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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혜진 Oct 06. 2023

삼켜버릴 것들을 삼켜버리신

민수기 

20231006.목 / 민16:25-35 


> 요약

모세는 백성들에게 반역한 다단과 아비람의 장막에서 떠나라 한다. 그리고 여호와로 인해 자신이 움직였다면 그들과 소유물이 스올로 빠지게 할 것이라는 말을 마치자 땅이 갈라져 그들과 재물을 삼키고 여호와께로부터 불이 나와 분향하는 250명을 불사른다.


> 분위기

해야 할 일들을 하고 아이를 재우고 고요하다. 해야 할 일들을 마치지 못했었도 아이가 잠들지 않았어도 마음이 고요와 평안이 찾아왔고 갑자기 바뀐 큐티책이 적응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말씀을 천천히 묵상하니 하나님의 위로와 일하심이 확신되었다. 그러면서 울컥 눈물이 난다.


> 묵상

반역한 다단과 아비람의 장막에서 모세는 백성들을 떠나라고 그들의 물건은 아무 것도 만지지 말라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모든 죄중에서 백성들도 멸망할까 두렵다고 한다. 죄의 전염성을 알 수 있다. 


지난 한 주가 내게 그랬다. 분명 말씀을 보고 기도를 하고 지금의 상황까지 왔는데 나는 아이를 사랑할 수 없었다. 아이와 함께 밀려오는 공포, 두려움, 이유와 원인을 알 수 없는 부정적인 감정들까지

내게 남은건 부끄럽지만 의무의 행위였을 뿐 그 안에 긍정의 감정은 없었다. 사랑까지는 당연히 바랄수도 없었고 말이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것을 노력할수록 내 소중한 것들이 깨지는 느낌을 들었다. 


그러니 한 주간 나는 짜증을 냈다가 울었다가를 반복하며 죄책감에 눌렸고, 점차 집안 분위기는 어두워져 갔다. '선한 것을 퍼트리는 것은 죽도록 어려운데 악한 것을 퍼트리는 것을 순식간이구나.' 생각했다.

악의 전염성은 선의 전염성보다 빠른것을 보았다. 


고통 중에 하나님께 기도했다. 

'하나님, 저는 할 수 없어요. 말씀보고 기도하고 그렇게 왔는데 제 감정이 왜 이러는 거예요. 하나님 도와주세요. 하나님 살려주세요. 저는 죄를 짓고 싶지 않아요. 나의 가족들이 나로 인해 악에 물들게 하고 싶지 않아요. 어린 생명이 나로 인해 고통받길 원하지 않아요. 그런데 저는 어떻게 못하겠어요. 그러니 하나님이 일해주세요.'

일주일간 잠을 거의 잘 수 없었고, 거의 먹지 못했다. 울거나 화내거나 기도하거나 였던 거 같다.


그런데 주일설교처럼 놀랍게도 약속의 땅인 우리집. 그 집이 약속의 땅이 되기 위해서는 예배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씀이 이루어짐을 목도하고 있다.


수요일 저녁 부부목장, 목요일 여자목장을 다녀왔다.

수요일 저녁 부부목장에서 한 목원에게 어떤 말을 들었고 그 말이 상처가 되어서 기분이 엉망진창 이었지만 신기하게도 살 거 같았다. 그냥 내가 안되더라.. 나는 그렇더라.. 나누었다는 것 만으로도 살 거 같았다.


위선을 떨고 싶진 않았다. 안되는데 그러는 척, 잘하지 못하고 있는데 잘하는 척,

그리고 다짐만으로 얘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잘할 수 있을거란 다짐이 마치 이루어진 것처럼, 사랑을 할거라다짐으로 사랑이 이루어진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싶진 않았다. 노력하면 될거라고 장담하고 싶지도 않았다. 

욕을 먹어도 좋으니 솔직하게 나누고 싶었고 그러했고 욕을 먹었다. 


나는 알고보니 '죄인중에 괴수였노라(딤전 1:15)' 고백하는 것만으로도 그렇지 않은척 나를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살 거 같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집에 돌아오니 상황은 그대로인데 아이가 밉지도 아이를 통해 공포나 두려움도 느껴지지 않았다.

이전까지는 트라우마인지 뭔지 아이와 관계된 사건들의 이미지가 떠오르고 평화로웠던 우리 가정이 부셔져버릴거 같은 공포감이 날 덮쳤는데 말이다.


한게 아무것도 없었다. 기도했고 목장에 갔고 나눴다. 그런데 마치 내 안의 무언가가 빠져 나가고 새로운게 들어온 거 같았다. 


오늘은 상황상 모든 일들을 다 혼자 하고 아이를 보는데 힘들지 않았다. 몸 안에서 공의가 살아서 생생하게 움직이고 있음이 느껴졌다. 


비로소 주님은 나와 나의 가족과 이수가 악에서 멀어져 멸망당하지 않게 하셨음이 보였다.

반역을 하던 것은 어떤 누구도 사건도 아닌 바로 내 안에 있음을(민16:26), 

내 안에 나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음을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하나님에겐 반역일 수 있음을 알았다.


더불어 상황이 급하게 되어 충분히 더 묵상하고 나누지 못했음에도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셨음을, 

그래서 지금 아이와 함께인 상황이 나의 임의로 함이 아닌 줄을 알게 하시기 위해, 당신이 하셨음을 알게 하시기라도 하시는 듯 하나님은 땅의 입을 열어 스올로 빠지게 할 것들을 삼키게 하셨다.

두려움, 연속적인 부적의 감정, 그로인한 연쇄적인 반응들과 어두움의 전염, 무엇보다 '하나님 저는 못하겠어요.'라는 낮아짐의 고백 없음을 말이다.


말씀을 통해 하나님은 우리와 함께 하셨고, 현재도 살아 움직이시며, 앞으로도 그러하실 것을 보여주신다. 

하나님, 감사하고.. 죄송해요. 


> 삶

1. 큐티와 기도, 그리고 부끄럽고 힘들어도 목장에서 잘 나누기

2. 남편이 하나님과 대화하며 이 모든 사안들에 대해서 내려놓고 맡기기 전까지 나는 기다릴 수 있는 것


> 기도

주님, 전 세대 전 인류 속 죄인 중의 괴수가 나라는 것을 이번 일로 경험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언제든 나는 괴수가 될 수 있음을, 그러나 나는 그 이전에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이임을 제가 너무 소중해서 그렇게 하나님이 저를 지켜가고 계심을 알게 하시니 또한 감사합니다. 말씀을 통해서 우리가 임의대로 하지 않았음을 함께 하셨음을 확신시켜 주셔서 감사합니다. 땅이 입을 열어 두려움, 부정의 감정과 연쇄적인 반응들, 그리고 낮아짐의 고백없음을 삼켜버려 주시니 감사합니다. 저의 성품대로 저의 열정대로 하게 하시지 않으니 감사합니다. 그렇게 가능한 것이 아니란 것을 알았습니다. 사건과 상황 속에서 내게는 내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것들이 있음을 알고 하나님을 기억하고 당신 아래 절 있게 하시니 감사해요. 제 힘으로 떠날수도 멸망시킬 수도 없는 것들을 주님은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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