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우주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by 김혜진

작은 순간이였다. 그렇게 너를 보았던게. 그저 그런 하루 중 하나였기에 나는 그날이 어느 계절에 어떤색을 입었는지 그리고 어느 시간위에 우린 그렇게 서있었던건지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내가 기억을 탈탈 털어내도 기억할 수 있는건 그때의 너. 나보다 훌쩍 큰 키에 작은얼굴. 웃고 있지만 눈이 울고 있었던 것 같은 너를 보았다. 무리 중 하나였고, 그저 손을 들어 인사를 건넨게 너와 나의 전부였었다. 그런 하루가 쌓이며 네가 보였다. 아무렇게나 살아오며 나의 결과들에 질문 받아도 대답할것들을 만들어 놓지않는 비검함으로 두려움을 포장하며 살아온 내게 너는 그 너의 우주에서 네가 아무리 노력해도 커지지 않는 네 우주에서 너무나도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너의 치열함 속엔 날 향한 마음이 어느 날 생기기 시작했다. 마주하고 싶지 않던 그 마음을 날과 달과 해의 축적속에서 나는 네게 지기로 했다. 그리고 난 두려움을 마주하는 네 용기를 보며 감탄했던 날들 속에서 너의 작았던 존재와 그저 별거 아닌 우리의 하루를 키워갔다. 색을 입었고 의미를 더해갔다. 난 그렇게 너를 닮아가고 싶어했다. 네 옆에서 너와 같은 사람 혹은 널 만족시키는 나이고 싶었다. 그렇게 또 하루하루를 쌓아갔고 그때부터 우리에겐 침전물이 쌓이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

둘이 셋이 되고 셋이 넷이 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넌 여전히 치열했다. 너의 열심은 날 슬프게 했다. 아무리 노력해도 벗어나지지 않던 너의 우주 속 축축함에서 난 너의 치열함이 미안해 벗어날 수 없었다. 너도 나와 같았으리라. 진정한 웃음과 울음을 잃어가던 우리가 서로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그 이전에 자신을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서툴렀던 우리가 함께 커다란 그림을 봤다.

작은 점들이 모여 큰 우주를 만든, 작은 점들 안에 각자의 모두의 세계가 담긴 그림 앞에서 우린 동시에 발이 멈추었다. ‘울어도 되는건가?’ 생각하는 찰라 너는 이미 울고 있었다. 시간이 흘렀나? 흘렀다 느끼지 못하게 정체된 그 시간들 속에서 여름이 왔다. 아직 유월인데, 유월은 여름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또 하나의 그림을 보게 된다. 이번에는 홀로.

우리가 함께한 그림을 한 여인이 바라보고 있다. 그 점들 안에는 나외에 다른 그녀도 존재했다. 그녀의 우주가 커져간다. .나의 우주가 작아져 간다.

너무 작아진 나의 우주는 어디로 가야 하는거지? 더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지면 좋으련만 나는 여전히 그렇게 남아있다. 커져가는 너희들의 우주를 바라보며.


나의 점은 색을 지우고 숨을 옅게 쉬기로 했다. 살아있어 살아가는 날들 속에서 작은 우주들을 감싸는 커다란 우주가 내게 말을 건다. 눈을 감자 코 속에 생기가 들어온다. 그러자 나의 점은 색이 차오른다. 나의 점은 일어선다. ‘그래, 누군가의 우주안에 점이 되지 말자. 나의 우주안에 다른 점들을 또다른 세계들을 담아내자.’

그렇게 아플때마다 나의 우주가 커져간다. 우주 속 생명들이 늘어간다.

우리가 함께 보았던 그 우주는 어디로 갔을까? 무엇이 되었을까? 서로 다른 의미를 담은채 어딘가에 남겨져있다. 잘가라, 작은 우주. 비로소 나의 점은 나의 우주가 되었다.


blogfiles.naver.net.jpeg 김환기 화백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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