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은 예스다.
개랑 살면서 놀란 것 중 하나가
개도 꿈을 꾼다는 거였다.
'꿈'은 인간적인 특질이라 여겼는데
그렇지 않았던 것.
어느 날 자고 있던 꽃개가 '커엉커엉' 약하게 짖었다.
잠꼬대를 하느라 짖는 소리였다.
꿈을 꾼다는 건 '잠' 속에서 무언가를 본다는 뜻이다.
배변 훈련을 하고 이름을 지은 지 얼마 안 돼서였다.
헤어진 엄마, 형제를 꿈에서 보기라도 한 걸까?
프로이트는 꿈을 '무의식'의 반영이라 했는데...
개한테도 무의식이 있다는 뜻일까?
개한테 있을 '본능'이야 누구나 쉽게 유추할 것이다.
짖고, 물고, 뛰고, 꼬리를 흔들고, 경계하고, 냄새를 맡고, 송곳니를 드러내고,
허겁지겁 먹는... 때가 되면 하게 되는 발정까지.
그것은 개뿐 아니라 모든 동물(사람까지 포함한)에 있는,
그래서 굳이 학원을 끊고 학습하지 않아도 저절로 되는
생존 기술, 그 존재를 '움직'이고 '선택'하게 하는 기준일 것이다.
야생 환경에서의 동물은 '본능'만으로 생을 유지하는데 충분할 것이다.
개는 거기다 '인간을 따른다'는 자의식을 추가했다.
개는 인간을 따르기 위해 본능을 억제할 줄 안다.
간식을 앞에 두고 '앉아' 하면 개는 '먹이'를 내놓으라고 덤비는 대신
엉덩이를 땅에 대고 앉는다.
엎드리라고 하면 엎드리고
기다리라고 하면 기다린다.
인간을 따르는 '자의식'이 강화된 개들은
부대에서 대테러견으로 근무하기도 하고
공항에서 마약 단속을 하기도 하며
맹인 곁에서 길잡이가 되어주기도 한다.
양(보더콜리)을 몰고 소(웰시코기)를 모는 것도
사냥감을 추적하는 본능적 기술에
인간을 따르는 자의식을 입힌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꽃개는 소를 몰 필요도 없고 집을 지킬 필요도 없지만
(아파트 잠금 장치를 대신할 필요는 없다)
우리랑 같이 살기 위한 최소한의 자의식이 필요한 상황.
배변 활동과 이름을 부르면 반응하는 것,
아내와 나와 아들을 무리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
안정된 서열 속에 지내기,
아파트 이웃 주민을 위해 안 짖기,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때 얌전히 있기.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