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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Mar 17. 2017

정신없는 하와이 여행 11 샌디 비치에서 첫 바디보드

처참한 실패의 기록이다.

아들은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알리이 타워의 에어컨 시스템은 우리의 통제 바깥에 있었다.

찬바람이 추울 정도로 쌩쌩 나와 에어컨 설정 온도를 올려봤지만 놈은 꿈쩍도 안 했다.

아예 꺼버리자 이번에는 놀랍게도 '죽기'를 거부하는 인공 지능처럼 찬바람을 계속 토해냈다.

중앙 통제 방식인가?

내가 다른 건 다 어필해봤어도 이 녀석만큼은 못했다.

귀찮았거나, 아니면 은연중에 어필해봐야 '해결'이 안 될 거라고 지레짐작한 탓이었거나.

밤새 찬바람이 쌩쌩 나왔는데 아들 침대가 송풍구랑 가까웠다.

냉방병 비슷한 상태의 컨디션 저하.

아들은 감기에 걸린 것처럼 콧물을 훌쩍거렸고 말수가 확 줄었다.



영어 못하는 관광객한텐 안 팔아도 그만이라는 냉대 속에 산 스트롬볼리는 짰다.

*빵이 아니라 소금을 먹는 기분이었다.

하와이에서 실패한 첫 번째 음식.

뜨뜻할 때 안 먹고 냉장고에 *하루 뒀다 먹은 탓일 수도 있겠다.



호텔에서의 아침 식사를 대비해 포크까지 챙긴 아내의 생활력이 빛바랬다.

출발은, 평소와 다를 바 없었다.

씻고 양치를 하고 *선블록을 바르고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숙소를 나왔다.

아내는 부지런히 파라다이스 풀로 걸었다.

거기에는 슈퍼 풀이나 알리이 타워 전용 풀에는 없는 미끄럼틀이 있었다.


괌, PIC 리조트.


미끄럼틀은 매트를 깔고 타는 괌의 PIC 리조트 수영장이 죽였는데.

파라다이스 풀 입구엔 잠금장치가 있었다.

사방이 개방된 슈퍼 풀과 달리 눈에 보이지 않게 설치된 울타리가 접근을 막았다.

룸키를 갖다 대 문을 *열고 들어갔다.

이용자가 많았다.

동양인도 제법 보였다.

다른 곳과 달리 가족 단위의 방문자가 많았다.

비치체어는 절반 넘게 비어 있었지만, '자리'가 있는 건 아니었다.

힐튼 측이 제공하는 커다란 흰색 타월이


우리 자리예요

라고 주장하는 듯 주인 대신 깔려 있었다.

아내는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아들은 말없이 그 뒤를 좇았지만 자리는 생기지 않았다.

나는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시차 적응 실패.

아내는 울고 아들은 짜증낼 때 나는 폭발한다.



스트롬볼리를 집어 들었을 때 눈치챘어야 했다.



외부 세계에 투쟁하도록 벼려진 언어가 내부로 쏟아졌다.



부서지고

분쇄되고

흩어진뒤

맹렬하게

뜨거워져

다시한번

폭발해서

비산한뒤

냉각됐다



나는 이럴 줄 몰라서 화가 났는데, 아내는 이럴 줄 알았다고 실망했다.

타인과 구분되는 가족의 특이점은 이런 상황에서 극대화된다.


실망하고
낙담하고
좌절해도

가족이란 '관계'엔 털끝만큼의 흠집도 안 난다.

국가를 지탱하는 기초라는 헌법조차 박정희 같은 쿠데타 세력이 깔아뭉개고 전두환 같은 내란 사범이 지워버리면 *그만인데 가족이란 관계는 좀처럼 파괴되는 법이 없다.

그래서 더 *비극적이다.



이 여행기의 초입에 그런 말을 했다, 반 농담 삼아.

