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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진 Jan 28. 2023

2023. 01. 27. 금

잘려버린듯한 그곳에서

시간상 어제,

큰소리로 목놓아 울고

문을 열고 나가면서 의도치 않아도 드는 생각은

'누군가의 말이 날 해칠순 없어.'였다.


그건 어쩌면 내 마음을 지키고 싶어 든 생각일지도 모른다.


시아를 그냥 방생하게 두지 왜 굳이 데려와서 고생이냐고, 기도하면 되지 왜 신경쓰냐고 동물을 사랑하듯 교회와 사람들을 사랑하라는 말안에 담긴 의미가 날 향한 염려와 애정이란 것을 알아도 상대의 표현은 거두고 진심만 파악하기에 난 이미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일들과 관계된 대상들이 기독교인이여서 지쳐있던 터였다

그리고 정말 슬픈건 난 관계된 모든 기독교인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이들이라는 거다.


대체 이런 일들로

그러니까 내가 혐오하는 일들을 생각하고 행동하는게 소중한 이들인 이런 일들로 난 도무지 마음의 포지션을 어찌해야할지

몰라서 휘청대고 있었다


아무도 상처받게 하고싶지 않았고,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알아 변화하길 바랬다

나도 분명 무지해서 폭력적이던 때가 있었고, 여전히 그런 영역이 존재하는 사람이니까



그래도 다양한 타자와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서로 다른 일들 속에서도

해야할 말은 하자고 웃으며 농담처럼 넘기지 않게 해달라고 어제 아침에 기도했고 어제 오전에 그런 일을 겪었다


소중한 관계에게 전달해야 하는 상대의 무자비함은 대체 어떤식으로 말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이미 다른 기독교인과도 난 충분히 여러 일을 겪었는데 갑자기 난데없이 왜 시아를 돌보는것이 소재가 되는지

내가 시아를 돌보다 힘들고 아프면 시아를 돌보면 안되는건지


어디부터 뭐라고 얘기해야하고 말하면 알아듣기는 하는건지


그래서 눈물을 삼키면서 한 말이


'그럼 우리는 왜 하나님 뜻에 맞게 살려고 하지? 기도하면 되잖아. 기도만 하면 되는거잖아. 그런데 기도도 해야하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은 해야하는 거잖아. 그리고 내가 교회와 교회사람들을 사랑하지 않았나? 그렇지 않은데?' 였다



가장 비참한건

도와달라 한 것도 아니고 뜻을 함께하자 한 것도 아닌데 왜 내 삶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 악행도 아닌 일이 지적을 받아 부정당해야 하는 기분을 느껴야 하는건지

그리고 왜 동물은 방생당해도 되거나 그렇게 당하게 둬도 되는건지

내가 수없는 딜레마 속에서도 결국은 포기하지 않고 사랑한 교회와 지체들에 대한 마음은 왜 고양이와 비교당해야 하는건지

난 아직도 잘 이해는 안된다

진심은 날 향한 걱정과 연민인것을 알지만

진심을 헤아리기엔 받아들이기 힘든 표현이여서


생각하면 눈물만 차오른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표현에 상처받지 말자고(의지와 상관없이 더럽게 상처 받았지만) 고양이건 나무건 사람이건 누군가의 소외와 고통에 마음을 쓰는 그 마음이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거 같다


아직도 감정은 고통이지만

삶 안에서 감정, 생각, 관계를 대하고 정리할 때에


난 아직도 사랑을 잃고 싶지 않다

소망도 잃고 싶지 않다


얼어버린 호수 밑엔 얼어버린 거 같지만 생명이 숨쉬고 있겠지

지금 나도 시리지만, 시린 이 밑 어딘가엔 생명이 있길 바래야지


그건 진짜 내 노력으로 가능한 영역은 아니라서 기도해야지


다시 또 이전처럼 살아갈거야.

누군가가 나보고 넌 그래서 부러진다고 했는데,

부러진 줄 알았는데 아니였더라를 당신 눈으로 목도하길 바래요.


내 잘린 팔에서 새 싹이 나고 또다시 가지가 자랄거야. 그리고 보이지 않는 땅밑으로 난 더 튼튼하고 깊게 뿌리 내릴거야.


그러니 표현은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주님, 저를 소생시켜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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