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마다 다르게 출력되는 사진의 세계를 탐구해봤다.
쓸만한 프리스비 사진을 고르다 깜짝 놀랐다.
이것은 ViexNX 2에서 RAW 파일을 JPEG 형식으로 변환한 사진.
아래는 Capture NX-D에서 같은 RAW 파일을 같은 JPEG 형식으로 변환한 사진.
잔디밭과 나무숲의 디테일이 뭉개졌다.
ViexNX 2은 RAW 파일로 저장된 사진을 리뷰하고 정리할 때 쓰고, Capture NX-D는 ViexNX 2로 정리된 RAW 파일을 보정하고 JPEG 형식으로 변환할 때 썼다.
두 프로그램 모두 니콘이 제공하는 정품 소프트웨어여서, 같은 화질 옵션과 사이즈로 변환한 건데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온 것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이러려고 내가 RAW 파일로 찍었나 하는 자괴감과 함께 지금까지 Capture NX-D로 변환한 모든 사진이 잘못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세부 묘사를 살리는 방향으로 주물러봐도 디테일은 살아나지 않았다.
다른 사진도 마찬가지인지 확인해봤다.
같은 날 사진, ViexNX 2에서 변환.
아래는 Capture NX-D에서 변환.
확연한 질적 저하.
이렇게 뭉개져서는 '인화'는 물 건너갔다.
Capture NX-D로 디테일을 살려보려 했지만 ViexNX 2에서 원본 그대로 출력한 사진을 넘어서지 못했다.
Capture NX-D 설정에 들어가 '색공간'을 다시 조정하고, 다른 값을 줘봐도 결과는 마찬가지.
그동안 나는 더 안 좋은 사진을 출력해 왔던 걸까?
그 많은 하와이 사진까지?
다른 날 의자 사진, ViexNX 2로 변환.
아래는 Capture NX-D로 변환.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스마트폰으로 보면 아무런 차이도 느끼지 못할 수 있다. PC 화면으로 보길 권한다) 의자 등판을 보면 Capture NX-D의 사진에 '연두색'이 분포된 걸 알 수 있다.
녹슨 의자 손잡이도 Capture NX-D의 사진이 더 선명하다.
즉, 이 사진에서는 Capture NX-D 쪽이 ViexNX 2보다 우월하다.
기울기와 크롭 작업을 해봐도 품질에 변화가 없다.
오늘 찍은 사진. ViexNX 2에서 변환.
아래는 Capture NX-D에서 변환.
차이가 없는 것 같지만 '선명도'가 증가하면서, Red가 가미됐다.
꽃개 너머로 보이는 아파트 외벽 색깔을 보면 아래 사진이 더 갈색스럽다.
Capture NX-D 승.
선명도, 명료도, 콘트라스트, 채도를 향상시켰다.
해외의 저명한 사진가가 쓴 책을 보니 디지털카메라의 사진은 '회색'을 한 겹 두른 것처럼 보여 자기는 항상 '콘트라스트'를 올려준다고.
나만 그렇게 느꼈던 게 아니었다.
하와이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디지털카메라 특유의 '회색'이 도드라져 살짝 우울하기까지 했는데.
젠장, 내가 이러려고 DSLR로 건너갔나 하는
위 사진에서 레벨 및 커브 곡선의 쉐도우만 두어 칸(키보드로 조정) 밝게 보정했다.
원반을 깨문 꽃개 이빨이 보고 싶어서.
크롭을 해도 품질은 변하지 않았다.
Capture NX-D로 변환 작업을 해온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글을 쓰게 된 계기가 된 두 장의 사진은 어째서 Capture NX-D의 결과물이 ViexNX 2보다 안 좋게, 뭉개져서 나왔을까?
나도 모른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아니어서.
다만 이런 추론은 하고 있다.
ISO를 너무 많이 올린 사진에 한해, 품질이 역전되는 게 아닐까.
해가 질 즈음 공원에 나가 찍은 사진인데 셔터스피드 확보를 위해 ISO를 2000까지 올렸던 것이다.
PC로 보기엔 무리가 없지만, 인화를 해서 감상할 만한 퀄리티는 아니었던 모양이다.
실망스러웠지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내 카메라(D5500)의 한계였다.
하지만 진짜 충격은 지금부터다.
ViexNX 2로 출력한 JPEG를 윈도 사진 뷰어로 볼 때.
ViexNX 2로 출력한 JPEG를 FinePixViewer로 볼 때.
윈도 사진 뷰어 쪽이 훨씬 붉게 나온 걸 알 수 있다.
윈도 사진 뷰어 결과물이 원본 쪽에 가까운 건 사실이다.
하지만 FinePixViewer 쪽이 내가 찍은 상황에 더 가깝다.
꽃개 색깔이나 잔디 색깔, 아파트 외벽 색깔은 FinePixViewer의 결과물이 더 맞다.
Capture NX-D로 출력한 JPEG를 윈도 사진 뷰어로 볼 때.
Capture NX-D로 출력한 JPEG를 FinePixViewer로 볼 때.
네티즌이 추천하는 다양한 이미지 뷰어 프로그램을 깔아봤지만 결국 남은 이미지 뷰어 프로그램은 FinePixViewer.
여기까지 사진 작업을 마친 나는 최종적으로 저작권 기호를 입히기 위해 포토샵을 열었다.
하지만 행여나 민감한 사진 품질을 논하는 자료가 '포토샵'을 통해 또 한 번 변하지는 않을까 우려돼 '사본'으로 작업했다.
예상대로 변했다.
ViexNX 2로 출력한 JPEG를 FinePixViewer로 볼 때의 파일에 'FDF'를 입혔을 뿐인데 색조가 변했다.
ViexNX 2로 출력한 JPEG를 윈도 사진 뷰어로 볼 때의 파일은 이렇게까지 붉게 변했다.
내 이럴 줄 알았다니까!
다행히 이 현상은 이해했다.
윈도가 제공하는 스크린샷은 PNG형식으로 저장되는데 색공간이 sRGB였던 것이다.
내가 설정한 포토샵 색공간은 adobe RGB (1998).
sRGB를 adobe RGB (1998) 색공간으로 바꾸면 대개 저렇게 붉게 타오르는 색조가 된다.
최종적으로 크롭을 한 뒤 메시지를 입힌 사진.
사진 품질에 아무런 변화도 없다.
니콘 카메라 D5500의 색공간을 adobe RGB로 설정하고, Capture NX-D의 색공간을 adobe RGB로 설정하면 거기서 변환되는 JPEG 파일의 색공간도 자연히 adobe RGB가 된다.
아참, 모니터에 대해선 말도 꺼내지 못했다.
당신과 내가 같은 사진을 보려면, 모니터부터 같은 회사의 같은 제품으로 일치시키고, '색상 모드'까지 일치시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