신혼여행을 떠난 부부가 귀국하자마자 헤어지는 게 바로 이런 *요소 때문이라고.

여행을 '낭만적인' 상품인 양 채색하는 이들이 있지만, 내 대답은 절대 아니다.

여행에 '낭만'적인 요소가 있다면, 그건 일상에서 벗어난 이국적 풍경 안에서 살짝 대접받는 '위치'로 격상된 데 따른 감상에 불과하다.

특히 '대접'이란 요소는 그만큼 돈을 쓰기 때문에 받는 것인데, 그것은 여행을 안 간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체험 가능한 일이다.

2007년식 아반떼를 타고 간 서울 신라호텔에서 우리가 받은 극진한 대접을 목격했다면 다들 깜짝 놀랐을 것이다.

이국적 풍경과 대접받는 위치라는 두 가지 특질을 제외하면 여행은 전투에 가깝다.


목적이 뚜렷한 효율성 극대화 게임.

아이러니하게도 여행이란 전투의 목적 안에는 '낭만적 경험'을 추구해야 한다는 항목이 있다.

아내는 미끄럼틀을 보유한 파라다이스 풀이 풍부한 전리품을 자랑하는 주요 타깃이었지만 나한테는 지뢰가 매설된 위험 지역이었던 것.



그렇다고 매번 지도를 펴고 작전회의를 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 수건을 던져둘 '자리'만 있었어도 나의 폭발력은 감쇄되었을 것이다.

못마땅해도 대충 표정을 수습한 뒤 마지못해 걸터앉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불행히도 파라다이스 풀은 그렇지 못했다.

입구를 *막아 놓은 것부터 그랬다.

천국에서 지옥의 뜨거운 맛을 본 나는 가루가 되어 널브러졌다.



노 시그널 상태에 처박힌 내게 아내가 제안했다.


샌디 비치에 가자.


우리는 더 버스 정류장까지 진군했다.

패잔병의 걸음으로.

그래도 하와이는 하와이였다.

깨끗하고 쾌적하고 화창한 이국 풍경에 두 손 두 발 들게 된다.



공사 중인지 차선 하나를 통째로 비웠다.

차량은 거북이걸음이었고 우리는 노심초사 버스를 기다렸다.

차선을 비워둔 탓에 버스가 어디서 설 지 알 수 없었다.

우리는 방문 첫날 이미 '더 버스'가 기다리는 승객을 놔둔 채 획 지나가는 장면을 목격했었다.

이번에도 그냥 지나치지 말란 법은 없었다.

하지만 하와이도 나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었는지 버스는 생각보다 일찍 왔고, '걱정하지 말라'는 듯 꼬깔콘 사이를 뚫고 들어와 우리 바로 앞에 섰다.



버스 중 가장 좋은 버스가, 금방 오는 텅 빈 버스다.

파란색 화살표로 가리킨 전광판에 다음 정차 지점이 안내된다.

투박한 디지털 글씨로 굉장히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영어 학습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영어가 서툰 관광객 입장에선 헷갈릴 수 있다.

전광판에 안내문이 전송될 즈음 앞뒤로 어느 순간 안내 방송도 나온다.

이번에 내릴 정거장은 어디라고.

헬조선에선 거의 99프로 '여성'이 *쓰이는데 미국의 '더 버스'에선 중음의 낮게 깔린 남자 목소리가 나왔다.

전광판 글자만큼이나 빠르게 말해 영어 학습에는 도움이 되겠으나 영어가 서툰 관광객 입장에서는 제대로 '안내' 받지 못하는 느낌이 들 수도 있겠다.

그래도 전광판에 글자가 나오고 안내 방송이 나오는 게 어디냐.



다음 정거장에서 내리길 원할 땐 노란색 화살표로 가리킨, 창문에 늘어진 줄을 당기면 된다.

미국 사회가 '아날로그' 장치를 내버려두는 건 비용 절감으로 얻는 이득이 더 크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디지털 도어록' 현상을 보자.

