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 모아나 쇼핑센터 건너편 월마트가 아내를 무장해제시켰다.
숙소에서 휴식을 취한 후 월마트 정벌에 나섰다.
횡단보도에서 신호 대기 중일 때 트롤리 핑크 라인 한 대가 지나갔다.
다음 핑크 라인은 30분 뒤에 왔다.
기다리는 동안 많은 버스가 지나갔다.
일본 관광객을 위한 버스들이 '더 버스'보다 자주 다녔다.
어떤 '더 버스'는 두 대의 차량이 붙어있다.
마침내 도착한 트롤리 핑크 라인.
요금은 어른, 아이 가리지 않고 인당 2불씩.
내부에 계단이 있다.
2층은 컨버터블처럼 덮개가 벗겨진 걸로 알고 있다.
올라가 보지는 않았다.
햇빛이 뜨거워서.
나중에 다시 오게 되면 트롤리 핑크 라인 야간 버스를 타볼 생각이다.
와이키키 도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찬란해서.
예상과 달리 트롤리 핑크 라인은 알라 모아나 쇼핑센터 입구에서 모든 승객을 내리게 했다.
거기가 종점이었던 것.
우리는 트롤리 핑크 라인이 알라 모아나 쇼핑센터 블록을 크게 한 바퀴 돌 줄 알았는데 정보를 잘못 읽은 모양이다.
우리는 걸었다.
알라 모아나 쇼핑센터 내부의 긴 창자를 가로질러 아내가 켠 구글맵을 따라 *아슬아슬하게 찾아갔다.
무사히 도착한 뒤, 저녁부터 먹었다.
하와이안 바비큐, 1976부터.
월마트 안에 있었다.
가게에서 내준 컵으로 아무 음료나 뽑아마시면 된다.
카레 덮밥과
바비큐를 먹었다.
맛은?
클리어.
일주일치 장을 보러 출발.
아내가 선물용으로 생각한 초콜릿.
값이 싸다고, 아내는 좋아했다.
용도는 모르겠으나 귀여운 상품도 있고
아내는 품질과 가격에 두 번 놀랐다.
사 가고 싶었으나 깨질 가능성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각하.
아내 따라 그릇 보러 많이 다녔지만 무늬들이 예사롭지 않다.
이건 그냥 커다란 플라스틱 바구니.
빨래 바구니로나 쓰일.
1.11불이면 당시 *환율을 1160원이라고 가정했을 때 1287.6원.
이마트의 터무니없는 가격과 비교해보면
삼성전자 40인치 스마트 TV가 312불.
우리 돈으로 36만 1920원.
헬조선 가격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모델이 달라 가격이 비싸다는 주장은, 헬조선이 아닌 척하려는 심리전.
삼성전자 65인치 LED TV, 798달러.
우리 돈으로
92만 5680원.
트럼프가 삼성전자를 공격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선 프리미엄이랍시고 가격을 왕창 올려놓고 아메리카에서는 무조건 가격 경쟁으로 가는 이중적 행태.
이재용이 뭐라고 존경받아야 한단 말인가?
소비자한테 뭘 해줬다고 모든 범죄 행위로부터 보호받아 마땅하다고 주장하는 걸까?
적어도 그런 말이 통하려면 우리나라에서도 프리미엄 따위는 집어치우고 가격 경쟁으로 갔어야지.
그러면 적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한 푼이라도 싼 가격에 좋은 물건을 장만하는 혜택을 누리는 것이니 대기업 총수에게 아량을 베풀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지 않았을까?
갤럭시탭 A를 단돈 5.88불에 가질 수 있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통신사 끼고 약정을 해야 한다는 조건이 어딘가 제시돼 있겠지?
아들은 자전거에 관심을 보였다.
내가 볼보에 관심이 많은 것처럼
월마트에 돌아다니는 흔한 개.
월마트 측은 개를 고객의 동행으로 간주한 듯 보였다.
아내는 저 견주를 부러워했다.
우리나라에서 개를 키울 때 불편한 것 중 하나가 개와 동반 입장이 가능한 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어디 놀러 간다는 말은 개를 집에 두고 가야 한다는 뜻과 동일어.
애완이 아닌 '반려'의 개념으로 나아가려면 사실 이런 부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애완이 '소유'의 개념이라면 반려는 '동반'의 개념이니까.
1인 가족이 늘어나는 추세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외로움에 대한 대응으로 반려견을 입양해도 그 '개'랑 같이 다닐 데가 없다.
개는 사실상 '집'에 두고 다녀야 하는 물건이 되어버린다.
그런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데에는 나도 원칙적으로 동의한다.
하지만 대형 마트 같은 곳에 개 출입이 가능해지면 벌어질 일에 대해선 그림이 좋지 않다.
개똥을 치우는 문화는 또 한참 멀었으니까.
운동장 크기의 월마트는 깨끗했다.
