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필요 없더라고
1.
꿈을 또 잔뜩꾸고
그 중 하나는 잊지못할 악몽
또 하나는 잊고 싶은 잃어버린 사람들이 잔뜩나와 각자가 정성스레 한 요리를 가져와 먹고 마시고 이야기 나누는 꿈을꿨다
용서하기 힘들거라 혹은 두번다시는 받아들이기 힘들거라 생각한 사람들 속에서 나는 용감하게 앉아 충분히 들어주고 있었고 진심으로 미안해 울고 있었다
내가 미안해할 일같은건 없을줄 알았는데 각자의 이야기, 알고있지만 모르던 조각들을 듣게되니 그 하나하나가 이해가 되었다
부분만 알고있던 나는 그렇게 모른채 굴수밖에 없었던거야
그 모든것이 꿈이라해도 꿈속의 나는 현실의 나보다 어른이였다 성숙한어른
눈을뜨고 현실이되니
역시나 현실속에선 그들을 아무도 보고싶지 않다
나는 아직 연약하고 모든것이 두렵다
잃어버린 그 모두를 잊고싶다
2.
나 정말 신앙,육아,공부,살림만 하며 살았구나
낭만을 쌓거나 반짝이는 무언가를 기록하고 남기고 누군가가 내 삶의 실체는 찌들었어도 반짝인다고 느낄 그런 삶의 기록들이 없다
그냥 하루가 감사하고 이제 일상속의 모든것들에 대부분 유연해질 노하우가 생겨서 특별할것이 없는
그렇다고 여보랑 취향,사상,라이프스타일 어느것 하나 우린 교집합을 찾을래야 찾을수가 없어서 함께 공유할게 없으니 함께할것을 기록할일도 없고- (그래도 난 이남자를 사랑하지만)
여보와 둘이서 프레임속에 얼굴이나 손과 발같은걸 찍고싶은 생각 같은것도 들지않고
피드 속 사진을 보다보면 나에게 여보란존재는 참 등장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부러움이란
가진것,먹는것,화목한 가정,좋은곳 같은것인데
난 남들 다가진것, 남들 다먹는거, 화목하지 않은건 아닌데 굳이 표현치 않는 그리고 그렇다고 되게 화목하기만 한것도 아닌 그보다는 치열함에 가까웠던 가정, 게다가 가는곳이라곤 집과 교회와 목장뿐이다
그러다보니 보여지는 내삶이 초라한것 같아 울적해지기도 하고
그런데 어차피 보여지지 않는 부분도 근사할건 없어서 울적할 필요가 없어지는 그런것
반면에 삶은 심플해졌다
정말 내겐 신앙,육아,살림,공부 뿐이니까
삶이 좀 더 그럴싸해 보였을때의 나는 육아,살림,부부관계 그런것들이
나와 가장 가까운 일상이 버거웠다
보여지는 나의 삶은 부러움의 대상이였다 하더라도 난 일상을 잘 살아내지 못했다
수시로 우울했고 나락으로 겉잡을수 없이 떨어졌으며 깊은 절망을 만나면 어찌할줄을 몰랐던거 같다
그런데 보여줄건 아무것도 없는 그저 살아내기만 한것에 가까운 지금의 삶은 나와 가장 밀접한 살림,육아,부부관계에 (그래도 이건 아직도 종종 어려워) 유연했다
일상을 드디어 잘 살아내게 됐고 그러기까지 서른여섯해가 나란 사람에게 필요했어
다른 누군가의 멋진 곳, 멋진 삶, 예쁜 물건, 좋아보이는 관계들을 보다가 '난 대체 보여줄게 없잖아?' 의 우울함을 잠시 지나
'난 내 삶에 그것들을 채워왔구나'를 알게됐다
멋지고 번쩍일거 하나도 없지만
치열할게 더 많은 삶의 조건 속에서
일상의 유연함을 채우고 왔어
잘했네, 나
그러니 주눅들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