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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Apr 06. 2017

정신없는 하와이 여행 15 와이키키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를 떠날 때가 됐다.


해변을 따라 숙소로 돌아가려던 우리는 넘지 말라는 가로막에 막혀 호텔을 가로지르기로 했다.

결혼식을 마친, 해변과 마주한 식당 의자에 앉아 신발부터 신었다.

물로 씻은 발바닥은 근처에 굴러다니는 신문지로 대충 닦았다.

로얄 하와이안 센터는 화려했다.



정글에 들어선 느낌인데 궁전에 온 것처럼 쾌적했다.



호놀룰루 쿠키에 들러 쿠키를 맛봤다.




맛있는데! 아들도 데려올 걸!



일본 관광객이 강물처럼 넘쳤다.



로얄 하와이안 센터 인근 밤거리는 화려했다.

낮에는 미처 몰랐던 화려함이었다.

왁자지껄한 백인들이 가까이 느껴졌다.

흥청망청 - 달러가 취해가는 밤.



갤러리에 들러 사진 작품을 감상했다.

촬영 금지여서 찍을 수는 없었다.

사진의 색감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나 싶을 정도로 강렬했다.

금속 질감의 은색 비행기와 해바라기 밭, 해변의 오두막.

단순하면서 웅장하게 배치된 오브제에, 색 하나로 끝내버렸다.

ABC 스토어에 들러 마우이 캔맥주 두 개를 샀다.



어제 알리이 타워 전용 수영장에서 스파를 전세 냈던 백인들이 마시던 라거 맥주였다.

그들은 두 쌍의 부부로 보였는데 각자 마우이 맥주캔을 하나씩 들고 한 시간 넘게 홀짝이며 대화를 나눴다.

스파에 몸을 담근 채.

MBC Bikini는 2.29달러.

여기서 MBC는 엠병신 말고 마우이 비어 캔의 약자 같다.



*까만 바다를 마주 보고 앉은 사람이 20미터 간격으로 한 명씩 있었다.

꽤 쓸쓸해 보이는 뒷모습이었다.

세상을 등진 채 무엇 하나 기댈 수 없는 공간을 마주하고 있다.

찰싹이는 파도 소리가 그들의 외로운 마음을 달래줄까.



숙소로 돌아와 맥주를 마셨다.



포케는 느끼했다.

두껍게 썬 참치회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거기다 기름을 빈틈없이 *발라놨다.

플라스틱 용기가 작다고 생각했는데 배가 불렀다.

우리 식구는 입이 짧다.

포케1은 4.98달러.

포케2는 4.26달러.

사진 오른쪽의 간장이 섞인 포케가 1번 같다.



케잌도 먹고.

슬라이스 케잌 딸기 맛은 3.99달러.



이런 데선 빠질 수 없는 컵라면도 먹은 뒤 한 숨 잤다.

밤 10시 반쯤 눈을 뜬 아내가 짐을 쌌다.



인터넷에 들어가 뉴스를 보니 우병우 구속영장은 기각됐다고.



그래도, 아침은 밝았다.



어김없이



새 날, 새 시간, 새 기회가 당도했다.



아내와 아들이 어제 알라 모아나 쇼핑센터에서 사 온 케잌으로 아침을 먹고

케잌 1/2 스트로베리 롤은 3.99달러.

슬라이스 케잌 초코 맛은 3.99달러.



커피도 한 잔 때린 뒤 로비로 내려가 체크아웃했다.

복잡한 메인 로비를 지나 알라모 렌터카 사무실로 이동했다.

인도가 이어졌다 끊어졌다 사라지는 통로 너머, 버스 정류장 뒤편 건물이었다.

우리 앞에 한국인 가족이 수속을 밟고 있었다.

이렇게 쓰면 된다면서 직원이 건넨 서류에 '화성시'가 영문으로 기재돼 있었다.

신용카드를 달라고 해서 오로지 하와이에서 *렌터카를 빌릴 목적으로 발급받은 카드를 건넸다.

1. 외국에서 결제 가능한 카드여야 하며

2. 카드에 표기된 영문 이름이 여권의 영문 이름과 일치해야 한다.

즉 여권의 영문 이름으로 발급받은, 마스터 따위의 마크가 붙은 신용카드여야 한다.

나는 카드를 만들 때 '결제'까지 하는 줄 알고 환전 수수료가 최대한 덜 붙는, 전월 실적이 좋으면 환전 수수료 할인 혜택을 받는 놈으로 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그들은 신원만 확인한 뒤 결제는 않고 돌려줬다.

오잉?

결제는 나중에 차량을 반납하면서 하면 된다고.


*현찰도 가능?

오케이.

굳.

직원은 엘리베이터가 고장 나 주차장 입구에서 차를 받아야 한다며 앞장섰다.

이때만 해도 나는 이게 어떤 저주의 시작인지 눈치채지 못했다.



한 시간 뒤 아내와 아들은 해방의 함성을 내지르게 된다.






닛산 무라노의 지옥은 다음 편에.






*까만 ; ISO를 높였을 때 사진이 뭉개지는 현상은 여기서 다뤘다.

*발라놨다 ; 무쳤다.

*렌터카 ; 하와이에서 렌터카를 빌릴 때 필요한 문서는 여기서 다뤘다.

*현찰 ; 우리 집 달러는 환율이 1060원일 때 장만한 거여서, 현찰 박치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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