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25.화
나는 늙었다. 물론 상대적이다. 그리고 지금보다 앞으로 더 늙어가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나의 경우에는 늙어서 뒤쳐지고 싶지 않다거나 늙어감이 싫지않고 오히려 반기는 쪽이었다.
그런데 오늘 강의를 듣기위해 서울에 가는데 시간에 맞춰 고속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노선을 보고 하는 모든게 엄청 수월하지 않음을 알았다.
늙으니 무언가가 뒤떨어질 거라는건 예상 했지만 이런 부분에 있어서 이렇게 빨리 느려짐이 느껴질건 예상하진 못했다.
아무래도 쓸일이 없는 것들이라 더 빨리 뒤쳐지는 듯 하다.
고속버스를 타기위해 티켓을 예매했고 중간정거장에서 버스를 타는데 내가 타는 버스의 시간이 처음 출발점에 있었던 시간을 안내하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 내가 타는 정류장에서의 시간을 안내하는 것인지도 잘 몰라 두리번 거리게 되었다. 처음에는 그것을 인식조차 하지 못했었다가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시간은 다를텐데 티켓의 시간과 버스전광판의 시간은 그럼 같은 걸로 표시되나?’하고 불현듯 생각을 해보니 그때부터 나는 두리번 거리고 어리둥절 하게 되었다.
다행히도 조금 늦은 시간에 티켓에 적힌 운송회사와 일치하는 버스가 도착해 기사님에게 물으니 무척이나 친절하게 대답해 주셨다.
그 친절에 긴장과 어리숙함이 안심하는 기분이 들었다.
서울에 도착해 강의 시간까지 빠듯해 전철을 다야 하는데 노선을 보고 방향에 맞게 가고 있는 건지를 주어진 시간 안에서 속도를 조절하는게 내겐 힘든 일이었다.
겨우 도착한 홍대입구역에서 내려야는 걸 알고 내리려는데 내가 예전에 겪었던 그 홍대입구역의 분위기와 너무 다름을 느꼈다. (다를 수 밖에 난 내가 한번도 타본적이 없는 호선이었다.)
순간 주춤하게 되었다. ‘분명 홍대입구역인데 여기가 맞나?’ 고민하는 순간 짧은 1, 2초 정도 사이 뒤에 젊은 청년이 "아 진짜 짜증나네."라고 했다.
일단 내렸지만 그 청년에게 뭐라 말할 시간도 없었다. 뛰지 않으면 도착시간에 늦을시간이었고 나는 모든것을 헤매느라 조금씩 시간이 늦춰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청년에게 아무말 없이 돌아서고 내가 가야할 곳을 향해 달리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런식으로 꼰대건 아니건 관계없이 노인이 되면 못하고 느리고 모르고 다르다고 무시받으며 걸리적 거리는 존재의 취급을 누군가에게 받을 수 있는건가?
아직 그정도 노년은 아니지만 나이야 상대적인거니 누군가에게 난 그정도의 늙음을 갖춘걸지도 모른다
정말 무례하고 불쾌한 경험이었는데 더 놀라운건 스스로가 위축이 되었다는 거다
잘 몰라서, 어리버리해서 오는 위축 말이다
사실 내가 살면서 잘 모르는게 어디 홍대입구뿐이겠어?
수없이 많았지만 위축되본적이 없었다
처음 겪는 감정이었고 위축되는 감정은 내게 낯선 감정이었다
그 지점이 무례한 청년보다 더 당황스러웠다
올라올때 어리둥절한 나에게 친절을 베풀어 주시던 버스기사님이 생각났다
그때와 달리 지금의 나는 한 청년의 태도에는 갑자기 어딘가로 사라지고 싶은 기분이었다
울고 싶지만 어른이니 울지 않기로 하고 참으며 내려왔다
오늘 새벽까지는 기억하기 싫어도 떠올랐고 떠오르면 다시 위축되었다
이렇게 위축된다는걸 알았으니 마음과 생각을 견고히 해야겠다 싶다 더 많은 준비를 하고 능숙해질 부분이 있다면 능숙 해져야지 그런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기술적인 능숙함보다 마음의 능숙함을 갖추고 싶었다
누군가의 작은 손짓에 휘둘리지 않도록 말이다
분명한건 더 많은 친절과 다정함을 간직한 채 이전보다 조금은 더 늙어가는 이들에게 소홀하지 않음을 갖추며 살 수 있을 거 같다
휴, 힘든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