 긴급한 보고를 받지만 나머지 자질구레한 보고들은 모조리 무시했던 게 아닐까?
오후 5시 대책본부를 방문하기 전 오후 3시 즈음해서 대통령이 방문한다는 정보가 퍼졌을 때도 나타나지 않고 도로 눌러앉은 것도 단순 '선박 사고'란 인식 때문에 '뭐 어때, 좀 더 놀다 가지 뭐' 했던 게 아닐까. 그래서 부역자들을 날개처럼 달고 대책본부에 방문했을 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을까?
단순 선박 사고를 가지고 왜 이런 것까지 해야 하지? 왜 내가 이런 데까지 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