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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Apr 07. 2017

보도블록 23 기득권을 오독한 "썰전" 유시민

안철수는 박근혜 사면을 정확히 언급했다. 


4월 6일 방송된 썰전에 출연한 유시민은 안철수 후보의 워딩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기자가 처음부터 언급한 대상은 "박근혜"였다.


중앙일보 출처.


기자는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해 물은 게 아니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문제를 어떻게 다룰 것인지 물었다.

안철수 후보는 거기에 대해,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어떻게 할 건지 답하지 않고, 사면에 관한 자기 소신을 밝혔다.


위원회를 만들어 국민의 뜻을 모아 투명하게 진행하겠다.

교과서적인 말이다.

기자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해 물은 게 맞다면 100점짜리 대답일 수도 있고.

하지만 박근혜 사면을 어떻게 할 건지 물은 기자 입장에선 만족스러운 대답이 아니었다.

그래서 재차 묻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만든 사면위원회에서 "박근혜"를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냐?

안철수 후보가 답한다.


국민의 요구가 있다면, 예스.



박사모, 친박단체, 헌법재판소 앞에서 계엄을 요구한 이 사람들, 국민 맞다.

"국민의 요구"는 충족됐으니 남은 과제는 위원회.

누가 어떻게 임명해야 국민의 뜻이 정확히 반영된 멋진 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둘째 치고, 위원회가 해온 일들부터 살펴보자.



JTBC 뉴스룸 팩트체크 팀의 기사를 발췌해왔다.

여기서 논란의 주인공이 된 "김 교수"는 안철수 후보의 부인이다.

서울대 정교수 임용 결정 당시 회의록에는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있다.

그런데도 희한하게 14명 중 8명이 찬성해 임용이 결정됐다.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을 갖고도 자기들 의사에 반하는, 거수기 노릇을 했을 거란 보도.



국민연금에도 투자를 결정하는 위원회가 있다.

무려 두 겹으로.

그래도 삼성 합병은 그들이 원하는 대로 진행됐다.



이런 일들은 너무 많아 짜증이 날 정도다.



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든 국민이 원한다는 이유로 "박근혜"가 올라가면 단지 몇 사람의 손짓에 의해 사면이 결정되는 방식이라는 것이 안철수 후보의 대답이었다.

여기에 무슨 오독이 있다고?

안철수 후보의 워딩을 좀 더 냉정하게 분석해보면 국민의 뜻에 따라 위원회가 "박근혜를 사면"해도 자기와는 아무 관련 없다는 뜻이다.


내가 사면한 게 아니라, 위원회가 사면한 거라니까요.

문제는, 안철수 후보의 사면 퍼레이드가 "박근혜"에서 끝나지 않는다는 것.

최순실, 김기춘, 조윤선을 비롯해 미르와 K스포츠 재단에 엮인 대한민국 최대 재벌인 이재용까지.



저 발언 직후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폭등한 건 "우연"이 아니다.

이렇게 급작스러운 여론 변화가 사실이냐 아니냐 따지는 것도 무의미하다.

저렇게 만들어서 배포하는 자체가 여론을 형성하는 강력한 힘이 되기 때문에, "사면" 받고 출소하는 것 말고는 아무런 희망도 남아있지 않은 기득권자들에겐 무슨 짓을 해서라도 만들어내야 하는 "현상"이다.

혹자는 말한다.

안철수 후보는 경선을 마친 컨벤션 효과를 누린 거라고.

내가 말한다.

안철수 후보는 70퍼센트 이상의 압도적 표차로 이겼기 때문에 누릴 만한 컨벤션 효과가 없다고.

오히려 컨벤션 효과를 누려야 하는 후보는 문재인이라고.

안희정이 가진 20퍼센트와 이재명이 가진 10퍼센트를 다 가져가지는 못해도, 경선을 마친 뒤에는 적어도 10퍼센트 이상은 올라갔어야 정상이라고.


그런데 왜 문재인만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했을까?

민주당 경선이 끝난 날,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문재인을 JTBC 뉴스룸의 손석희가 짧게 인터뷰했다.

다른 언론과도 인터뷰를 해야 해서 5분 정도밖에 시간이 없다는 걸 손석희 앵커도 인지한 상태였다.

손석희는 다짜고짜 아들의 특혜 의혹에 대해 물었다.

그날 팩트체크 팀에서도 문재인 아들 특혜 의혹을 다뤘고 "문제가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2006년에 일어난 그것은 범죄였을까?

문재인 아들이나 문재인, 혹은 관련 당사자가 어떤 식으로든 범죄를 저질렀다면 2012년 대선 당시 선관위는 뭘 하고 검찰과 경찰은 뭘 한 걸까?

그게 범죄가 아니라면 왜 2012년에 대통령 선거를 치른 사람이 2017년에는 문제가 되고 논란이 돼 해명을 해야 한다는 걸까?

손석희도 이런 기이한 말장난이 뉴스적 가치가 있다고 믿고 그 귀중한 5분을 할애해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한 걸까?






어제 방송된 썰전에서 유시민은 이번 선거는 최선을 뽑을 수 있는 구도가 됐다고 했다.

문재인이 돼도 좋고 안철수가 돼도 좋다는 것이다.

유시민의 이런 나이브한 관념이 예전에 이런 명언을 낳기도 했다.


박근혜가 대통령 된다고 대한민국 망하는 거 아니에요.


이들은 차라리 망해서 없는 게 나았을 것이다.

이들의 가슴을 칼로 찢고 심장에 못질을 한 뒤 피를 빨아먹은 악마가 대한민국이었으니까.

나라가 망해서 없었더라면 저렇게 억울하다고 하소연할 상대도 없을 테니.

기득권의 대변인이 청와대를 접수하길 바라는 쪽에서도 대한민국이 망하는 일은 바라지 않을 것이다.



부려먹을 노예들이 사라지는 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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