우리나라의 경우 한 번 유행을 타기 시작하자 들불처럼 번져 거의 모든 집에 설치됐다.

미국인을 비롯한 유럽인들은 그냥 열쇠 쓴다.

같은 기능을 하는 거라면 굳이 비용을 들여 바꿀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

그들은 버스에 설치된 '줄'을 굳이 전기로 통제하는 '벨' 방식으로 교체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그런 의식이 '비용'을 절감시키고 *과도한 변화를 막는다.

하차 문도 마찬가지.

우리나라에선 '자동'으로 열리고, 닫을 때도 운전기사가 통제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오아후 섬을 운행하는 '더 버스'는 내리는 사람이 직접 열어야 한다.

하차 문은 미닫이 형식으로 되어있다.

'밀라'고 하는 지점을 밀면 대개 열린다.

그런데 일반적인 미닫이 문과 다르게 경첩이 문의 중간에 달려있다.

보통의 미닫이 문은 경첩이 벽과의 접점에 설치돼 밀면 문 전체가 밀리는 방식이지만, '더 버스'의 미닫이 문은 경첩이 문의 중간에 있어, 문이 반으로 접히면서 열리는 방식이다.

문의 중간에 달린 경첩이 문을 민 사람 쪽으로 다가오면서 벌어진다.

이 차이가 낯설어 한 번에 못 여는 관광객을 여럿 봤다.

그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더 세게 팍 밀면 되는 것으로 *보인다.

당황해서 급한 나머지 버스 기사한테


문이 안 열려요!

하면 더 *부끄러워질 수 있으니 과감하게 행동하는 쪽을 권하겠다.

'더 버스'에 탄 뒤 2시간 안에 한 번 더 탈 일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엔 '*환승 티켓'을 달라고 요구해, 다시 탈 때 그걸 보여주면 무료로 탈 수 있다.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도 상관없으니 '더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서 내려 활동하는 시간이 1시간 내외라면 '환승 티켓'으로 뽕을 뽑는 게 좋다.

하와이의 물가 중 비싸다고 분류되는 2가지가 '음식'과 '교통'이다.

음식은 서빙을 하는 직원에게 팁을 줘야 하는 식당을 이용할 게 아니라면 대충 때우는 게 가능하다.

교통은 *렌터카를 이용하지 않는다면 '더 버스' 환승 티켓을 철저히 우려먹는 쪽으로 동선을 짜라고 권하겠다.

ABC 스토어나 세븐일레븐에 가면 4일 동안 무제한 이용 가능한 티켓을 35불에 판다고 책에 나와있다.

'많이 돌아다닐' 목적이라면 그걸 이용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일본 관광객을 위한 트롤리버스는 말 그대로 일본 관광객을 위한 노선 위주로 달린다.

'더 버스'처럼 오아후 섬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는 건 아니니 참고하기 바란다.

현지인과 함께 섬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닐 생각이 아니라면 트롤리버스가 나을 수도 있겠다.



골목길에 차들이 많이 주차됐는데 알고 봤더니 학교 행사가 열린 듯 보였다.



하와이 주택의 흔한 정문.



하와이의 흔한 픽업트럭.

헬조선의 '트럭'은 영업이나 생업의 아이콘이지만 *하와이에선 *레저의 아이콘으로도 통한다.



섬의 동쪽 해안도로를 훑는 버스는 하나우마 베이에도 들렸다.

우리가 제일 먼저 리스트에서 뺀 명소.

입장료를 내야 하고 교육 비디오를 봐야 하고 어느 정도 기다렸다 입장해서 산호초 사이를 떠다니는 생선을 보는 장소라고 이해하고 떠나면 당신은 십중팔구 실패하게 되어있다.

그건 일반적 설명이고, 디테일은 좀 다르다.

