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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후, 보육시설이 이렇다고?

미취학까지의 보육시스템

by 소류

스위스는 병원비가 미국 수준입니다.


국가의료보험이 없어요. 


개인이 알아서 가입해야 하는데 그것도 의무!!입니다.


아기를 낳을 땐 보험혜택이 있는데 쌩돈으로 내려면 몇천만 원이 들어요.


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출산축하금 같은 게 있을 리도 없고요.


단지 매달 20만 원 정도씩 18세까지 양육비는 나옵니다.


저는 임신 5개월 정도에 스위스에 와서 보험에 가입하려고 하니 모든 보험회사가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절 거부했습니다.

이유는 100% 지불대상이니까요.

그래서 한동안 보험 없이 병원에 다녔어요.


보험 없이는 일반병원에는 못 가고 난민들이 가는 병원을 가장한 뭐... 그런 비스름한 곳에 다녔습니다.


그곳은 대학병원이나 다른 큰 병원의사들이 돌아가며 진료해 주는 곳으로, "너는 난민도 아닌데 왜 보험이 없냐? 어서 가입해라."라고 했지만, 보험회사에서 절묘한 핑계를 대며 다 거부하더라.라고 했어요.

그래서 이곳저곳 보험에 가입하려고 부단히 알아보고 다녔습니다.


그때는 온 지 며칠 안 돼서 독일어는 커녕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모르니 남편이랑 항상 같이 갔어요.

그래서 자세한 내용은 잘 모릅니다.

(이 부분은 보험 편에서 다시 정확한 정보로 쓸게요.)


결국 애 낳기 한 달 전에 비싸게 한 달에 60만 원이상 지불하는 보험에 가입했고 (저는 직업도 없는데 말이죠.) 취리히의 트리엠리 여성병원에서 출산했습니다.


병원에서 4일 정도 있다가 퇴원했고, 아기에게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해야 한다고 해서 퇴원하자마자 유모차 끌고 동네 한 바퀴 산책해야 했습니다.


퇴원 후, 조산원이 한 달에 한번 집으로 와서 아이를 체크합니다.

한국은 어떻냐고 묻길래 한국은 조리원도 있고 어쩌고 잘되어있다고 하니까


"너 미국에서 아이 안 낳은 게 다행이야. 미국은 24시간 내에 퇴원한대~."


헐.. 그렇습니까..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 있나요?


아무튼 저는 아이를 낳고 절뚝거리면서 유모차 끌고 매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동네 한 바퀴 유모차에 매달려 돌아야 했습니다.


웃긴 건 애는 겹겹이 다 싸매고 모자도 씌우고 말입니다 ㅎ

그놈의 신선한 공기는 어디로 들어갈라나요.


나라에는 아기랑 갈만한 곳이 진짜.... 없습니다.

동네 한 바퀴 돌고, 놀이터에서 놀게 하고 그게 전부입니다.


사진에서 보면 한적한 스위스의 벌판과 호숫가에서 뛰어놀고, 자연과 함께 하는 스위스인.

이런 이미지로 좋아 보이지만 이것도 매일매일 해보세요.


병들어서 요양 온 것도 아니고...,

지루함 그 자체입니다.


문화센터 같은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있다 하더라도... 스위스독일어겠죠...ㅡㅡ;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동사무소나 교회에서 일주일에 한 번 아기들이랑 다 같이 노래하며 노는 한국의 문화센터 같은 게 있더라구요.


물론 전부 스위스어입니다.

지금도 저는 스위스어는 고작 구별만 할 줄 아는 수준이에요.

아~, 이게 스위스어구나... 딱 그 정도예요.


여기의 관청은 묻지 않는 한 말을 안 해주기 때문에 그런 곳에 대한 정보를 알 턱이 없었습니다.

뭔가 알아야 묻기라도 하죠.


어느 날인가 놀이터에서 애랑 놀고 있는데, 한 외국인 할머니가 알려주더라고요.

그런 게 있는데 너 혹시 아냐고...

그러고 한번 가봤죠.

엄청 생소하고, 너무 스위스어고, 게다가 너무너무 어색해서 한번 가고 안 갔어요.

나중에서야 독일어를 좀 할 줄 알게 되어 다른 곳에 다니게 되었지만요.


저 아는 사람(한국인 엄마)은 2. 3년 꾸준히 다녔는데도

'나는 외국인이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나한테 살갑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이 없구나...'

갈 때마다 느꼈대요.


그렇다고 어린이집(크리페)을 보내기에는 터무니없는 가격입니다.


