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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류 Sep 24. 2024

[서평14] 서울 자가에 대기업에 다니는 김 부장

김 부장 편

행동에서 보이는 진심은 모를 수가 없어.



제목만 보고 뻔한 에세이겠지 생각해서 처음에는 읽어 볼 마음이 안 생겼다.


그런데 누가 단숨에 읽었다고 해서 읽어볼까 하고 첫페이지를 읽는데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다.

.

책 한 권 읽는데 평균 일주일 걸리는 나로서 이건 말도 안 되는 거다. 


거의 웹툰 정주행 느낌으로 읽다 찾아보니까 웹툰도 있네.



읽으면서 나는 어땠나 생각하는 부분도 있었고, 

현명한 김 부장의 아내처럼 되고 싶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김부장 같은 사람이 내 주위에 있나, 혹은 나도 김 부장과 같을까 돌아봤다.


직업을 잃은 것뿐인데 직업을 잃으니 돈이 없다.
돈이 없으니 내가 없어진 기분이다


나 역시 스위스에 와서 한동안 생각했던 부분이다.


그렇다고 김 부장처럼 회사에 목숨 건 사람은 아니지만, 일하면서 인정받고 싶어하는 마음은 똑같았다.


그렇다고 김 부장 정도로 장사를 개무시하고, 스타벅스만 가는 겉멋, 가방을 뭘 드냐가 중요한 허례허식따위가 나에겐 없지만, 뭐 도찐개찐, 거기서 거기다.


제목을 참 잘 지었다 싶다.


스스로 더 그럴싸하게 길게 이름을 지어보는 김 부장은 남의 아파트 이름이 긴 거에 고급스러워하며 위축들곤 한다.

이게 현대인인 걸까...


너처럼 자존심 센 놈들은 그 존심을 계속 유지하려고 해. 
회사에서 갖고 있던 지위가 전부였는데 갑자기 없어져 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잖아. 

이거다. 


사실 사람들이 "병신처럼 왜 사기당해?"라고 생각하는 부분들 중 대부분이 "자존심"때문에 밀고 나가는 것!


도중에 판단미스라고 생각이 들어도 인정하고 되돌리기에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거다.


참 우스운 일이다. 지팔지꼰이다.


좀더 차근히 다른 여러사람들의 의견을 경청하면 되는데 애초에 귀막고 있으니 저렇게 되는거다.


그러면서 나를  돌아봤던 부분들이...

내가 어떠한 상황에 닥쳤을 때, 

그 상황이 나를 힘들게 할 때

나는 얼마나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가.


또 내가 경멸하던, 멸시하던, 천대하던 직업을 내가 해야만 하게 될 때

나는 어떨까.


나는 지금 IT엔지니어일을 못 구해서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하고 있다.


예전에는 맥이던 카페던 건물청소든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직업에 귀천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니까!


다른 사람들이 질타하고 가엽게 여겨도 나는 떳떳하니까. 


사실 이건 단지 잠재적 실업일 뿐이니까.라고생각했으니까!


그래서 당당했던거다. 


내 수중에 1억이 있는데 중고마트에서 산 만 원짜리 운동복 입어도 안 부끄럽지만


만원밖에 없어서 9천 원으로 깎아서 겨우 운동복 하나 사는 심정은 다를 거다.


그리고 지금, 사실은 나는, 고작 맥도널드밖에 일 못한다는 생각이 확 들자

비참해지기까지 했다.


나 역시 나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하는 허세에 빠진 사람 인지 모른다.


그래서 기를 쓰고라도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은 건지도...


김 부장도 아마 다시 대기업으로 들어가고 싶을지도 모른다.



정신이 이상한데 정신과 안 가는 놈들이 진짜 이상한 놈들이야.
자기가 이상한 걸 알고 가는 사람들은 정상이고.


지금 나는 정신과 상담을 받으려고 이곳저곳 알아보고 있다.

역시 한국어가 편하니 온라인으로 할 생각이였는데....

과연 전문가라는 타이틀을 내민 사람이 나라는 인간을 잘 파악할 수 있을까.

의심이 먼저들어 선뜻 결정을 못하고 이틀 동안 둘러보기만 했다.



아내가 이 상황에서 난리 치면 나도 같이 받아칠 테고,
더 고집스럽게 나를 정당화하려고 버틸 테고,
부부 사이는 흐트러지고, 스스로 반성할 기회조차 없겠지. 


7억이나 투자해서 임대 나가지도 않을 아파트상가를 구입한 김 부장에게 아내는 의연하게 대처한다. 


잘해보려고 했겠네. 안돼서 속상했겠네. 아들 일하는 거 창고로 써보자.


공감과 제안.


이 안에는 김 부장 특기인 불평 투정 남 탓은 전혀 없다. 


이런 김 부장에게 넘사벽으로 현명한 아내가 있다는게 말이 되나? 


이쯤되면 부부싸움을 한판하고, 어이구 니가 그럼그렇지 하면서 질타하고 그래야 보통이겠지.


게다가 찐친이 세명이나 있고 기회를 주는 친형도 있다.


김 부장은 진짜 전생에 나라를 백만 번 구한 놈이다. 


김 부장이 썩 나쁜놈은 아닌거 아닐까. 보통은 주변사람이 다 떠나는 게 정상 아닌가?


계속 읽다보니 내가 레이에게 가족에게 주위에게 화내는 이유를 대변해주는 대사가 나온다.


그날 저녁에 왜 아들에게 그렇게 화가 났을까 생각해 봤어.
아들이 누군가에게 납치됐을 것 같다는 불안감을 표출한 것인지, 날 걱정시킨 아들에게 화풀이를 한 건지 계속 생각해봤어.
그런데 둘 다 아니더라. 나는 학교 앞 에서 아이스크림 들고 기다리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좋은 엄마가 될 기회를 날려버린 것에 대한 억울 함이랄까. 그게 제일 크더라고.
결국 아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좋은 엄마’, ‘아들과 아이스크림 먹으며 같이 하교하는 최고의 엄마’가 되길 원한 나를 위한 거였어.



그래. 나는 나의 숙제, 즉 육아를 잘 해내야하는데 레이가 내 숙제에 따라와주지 못하니까 화가 나는거다.

야!!!!!!! 똑바로 하라고!!!!!!!


나....개과천선 할 수 있을까....


김 부장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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