먼저 하나우마 베이에 서식 중인 생선들을 제대로 보려면 아침 일찍 가야 한다.

하나우마 베이 영업 시작 시간을 알아내, 그 시간에 도착하도록 일정을 짜는 게 좋다.

사진계에도 이런 사소하면서도 결정적 차이를 낳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어떤 친구가 눈부시도록 파란 하늘 사진을 찍었다.

당신도 찍고 싶다.

그래서 눈부시게 파란 하늘을 확인하고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그런데 절대 그 색깔이 안 나온다.

당신 친구가 한 가지 사실을 감추고 있는 것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 찍었다는, 평범하지만 극복할 수 없는 차이.

아침은 '대기' 상태가 최고조로 맑을 때다.

수중의 세계에도 그런 시간이 존재한다는 모양이다.

예쁜 생선을 제대로 보려면 아침 첫 바다를 노려야 한다고.

그래서 하나우마 베이는 아침부터 '그걸 아는' 관광객들로 붐비기 시작한다.

뒤로 갈수록 방문자들이 밀려, 나중에 올수록 대기 시간이 길어진다.

이걸 모르고 낮에 방문하면 예기치 않게 서너 시간을 맹탕으로 *빼앗길 수 있다.

따라서 아침 일찍 하나우마 베이에 도착해 스노클링을 즐기려면 숙소에서는 그보다 일찍 일어나 준비해야 한다.

굉장히 부지런한 동선이 필요하다.

파라다이스 풀에, 사람 좀 많다고 폭발한 내가 소화할 수 있는 포인트가 아니다.

그리고 안 해봤기 때문에 직접 비교는 어렵겠으나, 스노클링이라면 괌의 PIC 앞바다에서 실컷 즐겼다.


괌, PIC 리조트 앞바다. 중간에 수면 아래 거뭇하게 보이는 게 산호일 거다.


아래를 보고 대 자로 뻗어 둥둥 떠다니다 배 밑에 나타난 커다란 산호가 외계인의 알같이 느껴져 당황해 버벅대다 밟지 말라고 한 산호를 밟고 더 당황해 몸부림친 적도 있다.

스노클링 경험이 없는 이들에겐 그래도 한 번쯤 해보라고 권하겠다.

오색찬란한 생선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 풍경은, 우리가 '자연'에 속한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이곳이 얼마나 아름다운 지구인지 환기시킨다.



시원하게 뚫린 해안 도로.



저 멀리 바위 끝에, 누가 낚시를 한다.

탁 트인 전망이 아침에 폭발했던 감정의 찌꺼기를 완전히 날려버렸다.



제주도 해안 도로가 낮은 지대로 이어져 아기자기한 풍경을 선사한다면 '더 버스'가 질주한 해안도로는 웅장한 자연미를 선사했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샌디 비치.



거대한 산을 배경으로



모래와 파도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개인성이 극대화된 픽업트럭.

양아치스럽단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심지어는 마초적이란 느낌도 안 든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귀여운 느낌?

이런 차들이 하도 많으니까.

순진한 얼굴로 벙글벙글한 현지인들이 주먹을 가볍게 부딪치며 누가 더 높게 올렸나 애들처럼 자랑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나라는 어쩌다 현대기아차만 수두룩한, 외국 방문자의 눈으로 보면 기이하기 짝이 없는 자동차 문화를 갖게 됐을까.


모난 돌 정 맞는다

는 속담이 자동차라는 물성에도 고스란히 적용된 양.

헌법재판소가 그와 같은 집단적 *폭력성을 극대화한 결정문을 내기도 했다.


수도 이전은 관습 헌법에 위배된다

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판결.

한국인은 관습의 지배에서 벗어나선 안 된다는 *명령.



커다란 나무 뒤에 샤워 시설이 있고 화장실이 있다.



이 사람이 누군지는 인터넷을 검색하면 금방 알 수 있겠지만 귀찮아서 패스.

