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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CON Apr 12. 2017

보도블록 28 안철수의 "유치1" 논란

기득권을 위해 특별한 구성을 해봤다.


어제와 오늘.

우리는 꽃개를 데리고 벚꽃나무 아래서 포즈를 취했다.



조리개를 8 이상 조여도 벚꽃이 흐려지는 걸 막을 수 없었다.



성질내는 거 맞다.

꽃개는, 한 시도 가만있지 못한다.

안아주는 걸 애정표현이 아닌, 속박으로 받아들인다.



아내는 멍스타그램에 줄기차게 올라오는 사진 형식을 원했다.

나는 이런 스타일이 좋은데. 




드라이하고 아트적이잖아.




처음엔 공놀이를 "좋아"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정신질환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강박증 같은 거.



이걸 찍을 때만 해도 이런 느낌의 사진이 될 줄 몰랐다.

처음부터 이런 사진이 나올 거란 계획이 있었다면 드래곤볼의 위치를 좀 더 신경 썼을 것이다.



해가 지는 쪽을 바라보며 찍었더니 노란 톤이 뿌옇게 깔렸다.

마음에 들어서 일부러 놔뒀다.

줄이 없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줄을 풀어놓기엔 너무 개방적인 공간이었다.



이건 아내가 원해서 찍은 점프샷.

꽃개는 웰시코기가 아니라 얼시코기나 엘시코기가 아닐까.



며칠 전에는 오거리파로 즐거움을 주더니 어제는 "단설"이란 단어로 유치원 제도를 공부하게 했다.


뭐야, 단설은?

아내도 처음 들어보는 단어라고.



아내가 속한 맘카페에서도 여론이 부글부글 끓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는 글도 드문드문 올라왔지만 불난 데 부채질하는 격이었다.

우리는 그런 글에 달린 '댓글'을 통해 유치원 제도를 학습했다.



내가 이해한 개념이 '정답'은 아니지만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는, 만약 모르는 개념이라면 대충 이해시킬 자신은 있다.


1. 단설이니 병설이니 하는 구분은 집어치워라.

2. 유치원의 종류는 이렇게 출발한다, 공립과 사립.

3. 공립의 두 가지 종류가 단설과 병설이다.

4. 단설은 독립된 시설과 인력이 보장된 공립 유치원이다.

5. 병설은 초등학교에 편입시킨 유치원이다. 단설보다 초등학교에 예속된 측면이 강하다.

6. 공립 유치원이 단설과 병설로 나뉜 건 예산 문제로 보인다.

7. 단설을 운영하기엔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초등학교에 슬그머니 집어넣어 생색을 낸 제도가, 병설 유치원이 아니었을까.

8. 따라서 단설이 병설보다 훨씬 좋다.

9. 병설이 단설보다 후진 이유는 초등학교 일정에 유치원 일정이 연동되는 탓이 커 보인다.


나도 처음 알았어!



그렇다면 국민의당 후보 안철수의 주장은 왜 여론의 분노를 샀을까?

유치원에 애를 보내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우리도 사립 유치원에 보냈지만(원해서, 골라서 보낸 게 아니야!) 한 달에 수십만 원 하는 원비가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1년으로 따지면 수백만 원이다.

대학 등록금 수준이야.

대학은 지적 능력이 높은 교수를 고용하는 비용이라도 든다지만, 유치원은?

사립 유치원장들은 이런 평가에 반발하겠지만,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유치원 교육은 "고등"할 필요가 없다.

전문가의 자격이 전혀 없는 입장에서 하는 말이니, 걸러들을 필요가 있겠지만 유치원에서 필요한 운영 방침은 교육보다 "돌봄"이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하지만 헬조선에 수감돼 벌벌 떠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그렇지 않지.

사립 유치원장이 "영어" 교육을 시킨다고 하면서 원비를 수십만 원 올려 받아도, 코가 꿰인 소처럼 질질 끌려갈 수밖에.

그래서 그러한 경제적 압박이 덜한 공립을 찾게 되는 것이다.

(시설이나 보육 환경도 더 좋다는 평가다)

아내도 몰랐던 "명칭"이지만 우리 동네에도 "단설 유치원"이란 게 실제로 있는지 모르겠고, 어디 있는지는 더더욱 모르겠다.

"병설"은 많다.

초등학교마다 있는 것으로 이해해도 되니까.

서로 거기 넣으려고 박 터진다.

그런 델 선점하지 못한 우리는 울며 겨자먹기로 사립 유치원에 보내야 했다.

물론 강남 8 학군의, 돈이 썩어 도는 학부모들과는 무관한 이야기다.



사람들이, 특히 애 엄마들의 분노가 터져 나온 건 단순히 "비용"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든 자기 자식은 소중한 법이다.

이건 상대적 개념이다.

그런데 어린이집, 유치원 때부터 자기 아이가 경쟁에서 도태된다는 압박을 받는다.

어떤 사람은 "돈"이 많아 영어 유치원에 보내는데 자기 아이는 "그냥" 유치원에 다닌다?

사립 유치원의 확대는 유치원 민영화다.

유치원에도 사교육을 도입해 서비스 질을 높이겠다는, 역주행이다.

공교육이 완전히 무너졌다는 걸 안철수 후보만 모르는 걸까?

유치원장들이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모셔다 놓고 노란 풍선을 흔든 건, 전국에 있는 어린이들의 건강한 교육 발달을 위해서가 아니라 "민영화의 파이"를 키워 자기들이 돈 벌 기회를 더 확대해달라고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때는 "영어" 유치원이었지만 다음 세대에서는 "영어 및 중국어" 유치원이 월 100만 원씩 받고 운영될지 누가 알겠는가?



