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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샼호 May 18. 2023

1화. 꿈이 없는 학생 (3)

[나의 첫 번째 스승] ep.3 위기의 대학생

답안 대신 쓴 장문의 편지

한량 같은 대학 생활을 이어가면서 내가 가장 마음을 졸이는 때는 시험 기간이었다. 다들 시험 기간이 되면 이제 점수를 잘 받아야 한다는 고민에 빠지기 마련이지만, 나는 어떻게 시험 답안지를 채워 넣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대학 시험이 골치가 아픈 것은 답안을 채워 넣는 서술형 문제가 많다는 것이다. 도저히 공부를 하지 않고서는 채울 수가 없는 문제들. 나는 매 시험 때마다 이 텅텅 빈 답안지를 어떻게 채워야 할지 고민에 빠지기 시작했다.


백지로 내고 나간 적도 꽤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시험 답안지에 교수님들께 하고 싶은 말 등을 담아 '장문의 편지'를 적어놓고 나가기 시작했다. 뭔가 열심히 출제해 주신 교수님들께 백지를 드리는 건 예의가 아닌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공부도 하지 않는 대학생이라는 것부터가 교수님들께 예의가 아니었는데 말이다. 더구나 그런 예의 없는 학생이 이런 걸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더욱 모순이었지만.


팀워크 깨는 민폐 팀원

대학 생활을 하는 데 있어 위기는 시험 때만 있던 것이 아니었다. 수업을 듣다 보면 팀을 짜서 과제 제출하기를 요구하는 교수님들이 있다. 나 혼자 해서 제출하면 되는 개인과제와 팀을 짜서 수행하는 조별과제는 그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팀원 간의 협동심이 무엇보다 중요한 조별 과제. 그리고 나에게 있어 가장 고역과도 같은 과제이기도 했다.


지금에 와서 생각이 들지만 나는 참 일관성 있는 대학 생활을 보냈던 것 같다. 공부도, 시험도, 그리고 과제도.

개인 과제야 인터넷 뒤져서 어떻게든 제출은 하였지만 조별 과제는 영 답이 없었다. 무엇보다 같이 결성된 팀원들과 나의 학업 수준이 너무 차이가 많이 나는 상황이어서 내가 따라갈 수가 없었다. 당시 나는 정말 공부를 하지 않았었으니까.


나는 도움도 안 되고 기여하지도 못할 바에 조에 이름 석 자 남기는 것이 민폐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은 조장에게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을 하기도 했었다. 그랬더니 조장이고 조원들이고 하나같이 뜯어말렸었다.


그때는 내가 철이 덜 들어서 그런 행동을 한 건지, 아니면 돌아가는 상황을 몰라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본인조차도 알 수 없다. 다만 지금에 와서 드는 생각은 그 행동이 오히려 조장과 조원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행동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이다.


한 번 결성된 조에서 이탈자가 발생을 하면 교수님이 보는 시선에서는 이 조의 팀워크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을 할 수 있다. 당연히 그렇게 되면 과제 점수에 영향이 가게 된다. 그러니 다들 하나같이 뜯어말린 것이다.


자퇴 고민에 빠지다

이런 모든 일련의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나는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던 것이 분명했다. 적응해 보려고 노력을 하지 않은 건지 아니면 정말 능력 부족으로 적응을 못한 것인지는 지금도 선뜻 답변을 내리지 못하겠다.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와서, 한 번은 정말 대학을 출첵만 찍으러 다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먼 거리를 출첵만 찍으러 다니는 게 정말 맞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때 나는 학자금대출을 받고 있던 상태였는데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을 보면 진짜 한심한 학생이었다.


일단 이 이야기는 접어두고 정말 학교 나가는 것이 버겁고 고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 번은 교수님과 자퇴를 놓고 진지하게 상담을 받아본 적이 있었다. 그때 당시의 나에게 있어서는 인생이 걸린 중요한 고민이기도 했다.


사실 교수님이 해주시는 답변이야 백이면 백, 뻔하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 와중에 나 역시도 만약 여기서 대학을 자퇴하면 정말 끝이겠구나 하는 생각은 들었다. 그래도 대학 졸업장이라도 들고 있어야 어느 작은 회사 문턱 넘는 것이라도 도전해 볼 테니까.


교수님과 상담을 마치고 연구실을 나서면서 나는 자퇴에 대한 고민은 일단 접어두기로 했다. 이제 내 머릿속에는 그동안은 하지 않았던 미래에 대한 고민이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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