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샼호 Jun 05. 2023

5화. 서울 떠돌이 (4)

[나의 첫 번째 스승] ep.20 스승의 정체(2)

스승이라 믿었던 사람 (전편)

앞서 이야기한 내용을 정리해 보면 내가 처음 금융교육을 받으러 찾아갔던 모임은 사실상 사기꾼들이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만들어놓은 덫이었으며 그 모임에서 금융교육을 가르쳤던 강사 역시 사기꾼들의 일당이었다.


이 사기 사건의 전말을 처음 알았을 때는 솔직히 무서웠다. 나 역시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 중에 하나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런 사실을 알아채지 못했던 나 자신이 무척이나 한심하게 느껴졌다.


그보다도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상실감이었다. 한 때는 금융교육을 열심히 들으러 다니고 '스승님'이라 믿고 모시려고 했던 그 강사가 선량한 사람들의 뒤통수를 치는 사기꾼 일당의 한 사람이었다는 사실이 내가 생각해도 참 기막힐 노릇이었다.


결국 나는 사기꾼 밑에서 금융교육을 받는 것으로 모자라 사기꾼들이 몸 담고 있는 회사에 입사 지원까지 하려고 했던 셈이다. 그때 만약 그 회사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면 내 인생은 아마도 송두리째 박살 났을 것이다.


스승이라 믿었던 사람 (후편)

하나 풀리지 않는 의문은 그 당시 나 역시 전화 상으로 투자에 대해 물어보고 자문을 구했던 적이 이 있었다. 그때 내가 전화했던 사람이 금융교육을 했던 그 사기꾼 강사였다. 그 강사가 당시 나에게 해 주었던 답변은 내가 아직 대학생이고 어려서 투자를 할 시기는 아니라고 했고 공부를 더 해야 한다고 했었다. 그 강사가 나에게 해준 그 답변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의문으로 남아있다.


의문으로 남아있는 것과는 별개로 한 때 스승이라 믿고 의지하려 했던 사람이 사기꾼, 악마들 중 하나였다는 사실은 나에게는 상실감에 더해 배신감으로 자리 잡았다.


스승님이라 믿었기 때문에 열심히 금융교육을 들을 동기부여가 되었고 금융교육을 받고 나서 후기도 정성껏 썼었다. 그런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졌으니 그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안 그래도 주변에서 불협화음 등으로 신경 쓸 일이 있던 나는 이번 일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게 되었다.


상처, 그리고 미안함

이번 일은 나에게는 크고 작은 상처로 남게 되었다. 믿고 따르고 개인적으로는 의지도 하려고 했었던 스승의 정체는 나에게 있어서도 충격이었다.


그 사람의 정체를 알고 나니까 그 사람의 금융교육을 믿고 썼던 후기들이 한순간에 무의미한 활자 나부랭이들로 전락하고 말았다. 인터넷 카페 여기저기에 후기들을 퍼 나르고 직접 작성하고 다녔던 그 시간들 역시 무의미한 시간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상처뿐만 아니라 미안함이라는 감정도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게 되었다. 내가 썼던 후기를 보고 금융교육에 오셨던 그 여사님에 대한 미안함.


사실 인터넷에 검색하면 먼저 뜨는 그 카페의 힘이라면 굳이 내 글이 아니었어도 유입이 되었을 가능성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내가 썼던 그 후기글이 유입하는 데에 기여를 조금이나마 한 셈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안함이라는 감정이 남게 된 것이다.


앞으로 내 인생에 그 여사님과 다시 연이 닿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그래도 만일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때는 지금까지 진 빚을 갚을 생각이다. 당장에 힘들다면 살면서 조금씩이라도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5화. 서울 떠돌이 (3)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