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설명
샤알 שָׁאַל
샤알은 ‘묻다’라는 뜻을 포함한 히브리어 입니다. 구약에는 천국과 지옥이 표현되지 않고 오로지 스올 לוֹא 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사람이 죽으면 내려가는 땅속 세계를 의미하는 건데요. 신약이후의 우리가 이야기 하는 천국에 대해서 저는 묻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가끔 성경을 해석해 천국을 표현한 것들에서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았고요. 그 중 하나가 이 땅의 상급에 따라 천국에서 위치가 달라진 다거나 동성애자를 비롯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겪지 못하는 것들에 대해 죄라 단정짓는 행태도 제게는 천국과 연결지어 질문을 던지는 지점들 이었습니다. 성경을 해석하고 그것을 세상에 반영해 살아갈 때 전 교계에 정말 많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성경을 보고 공부하고 찾으려 노력 했던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내세의 천국은 무엇인가? 를 스스로 질문하였고 사실 구체적인 형태의 꼴라쥬 타입의 작품을 계획 했습니다. 그런데 작업을 하면서 가장 많이 찢고 없앤 작품이 바로 이 샤알입니다. 천국에 대해 난 질문을 던졌고 표현을 하려 해 보았지만 구체적으로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천국은 내가 표현하기엔 한계가 있는거 같다는 기분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전 제 작품을 포기하기로 하고 내려놓았고 그렇게 완성된게 이 작품 ‘샤알’입니다. 그냥 무언가에 순간적으로 몰입해 계획이나 구상이 아닌 몸이 움직이는 대로 작업을 했습니다. 작업 후 내 작품을 내가 해석할 시간이 필요한 작품이었어요.
이 작업에 제가 사용한 처음 계획한 것 중 아주 일부만 남은 base가 되는 종이는 다양한 소재로 다양한 컬러가 입혀져 있습니다. 그것은 제가 처음 천국에 대해 질문을 던졌던 ‘다양성의 수용’에 대한 상징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원단들은 제가 결혼할 때 입었던 한복, 아이들의 베냇저고리와 옷 입니다. 깨끗하고 순결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바라볼 수 있는 것을 담고 제 무의식이 담고 싶었던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그리고 조개껍데기는 바다에서 모래사장에 밀려온 조개들 입니다. 그냥 그 수많은 조개 껍데기들을 주워 이렇게 작품을 만들어 놓으니 그 조개는 제게 의미가 있는 것이 되었습니다. 제가 최대한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리고 작품을 처음 계획했을 때 의도했던 천국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연약하고 초라하고 별볼일 없어 보이는 그 한 사람에게 우리가 눈을 맞추고 그와 관계맺고 살아가는 곳, 그래서 그의 존재를 의미있게 받아들이는 곳이라고 생각 했거든요. 그리고 전 천국에는 슬픔도 아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가보지 않아서 모르지만요. 기쁨만 있는 곳이 비슷한 사람만 있는 곳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들여다보고 함께 울고 웃어줄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전 우리가 그렇게 함께 울고 웃으며 진주를 빚어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길 희망합니다. 그렇게 천국을 내세에만 국한짓지 않고 이 땅에서 표현하고 행동하며 가깝도록 빚어 나가고 싶습니다. 쉽지 않아서 늘 넘어지지만 쉽지 않다고 포기하고 덮어두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불편한 진실들과도 정직하게 대면하면서 살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그렇게 이 땅과 하늘위의 천국에 대해, 그리고 그 천국을 이루어 가는 것에 대해, 작품 자체에게도 묻고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냐고 말이죠.
[ 20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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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설명을 마지막으로 내일이면 전시가 마감이 됩니다.
부족한 작가가 처음 해본 전시여서 모르는 것도 많았고 부끄러움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정말 기뻤고 다양한 의미로 많은 눈물을 흘렸던 거 같아요.
제게는 잊지 못할 시간이었고 감사한 시간 이었습니다.
더 많은 작품이 전시공간에 있지만 모두다 이곳에 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부라도 함께 공유해 보고, 느끼고 생각하길 바랬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이 각자의 자리에서 걸음이 되길 참 많이 소망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잊지 못할 순간에 동행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