개똥은 물론 개가 싼 오줌의 흔적도 없었다.
우리나라 마트가 월마트처럼 반려견과 동반 입장이 가능해지면 구석진 데서 *오줌 냄새가 올라오는 건 물론 조만간 개똥으로 *넘쳐나지 않을까.
하지만 이건 배부른 투정인지 모른다.
노키즈존에 대한 찬성 여론이 저렇게 높다.
사람들은 스스로 헬조선에 찬성하는 것이다.
개인사업자의 입장만 반영된 조치임에도.
예컨대 이런 것이다.
개인사업자가 몇 사람한테 불편을 느끼면 '그 사람'의 범주에 속한 모든 사람들을 금지시킬 수 있고, 차별할 수 있다.
개인사업자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한테 서비스하는 것에 불편을 느끼면 '그 사람'의 범주에 속하는 모든 노인들을 출입 금지시킬 수 있다.
개인사업자가 타향 사람한테 서비스하는 것에 불편을 느끼면 '그 사람'의 범주에 속하는 모든 *전라도 사람을 출입 금지시킬 수 있다.
노키즈존이란 단어 자체의 문제는 개인사업자는 물론 전쟁 개시를 선언할 권력이 주어진 대통령에게도 '아이'를 금지시킬 그 어떤 권리나, 권한이나, 권력도 없다는 데 있다.
초헌법적 발상이고, 증오범죄라는 형법 조항이 있다면 기소될 법한 사안이다.
영업점에서 철없는 행동을 하는 어린이에 대응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주체는 개인사업자와 그 어린이의 부모인데, 그 몫을 '사회'에 일방적으로 떠넘긴 꼴.
아이가 아직 *어려 다른 손님에게 불편한 행위를 할 경우 적절한 제재 조치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약속이 형성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헬조선 구성원들은, 아이들을 눈앞에서 치워버리는 조치에 적극 찬성한 것이다.
아이가 '개'처럼 되어버렸다.
참 *정상적인 사회?
아내는 꽃개를 위한 쇼핑도 놓치지 않았다.
이 상품을 두고 우리는 격론을 벌였다.
꽃개가 하루 만에 뚫어버릴 거란 의견이 우세해, 각하.
아내가 정말 업어 오고 싶어 했던 물건 중 하나.
부피가 너무 커서 각하.
그리고 다시 마주친 다른 개.
파란 셔츠 아줌마가 예쁘다고 하자
남자가 '앉아'를 시켜 보였다.
우리 집 개는 안 앉아! 더럽게 안 앉아!
영수증에 찍힌 총액수는 161.72달러.
우리 돈으로 18만 7595.2원.
이 정도면 뭐 준수한 지출.
계산대에서 우리는 의문의 1패를 당했다.
6개들이 병맥주, 빅 웨이브를 샀는데 계산원이 여권을 보여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책이든 블로그든 어디서든 술을 살 때 여권을 보여줘야 한다는 정보는 접한 적이 없어 우리는 당황했다.
나는 우리가 여행객이고, 호텔 *투숙객임을 확인시켜주려고 힐튼 룸키를 보여줬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녀는 오로지 패스포트를 달라고 했고, 그걸 보여주지 않으면 맥주는 어렵다고 선언했다.
끝내 우리는 맥주를 계산대에 두고 와야 했다.
왜 여권을 보여주는 절차가 필요했는지는 지금도 의문이다.
여행자들은 술을 살 수 없다?
어젯밤 우리는 ABC마트에서 맥주를 샀다.
그리고 그 논리는 될 수 없는 게 우리가 여행자인지, 이민자인지 계산원 입장에선 알 수 없는 일이다.
우리가 어제 막 전입 신고를 마친 이민자라고 우기면?
여행자는 여권을 보여줘야 술을 팔 수 있다는 논리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남는 한 가지는 이거밖에 없는데...
우리가 너무 동안이어서?
알라 모아나 쇼핑센터를 가로지르다 스와치 매장을 발견했다.
이 모 씨 구속 기념으로 하나 질렀다.
모델명 YIS403 가격만 195달러.
고무 스트랩 가격은 25불.
금속 매쉬 스트랩 가격은 40불.
스트랩을 금속으로 교체하면서 15불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거기다 *세금 4.712%가 적용돼 9.89불.
토털 219.89불.
우리 돈으로 25만 5072.4원.
숙소에 돌아와 가격 비교를 해봤다.
*우리나라가 더 싸!
반품해 버릴까?
우리 가족이 보유한 *달러 환율로 적용해도 23만 3083.4원이다.
심각하게 고민하자 아내가 괜찮다고 위로했다.
인터넷으로 사면 스트랩 교체가 안 된다는 단점이 있고, 아내가 봐도 고무 스트랩보다는 금속 스트랩이 더 멋있다는 거였다.
그래도 심리적으로 불안해 나중에 알라 모아나 쇼핑센터에 들렀을 때 영어가 전혀 안 되는 나만 홀로 스와치 매장에 가서 *환불 가능한지 물었다.
