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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Mar 11. 2017

정신없는 하와이 여행 09 하와이 와이키키 해변

와이키키 비치 파크에서 수영, 로얄 하와이안 센터 푸드 코트에서 점심


알리이타워 1층 로비.

아내는 포기했지만 내 사전에 포기란 없다.

머릿속에 맴도는 영어 단어를 총동원해 TV로 DVD를 볼 수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

가까스로 이해한 그들은 룸 넘버를 물었다.

기술자를 보내 조치를 취하겠다는 뜻으로 들렸다.

한국에서 가져온 *일회용 면도기도 문제였다.

4중 면도날에 길들여진 턱은 그것을 털처럼 부드럽게 만들었다.

전혀 깎이지 않았다.

어메니티로 면도기를 요구하자 바로 오케이 사인이 떨어졌다.

나는 카메라, 아내는 마실 것이 든 가방과 유니클로에서 받은 매트, 아들은 바디보드를 챙겨 숙소를 나섰다.



날씨는 화창했다.



바다에 붙다시피 한 건물 구조가, 자연을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로 읽혔다.

여기에 선악은 없다.

게임론자들은 승리를 '선'으로 착각하지만 해안을 덮치는 쓰나미는 인간의 실패나 '악'이 아니다.



보드?에 서서 노를 젓는 여자들은 바다를 마음껏 누렸다.



사진 왼쪽 하단 백사장에 발자국이 보일 것이다.

저리로 들어가야 한다.



개발에서 살아남아 바다로 가려는 나무도 있고



출항을 기다리는 요트도 있었다.



이 가로막은 이틀 뒤 다시 이 길을 이용하려 할 때 의외의 *장애물이 된다.


노란색 화살표가 길을 막은 판자를 가리킨다.


마침내 도착한 와이키키 해변.

'끝내주는데!' 하는 풍경은 아니지만 포트 데루시 비치 파크나 힐튼 비치에 비하면 꽤 복작대는 해변이었다.



*예상대로, 평이했다.

폭이 좁은 백사장이 있고, 바다가 찰싹댔다.

바닥이 부드럽다고 판단되지 않아 *아쿠아슈즈를 신었다.

나는 어느 바다든 들어가면 목이 잠기는 데까지 걸어 들어간다.

그 이상은 가지 않으려고.

아내는 내가 태평양을 건너는 줄 알았다고.

세화 해변의 그림처럼 완만한 경사는 아니지만 일정 거리 이상 들어가자 더 이상 깊어지지 않는 평지가 나왔다.

아무리 들어가도 가슴 위까지 차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고른 바닥이라면 수영 정도는 안심하고 즐길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자유형.

아직 호흡이 터지지 않아 숨을 참고 직선으로 가는 정도다.

바다에서는 물결을 타면 좀 더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

거스를 때는 더디게 가고.

물결이 셀 때는 1미터도 움직이지 않을 때가 있다.

팔을 젓고 발을 첨벙대는 데 제자리에 떠 있다.

보드에 배를 대고 엎드린 십대 여자 네 명이 군단처럼 태평양으로 나아갔다.

그들은 먼 데까지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까마득히 먼 곳에서 무언가를 하는 사람도 보였다.

여긴 제한 구역이 없는 듯 보였다.

한국에선 일정 구간 이상 벗어나면 위험하다고 호루라기를 불어 막는 규정이 *있는 것 같던데.

십대 여자 넷은 보드를 잘 타지 않았지만 두려움 없이 대양을 만끽했다.

바다와 하나가 된 여자 사람들이 내게


여기선 이렇게 노는 거야

라고 한 수 가르치는 것 같았다.

래시가드 차림으로 자유형을 연습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역시 하와이는 보드인가.

바디보드는 전혀 되지 않았다.

바디보드를 탈 만한 파도도 없었지만, 내 몸을 올려놓기엔 보드 사이즈가 작은 것 같았다.

사이즈가 작은 건지 내가 못 타는 건지 확신이 안 서자 내가 이거에 대해 아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놀기도 쉽지 않군.

아내도 *비키니 차림으로 뛰어들었다.



백사장을 거닐며 *스냅샷을 찍는 연인도 있었다.

신혼부부인 것까지는 모르겠으나 추억을 남기는 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보였다.

우리말을 주고받는 걸로 봐서 한국인 같았다.

아내와 아들은 그렇게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해가 구름에 들어가면 안 덥다.

물놀이가 안 땡기면 해변에 그냥 있어야 하는데 해가 구름에 들어가면 쉽지 않아진다.

여기서 1, 2도만 더 높으면 환상적이었을 텐데.

한 남자가 가드처럼 멋있게 서있다 떠내려온 슬리퍼 두 짝을 들고 사라졌다.

우리는 철수를 결정하고 로얄 하와이안 센터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오픈된 샤워대에서  몸을 씻고 옷은 갈아입지 않았다.

힐튼에서 가져온 커다란 수건을 뒤집어쓰고 이동했다.

바로 앞에 건물이 있었다.

푸드 코트가 2층에 있다는 걸 알고 갔지만 말처럼 쉽게 '저기야, 저기' 하고 찾아간 건 아니다.

건물 규모가 크고 동선이 복잡해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봐야 했다.

자그마한 체구의 동양인 가족 셋이 수영복 차림으로, 명품 매장이 즐비한 통로를 물을 뚝뚝 흘리며 걸었다.

