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운전면허증은 면허증이다, 아니다?
경찰서에 가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만들었다.
하와이에서 운전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고 해서.
운전면허시험장에서도 발급해준다.
발급 비용은 8500원.(2016년 기준. 재정적자에 시달리는 정부가 당신 돈을 뜯기로 결심하면 미래엔 더 비싸질 수도 있다)
면허증 안에 붙일 사진도 필요한데 6개월 안에 찍은 사진이어야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여권 사진과 동일한 사진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글도 볼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나도 여권을 만들 때 사용한 사진을 들고 갔는데 경찰서(파출소가 아니다) 담당 직원은 6개월 안에 찍은 사진이어야 한다고 강하게 태클을 걸어왔다.
여권은 한참 전에 만든 거라 6개월 안에 찍은 사진이라고 우길 수 없었던 것.
여권 사진과 동일한 사진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도는 이유는 아무래도 여권 사진과 다른 사진일 경우 "위조의 가능성"을 현지 경찰이 품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래도 그럴 수 없다.
국제운전면허증의 유효기간은 1년인 반면 여권의 유효기간은 10년이기 때문에.
국제운전면허증은 그 자체로 운전면허증일까?
운전면허증을 소지하지 않아도 국제운전면허증만 있으면 운전이 가능할까?
그렇지 않다.
국제운전면허증은 현지 경찰관을 위해 "번역"을 한 증서에 불과하다.
현지 경찰관이 차를 세워 면허증을 보자고 하면, 당신은 운전면허증과
국제운전면허증, 여권을 같이 보여주어야 한다.
여기서 국제운전면허증의 역할은 당신이 대한민국에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다는 사실을 "영어"로 번역해준 서류에 불과하다.
그래서 제네바 협정 따위는 똥으로 여기는 험지에서는 국제운전면허증이 간단히 무시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러니 일단 해외에 나가 운전을 할 때는 그 나라 교통법규를 잘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그렇다면 뚜껑 까진 차로 하와이 해변 도로를 달리는 데 있어 국제운전면허증만 발급받으면 끝일까?
그렇지 않다.
하와이의 렌터카 업체는 당신의 신원을 "한 단계" 더 보장받기 위해 신용카드로 결제할 것을 요구한다고 한다.
해외에서 결제가 가능한 신용카드를 만들어야 한다.
노란 화살표로 가리킨 "마스터카드"나 "비자" 따위의 표시가 있어야 해외 결제가 가능하다고 하니 출국 전 반드시 확인하기 바란다.
카드의 사용 기한도 살펴봐야 한다.
나는 여행 날짜에 사용 기한이 딱 걸려 재발급받았다.
환전 수수료도 따져봐야 한다.
요즘처럼 환율이 치솟은 시기에는 실제로 쓴 달러보다 더 많은 돈을 뜯긴 기분을 고국에 돌아와 맛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