하지만 그가 샌디 비치를 찾는 이곳 사람들의 기억을 차지하고 환영을 받는 인사란 건 알겠다.


알로하, 듀크.



권투 선수로 치면 헤비급?



육중한 파도가 훅을 날린다.

버티고 서려는 나를 쓰러뜨린다.

쓰러져 버티는 나를 끌고 들어간다.

기다시피 나오면 수영복 주머니 가득 모래가 잡힌다.

멀리서 온 나의 입수를 환영하는 것처럼 온몸에 박힌 모래가 재잘거린다.


알로하!

그래서 샌디 비치인가.

샌드위치가 그리운 해변이 아니라 모래적 해변이라는...

한 블로거는 자신의 여행기에 샌디 비치에 들어가려다 라이프가드한테 제재를 받은 경험을 적었다.

그는 저 사람들은 신나게 노는데 나는 왜 안 되냐고 항의했지만 라이프가드는 받아주지 않았다고 한다.

우리도 그렇게 될 수 있었다.

우리 중 아무도 저 사람들처럼 수영을 용감하게 잘 한다고 할 수 없었다.

수영은 아내가 나보다 잘 했다.

하지만 아내도 여기서 수영을 즐기려면 자신을 끌고 들어가는 파도에 맞설 줄 알아야 했다.

나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라이프가드가 들어가지 말라고 해도 나는 할 말이 없을 것 같았다.

힐튼 비치나 포트 데루시, 와이키키 해변의 새색시처럼 찰랑대는 물결에 비하면 여기 파도는 *진짜였다.



바디보드도 실패했다.



제기랄.

아내의 깨알 같은 복수인가.

아내는 가끔 귀신같은 타이밍으로 초현실적 사진을 남겼다.


제주도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 마라도. 나무가 거의 없는 땅이 신기했다.


저때는 하도 파도에 처맞아, 뭐가 문제인지도 몰랐다.

당시 느낀 감각은 이거였다.

바디보드가 나한테 너무 작은가?

상반신도 걸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더 버스'를 타고 돌아올 때는 재질의 문제도 검토했다.

강화 '스티로폼' 말고 다른 재질로 만든 바디보드도 있을까?

나는 혹시 다른 재질의 바디보드를 타야 하는 걸까?

이런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나중에 헬조선으로 돌아와 사진 파일을 보니, 일단 위치가 틀렸다.



파도가 백사장과 부딪쳐 하얗게 부서지는 지점이 아닌, 저 아이처럼 한 단계 더 들어간 지점에서 파도를 타야 했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도 바디보드는 어려워 보인다.

저 지점까지 가려면 발이 바닥에 안 닿는 데까지 가야 하니까.

발이 바닥에 안 닿는 데서도 두려움 없이 수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철저히 혼자가 되는 지점이니까, 스스로 자기를 지킬 줄 아는 수준이 되어야 한다.

내 몸엔 흑인의 피가 흐르는 걸까.

어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수영을 즐기는데 여태 호흡도 터지지 않는 걸 보면.

하와이 때문에라도 수영을 제대로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은 전투다.


*이기려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

우리는 '더 버스'를 타고 돌아왔다.

놀랍게도 2시간을 못 채워 환승 할인을 받았다.

그만큼 터프한 해변이었고, 해가 쨍하지 못한 것도 일찍 퇴각한 이유 중 하나였다.




다음 편에 계속.








*빵 혹은 피자.

*하루 ; 정확히는 12시간 정도?

*선블록 혹은 선크림.

*열고 ; 그럴 때 슬쩍 따라 들어가면 된다.

*지금은 놀랍게도 국회의원들이 헌법을 탈취하겠다고 발광이다. 부정부패가 주특기인 국회의원연놈들한테 총리 지명권이나 주자고 내가 그 추운 날 광장에 나가 벌벌 떨었다고?

*비극 ; 우리가 그 점을 극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에서.

