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스타에 꽃 개가 유행이라고 한다.
아내의 세계는 인스타에 연결돼 있다.
개를 번쩍 들어 벚꽃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유행이야.
해시태그는 "꽃개".
우리한테도 벚꽃 포인트가 있다.
작년 이맘때 사진.
날짜가 덜 돼 아직 피진 않았겠지만, 적당한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 출동했다.
아파트 단지에 조성된 잔디 꽃.
처음엔 장난이려니 했는데 이 녀석, 진짜로 꽃을 뜯어먹었다.
야, 뱉어!
데크를 배경으로 사진 좀 찍자는 데 끝내 협조를 거부한 꽃개.
당신의 개가 웰시코기이고, 다리가 길어 보이도록 사진을 찍고 싶다면, 삽으로 땅을 파서 그 안에 들어가 올려다보면서 찍는 방법이 있다.
얼마 전 아내랑 서울에서 열린 개 용품 박람회에 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만난 웰시코기들은 다리가 정말 짧았다.
털도 긴 편이어서 걸을 때 보면 배가 거의 땅에 쓸리다시피 했다.
그걸 보고 감탄한 우리가 내린 결론.
역시 꽃개는 믹스야.
갈대를 배경으로 사진 좀 찍자는 데 들은 척도 안 하는 꽃개.
웰시코기는 다분히 보헤미안 기질이 있어 날 때부터 지들 멋대로다
곧휴를 가려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까치나 다람쥐를 머리에 올려놓고 찍으면 쳐다보려나.
'손'은 어느 정도 마스터한 아내.
이제 굴리기만 하면 될 것 같은데.
여기서 팁, 인간이 시키기 좋아하는 몇 가지 동작은 성견이 되기 전에 익히는 게 좋다고 한다.
강아지 시절엔 간식으로 살살 굴려 필요한 동작을 입힐 수 있는데, 어른이 되면 간식만 냅다 먹고, 말은 안 듣는다고.
옆 구르기는 식상하니까 우리는 앞 구르기를 시키자고
롱다리 웰시코기, 꽃개.
인스타로 연결된 세계에서, 아내는 꽃개 같은 웰시코기를 만난다.
하와이에 사는 웰시코기를 본 적이 있는데, 전생에 은하계를 구한 게 분명한 삶을 살고 있었다.
수영도 나보다 잘 해!
꽃개보다 다리가 더 긴 웰시코기를 본 적도 있는데, 우리끼리는 웰시 아닌 걸로...
벚꽃 나무인 줄 알고 찍었는데 아내는 아니라고.
모처럼 새 길을 나선 꽃개는 신났다.
이 사진의 파란색은 소프트웨어로 입힌 것이다.
실제로 본 하늘은 거의 회색이었다.
나무에 올라탄 나무.
얼마나 급했으면
사선 구도를 연습해봤다.
둥이를 찾는 꽃개.
작년 이맘때, 이렇게 놀았는데.
없음 말고.
포인트를 찾아 비비는 꽃개.
털고.
뛰고
강제로 가족사진도 찍고
저 눈물 자국은, 지긋지긋하게 안 낫는다.
하와이 여행을 갔다 온 뒤로 눈곱이 붙기 시작했는데, 잊을 만하면 기어 나온다.
자기만 떼어놓고 갔다고 복수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젊은 남녀가 말티즈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여길 아는 걸 보니 중급 이상은 되는 보호자.
반려견 보호자들에겐 핫플레이스가 따로 있다.
인적이 뜸하면서, 자유롭게 풀어놓기 좋은.
자, 우리도 해시태그 놀이 한 번 해볼까.
뭐야, 엄마, 먹는 거야?
으적으적.
맛은 별론데.
유행은 소외를 낳고
광고나 하자.
이런 사진, 마음에 든다.
꽃개가 비둘기를 좇는 건 본능이다.
입히지 않아도 저절로 나오는 동작.
하와이 오아후 섬 월마트에서 장만한 야외 물그릇.
접어서
걸 수도 있다.
역대급 포트레이트.
근데 눈이 너무 작아.
얼시코기 꽃개.
자기는 이제 지쳤다고, 막 나오는 포토제닉한 얼굴.
다른 집 웰시코기는 어떤 지 모르겠는데, 우리 집 웰시코기는 한 고집한다.
꽃의 아름다움은 엄격한 구조에서 비롯된다.
원을 바탕으로 한, 기하학적 대칭.
뒤쪽의 흐릿한 녀석은, 썩은 낙엽 냄새를 즐기는 꽃개.
우체국 계단 앞에 앉아 쉬는 꽃개.
활동 양보다는 더워서 지친 것으로 보였다.
빽다방 앞에서 기다리는 꽃개.
자전거 대회에 나간 아들이, 3등 했다고 해서 음료수 한 잔 사주러 왔다.
뭐, 항상 사 먹는 커피이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