안철수의 워딩이 "병설"이었냐 "단설"이었냐 하는 건 논란의 핵심이 아니다.

안철수는 사립 유치원장들을 위한 연설을 했다.

병설이 됐든, 단설이 됐든 그 "주제"는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왜 "단어"가 문제가 됐을까?



이명박과 박근혜를 청와대에 꽂은, 기득권 세력의 기관지 노릇을 하는 언론이 늘 해온 짓이 그 짓이다.


프레임 전환.



자, 지금부터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내가 처음 접한 보도 내용은 이랬다.




병설유치원 신설 자제

서울경제 권경원 기자는 "병설유치원 신설 자제"라는 워딩을 어디서 입수했을까?

사립 유치원장들이 모여서 노란 풍선을 흔드는 행사장 구석에서?



이것은 국민의당의 공식 해명 자료.

나는 이게 거의 거짓말이라고 생각한다.

어젯밤 아내도 굉장히 황당해해서 누군가 올린 "동영상"까지 봤다.

(왜 이런 일을 항상 네티즌이 해야 할까?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팀이나 SBS 8시 뉴스의 "사실은" 팀에서 네티즌도 쉽게 구하는 동영상 틀어주면 될 텐데!)

안철수는 저 말을 할 때 길게 붙여 말하지 않았다.

청중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단문을 툭툭 끊어 긴 호흡으로 말했다.

(그가 뜸을 들일 때마다 청중은 환호했다)

그는 정확히 "단설"이라고 말했다.

현장에서 기사를 쓰기 위해 대기 중이었던 기자가 그 말을 "병설"로 들었다면 기자 관두고 병원 가야 한다.


미쳤거나, 귀가 크게 고장 난 거니까.

"단설"을 "관설"로 들을 가능성은 있다.

하지만 "병설"로 들을 가능성은 제로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언론사가 "병설유치원"이라고 썼다면 그건 거기 가서 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어딘가로부터 전달된 보도 자료를 받아 썼기 때문이다.

안철수 프리미엄.

미세먼지 공약 때도 그랬다.

문재인 후보가 공약을 내놓았을 땐 쳐다도 안 보다, 안철수가 한 마디 하니까 다들 "인용"하면서 미세먼지가 정말 엄청난 문제라는 식으로 호들갑 떤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그 원인을 "고등어"라고 했고, 언론은 그냥 받아쓰다 욕을 바가지로 먹던 사실은 묻어버린 채.

내 추론엔 "유치원 공약"도 그런 프로세서를 밟은 것으로 보인다.

그 주체가 국민의당인지, 안철수 캠프인지, 아니면 더 큰 사이즈의, 기득권 연합에 의한 암묵적 카르텔인지는 몰라도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기 위해 베껴 써서 뿌린 거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그런데 여론이 폭발하니까 부랴부랴 진화에 나선 것'이라는 게 나의 첫 번째 추론이었다.

그런데 이것도 사실이 아니었다.




이 카드 뉴스는 복잡하다.

나도 한 번에 이해하기 힘들었다.

내가 이 논란에 뛰어든 시점은 중간 단계다.

서울경제 뉴스를 캡처하기 전에 1단계 소동이 있었던 것이다.

원래는 "단설"로 했는데 시끄러워지자 국민의당 페이스북에 사실은 "병설"이었다는 식으로 해명했다는 설명.

그래서 뿌려진 "병설유치원" 기사를 내가 캡처했고, 나중에 이것이 더 뜨거워지자(내가 캡처한 기사에도 4100개의 댓글이 달렸다) 이번엔 기자들이 "시끄러워서 잘못 들은 결과"라며 "단설"이 맞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덧붙인 병설 증설, 공립 유치원 활성화 따위의 헛소리는 문재인 캠프가 2012년에 주장한 공약을 그대로 베낀 거라는 설명이다.



이 논란의 핵심은, 안철수의 말이다.

그는 거짓말을 너무 쉽게 한다.

(서울경제의 권경원 기자도 그가 한 달 만에 말을 바꿨다고 지적했다)



안철수는 "단설"이라고 했다.

거기 있는 모든 사람이 들었다.

"병설"이란 단어는 끼어들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위대한 헬조선 기레기 님들은 "병설유치원"이라고 대량 복제 전송했다.

기자들이 양심 고백에 나설까?

누구 지시에 의해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사 제목을 뽑아 썼는지?

그것도 그 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동시에?

유권자를 개돼지 취급하며 여론몰이 한 사실을 덮기 위한


오보에 의한 정정보도 요청.

하지만 진짜 충격은 오늘 저녁 8시 JTBC 뉴스룸에서 발표됐다.



헬조선 육아에 지친 여론에 불을 질렀는데 오히려 올랐어!



아무 잘못도 안 한 문재인 후보를 추월해 버렸다.

심지어 이 여론조사는 무선과 유선의 비율도 85 대 15로 근사하게 맞혀놨다.


헬조선 피플 파워.

당신의 헬조선 탈출을 용납하지 않기로 작정한 자들.

박근혜를 괴물로 만든 자들은 누구인가?

그들이 다시 괴물로 만들려는 자는 누구인가?



봄인데, 춥다.

으스스하다.

그것도 모르고 늘 하던 대로 피어난 꽃들이 야속하다 싶을 정도로.





*"주문을 외워보자"는 이승환 옹의 노래 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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