전 아이가 2살 때 1년간 독일어 학원에 다녀서 (이 독일어 학원도 일주일에 3번 하루 3시간이고 보육시설도 있고 해서 한 달에 대략 1000프랑, 한국돈으로 13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학원에 갈 때는 오전시간에 아이는 학원 내 보육시설에서 놀았어요.

처음 한 달은 적응을 못해서 아기가 맨날 울다 토하다가 자고 그러더니 졸업할 때쯤에는 모두와 친해졌습니다.

심지어 졸업 후 크리스마스 파티에 게스트로 초대도 받았어요.


그렇게 일주일에 3번. 오전 3시간은 공부도 하고, 그나마 숨구멍도 되어서 다행이었는데, 학원졸업 후 앞이 막막하대요.

애랑 24시간 같이 있기도 힘들고, 딱히 할 것도 없고, 갈 곳도 없고요.

주변에 한국인엄마들이 "반나절만이라도 어린이집에 보내라", "어떻게 혼자 키우냐"라고 하도 그러길래,

팔랑귀인 저는 집 근처 어린이집 (Krippe)에 수, 목 일주일에 두 번 11시부터 18시까지, 반나절만 보내기로 했어요.


가격은 하루 10만 원 정도입니다.

한 달에 8번, 80만원가량 냈고요.

그런데 걸핏하면 연락 와서 애 데려가라고 합니다.

열이 날 것 같지만 안 나기도 하는 뭔가 애매모호한 상황에서도 데리러 오라고 하고, 뭐 조금만 어찌해도 데리러 오라고 합니다.

한 달에 여덟 번 보내는 곳인데 평균적으로 두 번은 빠져요.

그렇다고 한국이나 일본처럼 알람장 같은 거요? 전혀 일체 아예 없습니다.

그냥 애들 모아놓고 보육사 같은 사람 두어 명이 눈으로 보는 게 전부입니다.

심지어 본인들 쉬는 시간에 담배도 피웁니다.


우리 아이는 처음 두세 달 간은 점심을 못 먹었습니다.

점심시간이 30분인데 그 안에 안 먹으면 바로 접시 치웁니다.

먹게끔 어떻게 설득하거나 차라리 때리거나 그런 거라도 있으면 애가 먹는 시늉이라도 하겠죠.

여기는 안 먹으면 그냥 치워버립니다. 얄짤없어요.

그래서 우리 아들은 두세 달간 점심을 아예 못 먹어 배는 고프니, 물만 많이 마시더래요.

4시에 간식 나오는 조그마한 쿠키, 젤리 그런 거 몇 개 주워 먹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6시에 제가 데리러 갔구요.


아이를 데리러 갈 때 제가 묻습니다.

"오늘 아이 밥 먹었어요?"

그러면 "노~ . 그 대신 물은 많이 마셨어요."

그게 보육사 입에서 나오는 대답입니다.


전 그럼 "어떻게 할까요? 밥을 먹게 하기 위해서는 아침을 굶길까요?" 여러 가지 대안을 물으면

"흐음~~~~잘 모르겠네요~. 뭐가 좋을까요."

방법도 대안도 딱히 없습니다.

그나마 이것도 묻지 않으면 말도 안 해줍니다.

막 친절하게 "어머니 오셨어요..ㅇㅇ야~인사해야지~." 이런 거 전혀 없어요.


처음 입소할 때 일정표 같은 게 있으면 달라고 하니까

그게 뭐야??? 처음 들음~~~. 이런 얼굴 표정입니다.

그런 걸 달라고 한 사람이 여태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

원장선생님이 오더니, "아.. 그런 게 있나?" 담임에게 뭐 뭐 프린트해서 주면 되지 않냐고 했지만 결국은 못 받았습니다.

아예 그런 거 자체가 없는 거죠. 일정표가 없대요.

그냥 상황, 날씨 이런 거 봐가면서 즉흥적으로 한대요.


그런데 한 4.5개월쯤 애를 보내보고 스스로 알아낸 것은

월요일이나 화요일은 소풍 같은 걸 갑니다. 동물원에 가기도 하고, 열차를 타고 취리히 시내 호수에도 가구요.

수요일은 무조건 학교 체육관에 가요. 가서 체조나 뜀틀이나 그런 거 하구요.

목, 금은 어린이집 안에만 있구요.

우리 애는 수, 목만 다녔기 때문에 어린이집 다닌 7개월간 한 번도 소풍이란 걸 간 적이 없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일정을 바꿔가면서 하면 될 걸 죽어도 안 바꾸더라구요.

융통성에 융도 없는 곳입니다.

목, 금만 가는 어린이는 소풍이건 체육관이건 한 번도 못 가는 거겠죠.

그런 정보조차 얻을 곳이 없습니다.

