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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샼호 May 18. 2023

1화. 꿈이 없는 학생 (2)

[나의 첫 번째 스승] ep.2 한량 대학생

통학 거리 왕복 '4시간'

당시 내가 입학한 대학은 천안에 위치한 대학으로 집에서 통학으로 다닐 시 전철로만 1시간 반에 버스 시간 더하고 하면 거의 가는 데에만 2시간은 기본으로 잡고 가야 하는 그런 머나먼 길이었다. 지금 생각해 봐도 정말 미친 짓을 나는 4년 동안 했던 셈이다.


그럼 왜 그때 자취를 할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어쩌면 자취를 하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같은 게 있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누군가로부터 정신적으로 주입을 받아왔을 수도 있다. 만일 과거로 돌아간다면 그때의 나에게 물어보고 싶기는 하다. 그때 무슨 생각으로 대학에 다녔냐고.


슬기로운 대학생활을 찍어도 모자랄 판국에 나는 그야말로 한심한 대학생활의 포문을 열었고 그렇게 꽃답지 않은 20대 초반을 시작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군대'

대학 입학 후 무미건조한 1년이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고 나에게도 운명의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대한민국 남성이라면 누구나 짊어지고 있는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할 시간 말이다.


보통은 시간 계획을 짜서 적절한 시기에 입대를 하고 복학을 빠르게 하여 시간을 절약하려고 하는데 나는 휴학 후 별생각 없이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었다. 그러한 내 모습을 본 아버지도 많이 답답하셨는지 그동안 하지 않으시던 이야기를 꺼내면서 군대 안 가냐는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셨다.


입대신청을 해서 보통은 3월 전후로 많이들 가는데 나는 그보다도 늦은 6월에 입대하였다. 보통 이런 과정이라면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가는 모양새인데 나는 1년만 마치고 휴학을 한 상태라 시간이 붕 뜰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20대 초반, 내 한심함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가난'을 실감하다

우여곡절 끝에 군 복무를 마치고 전역한 나는 대학교에 돌아갈 시간이 가까워짐을 느꼈다. 그런 와중에 맞이하게 된 변수가 바로 등록금 문제였다. 첫 입학 후 1년은 부모님의 손을 빌렸지만, 이후로는 나 스스로 등록금을 책임져야 하는 현실과 맞닥뜨린 것이다.


다시 휴학을 하고 학비를 벌 것인가, 아니면 빚을 져서 대학 생활을 마칠 것인가.


나는 당시로는 시간을 절약해 보겠다는 꽤나 그럴듯한 명분으로 자기 합리화를 하며 빚을 지는 쪽을 선택하였다. 그렇게 하여 인생을 살며 처음으로 빚이란 것을 져보게 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이 학자금대출이 앞으로의 내 인생을 쥐고 흔드는 존재가 될지 전혀 알지 못하였다. 그저 나는 대학을 마치기 위해 빚을 져야만 하는 이 현실이 한탄스러울 뿐이었고 우리 집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실감한 것도 이 시기였다.


한량 같은 대학 생활

학자금대출을 이용하면서 등록금에 생활비까지 모두 받은 나는 내 일생을 통틀어서 직접 많은 돈을 써보기 시작했다. 대출 실행 후 지급된 등록금을 납부하고 함께 지급된 생활비로 대학 생활을 이어가면서 나는 슬슬 돈 쓰는 것에 중독되기 시작했다.


부모님 손 벌렸던 시기에는 교통비에 약간의 용돈만 받고 대학을 다니던 터라 극도로 아끼면서 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지만 학자금대출을 이용하며 지급된 생활비는 그의 몇 배가 넘는 금액이다 보니 당시에는 한결 편하게 대학교를 다녔던 것 같다.


대학은 거의 '출첵'만 찍고 다니면서 생활비로는 먹고 싶은 거 먹고 술도 먹고 게임도 하러 다니고 나는 그렇게 '한량'과 다름없는 대학 생활을 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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