마침 *직원도 다른 이여서 가벼운 마음으로 물을 수 있었다.
그는 *환하게, 얼마든지 환불 가능하다고 했다.
나는 '오케이'라고 했고, 그는 조심스럽게 '난데?'라고 물었다.
내가 일본인인 줄 알았던 것이다.
나는 코리언이라고 밝힌 뒤
체인지 마이 마인드
라고 답했다.
그는 환하게 웃으며 '오케이, 문제 될 거 없다, 얼마든지 환불하러 오라'고 했다.
스트랩 교체 작업이 있었어도 환불이 된다는 확답을 들으니 불안한 마음이 가시면서 오히려 환불해야겠다는 생각이 줄어들었다.
포트 데루시 비치 파크에서 저녁 산책을 즐긴 뒤
두 번째 밤을 맞이했다.
아내가 맥주를 원한 이유는 단순했다.
시차 적응.
월마트에서 당한 불의의 일격으로 맥주를 마시지 못한 아내는 밤잠을 설쳤다.
그래도 어김없이 밝아온 새날.
우리는 월마트에서 산 *바디보드를 들고 와이키키 해변을 즐기러 나섰다.
*아슬아슬 ; 알고 나면 별 거 아닌데 알기 전에는 그런 기분이 들 때가 많았다.
*환율은 계속 변하기 때문에 '당시 환율'이란 개념은 의미 없을 수 있다. 1160원은 대략적인 수치다. 우리가 들고 간 달러의 경우엔 환율이 또 다르다. 대략 4년 전 1030원 즈음에 사둔 달러여서. 이 여행기에서는 *수수료 포함 1060원으로 계산하겠다.
*수수료 ; 원화를 달러로 바꿀 때, 달러를 원화로 바꿀 때 바꿔주는 쪽(은행)에서 바꿔준다는 이유로 처먹는 돈. 1달러 당 대략 30원가량의 수수료가 발생하는데 이런 식으로 동일해야 할 화폐 가치에 끼는 거품에 대해 자본가들은 '괜찮다' '문제없다'는 입장이다.
*오줌 ; 이건 아주 치명적인 것으로, 사람이 SNS으로 교류한다면 개들은 오줌 냄새로 교류한다. 꽃개도 둥이가 오줌을 싼 데는 거의 백 프로 덮어쓰기 한다. 즉 한 개가 대형 마트의 어딘가에 오줌을 남기면 다른 개들도 거기를 포인트 삼아 오줌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넘쳐나지 ; 말 그대로 넘쳐날 필요도 없다. 딱 한 덩어리로 충분하다. 당신이 마트에 장 보러 갔는데 작은 똥 덩어리 하나가 있다면 어떤 기분이 들겠는가? 더럽다고 느낄 것이고, 저 더러운 걸 남기고 간 존재들, 개와 그 보호자를 비난할 것이다. 그래서 다른 구역에서 개를 데리고 있는 사람을 보면 '단지 개를 데리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난의 감정을 품게 될 것이다. 그 개가 그 똥을 쌌는지 여부를 떠나.
*전라도 ; 전라도 비하는 헬 정권의 묵인하에 스포츠처럼 성행 중이어서 아무도 처벌받지 않는다.
*어려 ; 어린아이는 사회성이 떨어진다.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정상적인 ; 전과자 출입 금지 존이나, 성범죄자 출입 금지 존, 아동 성범죄자 출입 금지 존도 없는데 어린이 금지 존이 있다.
*투숙객 ; 그렇게 비정상적인 루트의 사람은 아니라고 주장함과 동시에, 신분증 비슷한 거라곤 그것밖에 없었다.
*세금 ; 하와이 오아후 섬에서 본 가격표는 거의 세금 전 가격이 붙어있었다. 그래서 세금 전 가격을 환산해서, 싸다고, 좋다고 했다가 세금 후 가격이 찍힌 영수증을 받고 풀 죽은 경우가 두어 번 있었다.
*우리나라 ; 이런 경우엔 헬조선이 아니다.
*달러 ; 대략 4년 전 수수료 포함 1060원에 장만한 달러.
*환불에 해당하는 단어만 아들한테 물어 총알처럼 장전해 갔다.
*직원 ; 스트랩을 교체해준 덩치 큰 직원이 있었더라면 '스트랩을 교체해준 수고'가 미안할 뻔했다.
*환하게 ; 이 점은 쇼핑 천국답다. 환불 절차가 헬조선보다 훨씬 쉽게 느껴진다.
*바디보드 ; 부기보드라고도 한다. 아내가 인테리어적 요소도 있으면 좋겠다고 해서, 가구처럼 둬도 예쁠 녀석으로 골랐다. 들고 왔다. 지금 집에 있다. 올여름, 우리는 못 타도 꽃개는 태울 수 있지 않을까 생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