오늘 뭐 했냐고 묻지 않는 한, 말을 안 해줍니다.

제가 한 번은 오늘 뭐 했냐고 물으려고 기다렸더니


"뭐 기다리세요? 애 잘 놀았어요."


그게 끝입니다.

제가 독일어 못 알아들을까 봐 말 안 해주는 거 아니냐구요?

절대 아닙니다. 이 나라 문화, 습성이 그렇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지로용지를 받아서 원비를 냈는데 한 번은 20일이 되어가도 지로용지를 안 주길래 애 데려다주면서 지로용지 안 받았다고 하니까 "아마 계좌이체하고 있을 거예요."라고 하대요.


헐...? 내가 신청한 적이 없는데...?


그리고 그날 저녁에 아이 데리러 갈 때 하는 말이 "그래, 맞아요. 안 냈더군요." 라면서 지로용지를 줘서 집에 와서 뜯어보니, 3만 원 추가된 금액이 떠억!!!

진짜 성질 돋우네 싶어서 바로 전화해서 오만 진상과 여태 쌓인 모든 것을 다 폭발시켰습니다.

뭐 이미 이성적인 판단이 안 되었어요.

관공서나 시설 같은 곳은 그곳이 항상 갑입니다!!


클레임요? 어디, 누구에게요???

전 절대 추가분은 못 낸다고 하고 일반금액만 보냈죠.

어린이집에서 저에게 한 소리했으면 진짜 그 어린이집 다 엎어 놨을 거예요!


이 나라에서는 제가 진상엄마입니다.


당연히 일정표를 받고, 지로용지는 원에서 알아서 넣어 줘야 하는데, 그걸 요구했다고 전 진상엄마가 되었습니다.

집 근처에 살며, 같은 어린이집 보내는 일본인 엄마한테 이 얘기를 말했더니


"일정표 같은 게 있어? 너 너무 지나친 요구를 한 거 아니야?"


그러대요.

제가요?

하아.. 제가 진짜 뭘 아주 대단한 걸 요구했나요..?

애한테 한국음식 먹이라고 했나요? 우리 애 동선 따라다니면서 관리 좀 해달라고 했나요? 담배 피우지 말라고 했나요?

이 나라에 맞춰서 살아가야 한다고요?


전 이미 너무 신문명 속에서 살아서 이런 구식인 나라에서 사는 게 힘들다고..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가던 찰나!!


드디어 아이가 유치원에 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2017년 8월! 우리 애가 드디어 만 4세가 된 거죠.

6월생까지 의무적으로 유치원에 가야 하는데 우리 아이는 4월생이라 보낼 수 있게 되었어요.

7월생은 한 달 차이로 1년을 더 엄마랑 지내야 합니다.


그렇게 자유의 시간이 생기나 싶었는데 11시 55분에는 데리러 가야 하는 거 있죠?

저의 저유시간은 애 유치원 보낸 후, 오전 3시간 정도가 전부입니다.

게다가 이놈의 방학은 엄청나게 길고 많더라구요.

두 달에 한 번씩 2주간의 방학이 있어요.

물론 그 사이사이에 부활절, 성모승천일 등등 짧게 쉬는 날도 있습니다.

급식, 도시락 이런 것도 전혀 없고 간식도 싸서 보내야 합니다.

점심 주는 곳이 있는데(Mittagtisch) 한 끼당 대략 3만원이 넘어요.

그것도 고작해야 수프, 샐러드, 빵조각이구요.

그걸 그 돈 주고 먹이느니 집에서 요리하는 게 천만 배 낫다 싶었습니다.


아는 한국애는 부부가 한국인이라 독일어 때문에 Mittagtisch에 보내려고 한답니다. 친구들이랑 있으니 자연스레 독일어가 늘 거란 생각에서요. 그런데 아이는 한국 음식밖에 못 먹어서 그 애 엄마가 돈은 지불하겠지만 도시락을 싸서 보내면 안 될까요? 하고 물었더니 안된답니다.

규칙위반이래요.

그 후로 모르겠습니다. 보내는지 안 보내는지는요..


유치원 입학 시 규칙이 있는데 써 볼게요.

1. 등원 시 아이들을 걷게 해서 보내세요.

2. 등원길은 아주 중요한 만남의 장소가 될 수 있고 교통법규도 익히는 연습과 다른 아이들과의 만남으로 사회성을 키우는데 중요하니 가급적이면 혼자서 보내세요.


그러한 유치원 2년 후 초등학교에 진학하게 됩니다.


SBB열차 안, 유모차가 탈 수 있는 칸입니다


열차 안의 놀이공간, 놀다가 지치면 유모차에 태워서 자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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