시골에서 올라온 촌놈처럼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수영복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건 우리밖에 없었다.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그렇게 입고 다니면 안 된다고 막아서는 사람도 없었다.

푸드 코트는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주변에 공사가 있는지, 똑같은 작업복 차림의 인부들과 수학여행을 온 것처럼 보이는 미국인 학생들이 자리를 차지한 채 수다를 떨고 있었다.

아내는 주문하러 가고, 나는 떨떠름한 아들을 데리고 돌아다녔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코스트코 양재점을 다년간 다니며 쌓은 *빈자리 찾기 노하우도 여기선 안 통했다.

외국인들하고는 타이밍이 안 맞는 느낌?

식사를 마치고 일어날 듯한 이용자들을 두어 번 발견했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미국인 학생들한테 내줘야 했다.

말이 통하지 않을 거란 생각에 주춤하다 벌어진 일이었다.

어렵게 자리를 잡았고, 아내가 주문한 음식도 나왔다.



서브웨이 샌드위치는 컸다.

'크다'는 걸 보여주려고 내 팔뚝과 비교했는데 내가 느낀 것만큼 크게 표현되지 않았다.

고기는 '터키'를 고르고, 아내가 시키는 대로 이것저것 넣었는데 음식 가격은 9.75불, 세금이 0.46불 해서 총합 10.21달러가 나왔다.

*환율을 적용하면 11843.6원.

우리나라 서브웨이랑 가격이 얼마나 다른지 *모르겠으나 크기는 정말 컸다.

다 먹지도 못해 3분의 1쯤 남은 건 밤에 맥주 안주로 먹었다.



맛은, 없었다.

형편없다는 뜻이 아니라, 밍밍한 맛이었달까.

샌드위치가 낼 수 있는 가장 싱거운 맛이었다.

내가 레시피를 잘못 고른 탓일 수도 있겠다.


아들이 손목에 차고 있는 흑백무늬의 끈이 힐튼 측이 제공한 수영장 사용 끈이다.


또 바비큐 맞다.

비싼 숙소를 잡은 만큼 식도락 *비용을 줄일 필요가 있었다.



음료수는 어제 월마트에서 산 것이다.

*보냉 기능이 있는 가방을 챙겨가 이런 식으로 활용했다.

대충 점심을 때운 우리는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까지 걸어갔다.

아내는 구글맵을 켜야 하는 건 아닌지 염려했으나 이 정도 거리는 감으로 갈 수 있었다.

오아후 섬의 와이키키 도심은 헬조선의 강남이나 명동보다 안전하게 느껴졌다.



예술품을 취급하는 상점도 있었다.

이틀 뒤 판자에 막혀 이 길을 *다시 가야 했을 때는 갤러리에 들어가 사진 작품을 구경하기도 했다.



이 길의 끝에, 어제 우리가 점심으로 먹었던 스테이크 쉑이 있었다.

아내의 우려와 달리 잘 찾아온 것이다.

길 찾기는 수컷의 숙명이다



알리이 타워 전용 풀장에서 소금기를 씻었다.



뭔가 미진하단 느낌이 들다가도 이곳 비치 체어에 누워 있으면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에서 와이파이를 하며 뒹굴거린 우리는 전열을 가다듬어 숙소를 나섰다.



노드스트롬 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일회용 면도기는 괌의 PIC 리조트에서 챙겨 온 어메니티였다.



*장애물 ; 와이키키 해변에서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로 가려면 노란색 화살표로 넘어가야 했는데 사진으로 보면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발을 헛디뎌 미끄러지기라도 하는 날엔 크게 다칠 수 있었다.

살인적인 미국 의료 보험을 체험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우리는 겸손하게 호텔 뒷길로 돌아갔다.

*예상 ; 책이나 블로그 여행기의 평가가 대체로 그랬다. 명성을 고려하면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아쿠아슈즈를 신은 이용자는 우리밖에 없었다.

*있는 ; 확실치 않다.

*비키니 ; 나중에 보니 어깨가 홀라당 탔다. 아들과 나는 얼굴에 선크림을 잔뜩 발랐지만 얼굴이 까맣게 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여행 뒤 만난 지인 둘은 멀리서 보자마자 얼굴이 까맣게 탔다고 혀를 내둘렀다.



*스냅샷 ; 힐튼 비치에서는 신혼부부가 웨딩 촬영을 하고 있었다. 사진가는 백인이었고, 부부는 일본인이었다.

*이는 ; 우리 스스로를 제외하면

*빈자리 ; 주차 지옥을 경험하고 싶다면 코스트코 양재점을 추천한다. '일상'적인 시간에 가면 도로에서 40분 대기는 기본이고 주차장 내부로 진입해도 쉽지 않다. 감각을 총동원해 빈자리가 있을 듯한 라인으로 타고 들어가야 한다. 예상과 다르게 빈자리가 없으면, 다른 줄로 이동할 건지 주변 움직임을 간파해 기다릴 것인지 판단해야 한다.

*환율 ; 1160원. 본 여행기에서 임의로 잡은 값이다. 죽자고 달려들지 말자.

*모르겠으나 ; 비교를 위해 한 번 가기로 했는데 아직 못 가봤다.

*비용 ; 서버에게 팁을 줘야 하는 식당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보냉 ; 아내가 이럴 때를 대비해 장만한 가방이다.



*다시 ; 상어도 다시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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