*요소 ; 그들은 '가족'이란 관계로 진입하느니 남이 되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막아 ;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증거.



*쓰이는데 ; 서비스의 몫은 언제나 '여성'이라는 듯. 이것은 일제 치하에서 자본주의를 맞이한 헬조선이 자본주의의 모든 '서비스' 품목을 은연중에 '섹스'와 결부해 받아들인다는 의미로 읽힌다. 성차별이 강화되고, 성추행을 비롯한 성폭력이 갈수록 험악해지는데도 그걸 타파하려는 목소리를 여혐으로 찍어 누르는 현 세태를 보면 더욱 그런 의심이 든다. 예컨대 이런 감각이 탁월한 박원순 서울 시장이, 서울 시내버스 안내 방송을 '남녀 반반씩' 하겠다고 하면 자칭 '남성'들이 들고일어나지 않을까? 그가 나라를 팔아먹겠다는 선언이라도 했다는 듯이?

*과도한 ; 한국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오래된 이들을 소외시킨다.

*알고 ; 혹시 모르겠다. 닫힐 때도 물체를 감지하는 센서에 의해 자동으로 닫히는 것인지. 

*보인다 ; 나도 직접 열어본 적 없다. 열어보려 했으나 다른 사람이 먼저 해버리는 바람에 놓친 적이 한 번 있다.

*부끄러워질 ; '더 버스'는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이기 때문에 관광객한테 친절하지 않다고 상처받을 필요 없다.

*환승 ; 트랜스퍼 티켓 플리즈.

*렌터카 ; 렌터카 비용도 우리나라 대비 싼 편은 아니다. 하지만 오아후 섬 도심 지역의 주차 비용을 생각하면 렌터카 비용도 싸다고 느낄 수 있다. 심지어는 호텔에서조차 주차비를 따로 청구할 정도니까. 그렇다고 우리 같은 관광객이 '불법' 주차이긴 하나 '단속'은 피할 수 있는 포인트를 딱딱 찾아내 주차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은 처음부터 안 하는 게 좋다. '딱지'를 떼이고 '견인'이라도 당하는 날엔 하루 일정을 송두리째 갖다 바치는 수가 있다.

*하와이 혹은 미국.

*레저 ; 이때의 레저는 사치가 아닌 실용의 관점이다. 우리나라에선 누가 대형 SUV로 보트를 끌고 가면, '와아' 하지만 오아후 섬에선 헐렁한 러닝 차림의 현지인이 먹고 살 목적으로 보트를 끌고 간다.

*빼앗길 ; 실제로 몇몇 여행기에서, 하나우마 베이를 방문했다 일정이 헝클어졌다는 사례를 봤다.

*폭력성 ; 헌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에 대해 '잘했다'는 칭찬이 주를 이루고, 나 역시 파면을 결정한 용기에 대해선 '인정'하자는 입장이지만, 나중에 정권이 교체된 뒤엔 그들의 결정이 얼마나 비-헌법적이고, 비-법률적이며, 비-합리적이었는지 따져볼 참이다. 그들은 지극히 정치적인 결정을 했을 따름이고, '헌재'로 대변되는 기득권 세력이 촛불을 들고일어난 시민의 혁명적 분노와 적절한 선에서 *타협을 본 '결과'라는 게 내 시각이다.



*타협 ;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지만 딱 한 가지만 지적하자면, '성실성'을 객관적 수치로 계량화할 수 없다는 헌재의 주장은 허위사실 유포나 다름없는 거짓말이고, 세월호 사건으로 생지옥을 겪어야 했던 시민들을 모욕한 발언이나 다름없다. 우리 아들의 성실성은 객관화됐고 수치화됐으며 우리를 개돼지로 보는 교육부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명령 ; 망령.

*진짜 ; 이것도 노스 쇼어에 가면 더 진짜들한테 순위가 밀린다.

*이기려면 ; 즐기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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